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주민들의 수호신 고도리 영감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는 거문도가 있다.
거문도는 제주와 여수 사이에 있는 다도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서도, 동도, 고도의 세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문도에서는 매년 음력 4월 15일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거문도 풍어제’를 지낸다.
거문도 풍어제는 고도리 영감제를 시작으로 풍어제, 용왕제, 거북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고도리 영감제는 마을을 지켜주고, 풍어를 몰고 온 ‘고도리 영감’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오늘날 거문도 풍어제의 기원이 되었다.
현재 거문도에는 고도리 영감에 관한 두 편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전라남도 여천의 거문도는 주민들이 물고기 잡아 생활하는 어촌마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주민들은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 하나가 “아무래도 용왕님이 노하신 거 같으니, 우리 제사라도 한번 지내봅시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정성을 모아 음식을 장만하고, 용왕제를 지냈다.
그러자 잔잔했던 바다가 요동을 치고, 억수 같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음 날이 되자 바다가 잠잠해지고 비도 멈추었는데, 마을 앞바다에 큰 바위 하나가 떠올랐다.
주민들은 용왕님이 보내주신 바위라 믿고, 수월산 정상에 바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그때부터 조업을 나간 배들은 항상 만선으로 돌아왔으며, 특히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이 바위를 ‘고두리 영감’이라 불렀고, 이후 ‘오돌이 영감’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왜구를 무찌른 오돌이 영감
옛날 전라남도 여천군 삼산면 동도리 죽촌 마을은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어부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하루는 한 선주가 마을의 해안가에 쓰려져 있는 오 척 단신의 청년을 보았다.
선주는 죽어가는 청년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돌봐주었다.
선주 덕분으로 청년은 정신을 차렸고, 여기가 어디인지 물었다.
선주는 “여긴 동도라는 섬으로 바닷가에 쓰러져 있던 당신을 내가 데려왔소.”라고 했다.
그러자 청년은 “저는 오돌이입니다.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었는데, 저를 살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언젠가 선주에게 받은 은혜를 꼭 보답하겠다고 했다.
건강을 회복한 오돌이는 갈 곳이 없으니 선주의 배에서 일을 시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배에 태웠더니, 오돌이는 게으름만 피우고 매일 잠만 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다른 선원들의 불만이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울릉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왜구의 배를 만나 선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이때도 오돌이는 잠만 자고 있었다.
선원들이 욕을 하며 깨우자 오돌이는 “왜구의 배가 더 크고 좋으니, 우리 저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갑시다!”라고 하며 왜구의 배에 올라탔다.
왜구들은 그런 오돌이를 잡아 돛대에 묶었지만, 오돌이가 온몸에 힘을 주어 밧줄을 끊고 돛대를 뽑아 왜구에게 던졌다.
이를 본 왜구의 두목이 오돌이에게 무릎을 꿇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하자, 오돌이는 “다시는 이 바다에서 노략질을 하지마라. 만약 또 내 눈에 띈다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후 다시는 왜구가 나타나지 않았고, 삼도 뱃사람들은 편하게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을로 돌아 온 선원들은 오돌이를 정중하게 모셨고, 그런 의미에서 ‘오돌이 영감’이라 불렀다고 한다.
또한 죽촌 마을 뒤 개천의 돌다리는 오돌이가 놓았다 하여 ‘오돌이 다리’라고 부르고,
힘세고 의리 있는 사람을 ‘오돌이 같은 장사’라 부른다고 한다.
거문도 주민들의 소망이 담긴 이야기
고도리 영감에 관한 설화는 거문도 풍어제의 기원과 풍어제 때 모시는 신체인 고도리 영감에 관한 비범성을 드러낸 이야기이다.
모든 어촌마을이 그렇듯 거문도 주민들도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으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업 간의 안전과 만선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리 영감 설화에는 이러한 거문도 주민들의 소망이 ‘고도리 영감’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져 있다.
즉 고도리 영감의 존재는 거문도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기대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