러시아, 한국인 선교사 '간첩 혐의' 체포 왜?
북한 벌목공에 생필품 지원했는데...
北과 밀착 관계로 탈북민 단속 강화
"북한 당국 눈치 보지 말고 석방하라"
러시아 당국이 지난 1월 1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한 한국인은 백광순 선교사(53)로 밝혀졌다.
백 선교사는 러시아 내 탈북민과 북한 벌목공들에게 인도적 차원의 쌀,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탈북민 구출 활동에 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현지 북한 벌목공 등 6명의 탈북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백 선교사는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브 미결 구치소에 수감됐다. 러시아에서 백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최대 징역 2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과 접경지역인 연해주에서 북한 측 요청에 따라 탈북민 단속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백 선교사의 활동을 문제삼아 그를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인권단체 대표 A씨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국제법에 따라 탈북민들의 난민신청을 받아주고 요청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조치를 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2021년 말까지 한달 평균 탈북민 9명이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강화된 북한과의 밀착관계로 탈북민 단속을 강화했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이 이뤄지고 서로의 무기 거래를 위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인도적 차원에서 궁핍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는 한국인 선교사를 붙잡아 억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전쟁 중에도 인도적 활동은 계속되는 것이고 특히 북한 당국의 독재와 그 주민들을 돌보지 않아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탈북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은 정당하다고 본다”며 “러시아는 주권국가로서 북한 당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신속히 한국 선교사를 돌려보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백광순 선교사는 2003년 백석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9년부터 중국에서 탈북민 사역을 펼치다가 2020년부터 (사)지구촌나눔재단의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으로 임명됐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