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울음을 모으다 외 1편 / 김경숙
새 울음을 모으다
숲 근처에 집을 짓고 살다보니
새 울음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새 울음에는 온갖 사연들과
절절한 구전이 다 첨부되어있어서
잘 들으면 맺힌 소리들을 집요하게
풀고 있는 중이란 것도 알게 된다
특별히 양동이나 보자기, 자루가 아니더라도
새 울음을 모아둘 곳은 많다
새들의 귀는 불안을 쌓아두는 곳이지만
사람의 귀는 각종 울음들을
쌓아놓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다
울음소리를 듣고 새의 표정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서 무얼 먹고 사는지
무슨 꽃이 필 때 제일 화려하게 우는지
비가 오면 어디에서 울음을 말리는지
언제 울음을 낳고 어떻게 분가를 시키는지 등등
세세하게 새들의 울음을 관찰하는
내 귀는 새의 도감쯤 되는 것이다
굳이 소음으로 따지자면 아마도
간신히 취합의 목록에 들거나
일상 속 번잡한 소란쯤으로 여겨져
쉽게 무시될지도 모르지만
새 울음을 모으는 취미가 생기고 부터는
다급한 구명 소리와 짝짓는 소리
갓 부화한 첫울음 소리 하나하나 까지도
모아두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의 울음을 모아놓은 숲에는
문고리나 새장이 필요 없다
새 울음 그 자체가 그 새장일 테니까
모진 자격
우리는 평생을 거쳐
나름의 자격을 얻으려 애를 쓴다.
어떤 일의 여하와 막론을 간섭해서라도
그런 좋은 자격에 들고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똑 같이
법칙과 규칙과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
코로나를 겪으며 지원책을 놓고 사람을 선별하는 정부의 대책을 보면 가난이라는 자격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강제적 규칙을 따르며 모두 부자의 자격을 따려는 세상에서 가난의 자격을 얻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참하면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나무나 바위들 같은 존재에겐 빈부가 없으니 밤낮 없이 든든하다.
모진 날들이 하염없지만
하염없음으로 위로가 되는 자격들이 있다.
김경숙_2007 월간문학 등단. 한국바다문학상. 해양문학상. 부산문학상 본상. 세종문화예술상 대상. 시집 『빗소리 시청료』 , 『먼지력曆』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