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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구:
:
:
어이구 이런…….
:
:
2.
:
조 명구:
:
:
밥버러지들아, 야 교무실이 너네 집 안방이냐 이놈의 자식들아…….
:
:
출석부로 범수와 범호의 머리통을 한 대씩 내리치던 조선생, 사친회장 아들 두태의 얼굴을 알아보고
:
그냥 지나쳐 자기 자리에 앉는다.
:
분한 표정으로 씩씩대며 조선생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범수 형제
:
:
3. 조선생, 난감한 표정의 수하를 손짓해 나지막이 속삭인다.
:
:
조 명구:
:
:
강선생! 내가 한가지 가르쳐 줄게. 서양 속담에도 있잖우 "매를 애끼면 애를 버린다" 1년동안 편
:
하게 지내려면 학기초에 꽉 잡아야 한다니까
:
:
수하:
:
:
글쎄요, 인간적으로 대…….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굳이 매를 들지 않아도 애들이 따라오지
:
:
조 명구:
:
:
아하 그게 아주, 이론상으론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니까. 그러네 한 놈딱 잡아가지고 아주 단단히
:
본때를 보여주라구. 한번 무섭다고 소문나면 그 다음은 그냥 식은 죽 먹기라니까. 안 그렇습니까,
:
양 선생님?
:
:
4. 조선생 돌아보면, 맞은 편 책상에서 업무를 보며 조선생을 힐긋거려보던 은희, 대꾸 없이 마뜩치 않
:
은 표정으로 교재 챙겨들고 일어서는데,
:
:
두태:
:
:
쟤들 도망가요.
:
:
5. 수하 돌아보면, 조선생에게 감자를 먹이다 막 달아나는 범수 형제
:
:
6.
:
조 명구:
:
:
야 자식들아 거기 안서
:
:
얼굴이 뻘개진 조선생 후닥닥 실내화를 벗어 범수 형제를 향해 내던지는데
:
:
7. 마침 안으로 들어서던 유선생의 얼굴로 날아가 맞고 떨어지는 실내화
:
:
8. 조선생은 얼른 자리에 앉고, 수하, 난감해하며 섰다.
:
:
9. 유선생,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을 부릅뜬다.
:
:
:
S# 27 홍연네 집 근처 - 오후
:
:
1. 널뛰던 게집애들, 홍구 업고 걸어오는 홍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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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
:
언니야! 빨리와, 같이 놀자.
:
:
홍연:
:
:
내 나이가 몇인데 너희같은 코흘리개들하고 노냐?
:
:
하며 심통난 얼굴로 걸어가다.
:
:
:
S# 28 읍내 양조장 입구 - 저녁
:
:
1. 읍내 제일의 부호 정주사의 환대를 받으며 선 최헌몽 주임 등 산리교 교사들. 진동하는 술냄새에
:
코를 쥐고 선 수하와 정주사를 통성명시키는 중인 최헌몽.
:
:
정 주사:
:
(수하의 두 손을 덥석 쥐고)
:
:
하-!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 두태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자, 자! 얼른 들어들 가시죠!
:
:
:
S# 29 양조장 저택 내 - 저녁
:
:
1. 상다리가 휘어져라 차려진 음식상 앞에서 권커니 자커니 하며 술잔을 돌리고 번갈아 일어서서 노래
:
를 부르는 산리교 교사들
:
:
수하, 번갈아가며 술잔을 권하는 교사들의 청을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수하의 옆에 바싹 붙어 앉
:
은 유 해리 선생, 과일을 보기 좋게 썰어놓는다던가 안주를 챙겨 수하의 그릇에 계속 채워넣는데, 공연
:
히 은희의 눈치를 살피는 수하. 건너편에 앉은 은희에게 공연히 친절한 척하는 조선생.
:
:
막걸리 병을 들고 수하의 옆으로 다가오는 정 주사
:
:
2. 수하 옆에 앉아 술 따르는 정 주사
:
:
정 주사:
:
:
아고 감사합니다. 한 잔 받으시죠. 우리 두태 어떻습니까? 이거 자식 자랑 같습니다만,
:
이런 촌구성에선 우리 그녀석 만한 아이 보기 힘들 깹니더. 아 드시죠
:
:
수하:
:
:
네에-
:
:
정 주사:
:
(잔을 채우며)
:
:
아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 하세요.
:
:
건성으로 듣는 수하와 달리,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참견해드는 최헌몽
:
:
최 헌몽:
:
:
정 주사님 어려운 게 어디 한두 가지야 말이죠, 으이? 낡은 학교 강당도 그렇고……. 다 재건 시대 아
:
닙니까, 재건 시대, 으이?
:
:
정 주사:
:
(얼른 자리를 피하며)
:
:
자, 차린 것 없지만, 많이들 드세요!
:
:
무안해지는 최 헌몽.
:
:
정 주사님, 으이, 으이.
:
:
3. 어느새 잔을 가득 채워들고 일어서 좌중을 두러보며 큰 소리로.
:
:
조 명구:
:
:
자, 자! 우리 다 함께 '옴니아' 한번 합시다!
:
:
'좋지' 어쩌구저쩌구 하며 일동 잔을 채워 드는 동안.
: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주보는 수하와 은희
:
:
조 명구:
:
:
자, 아모리, 빈시트, 옴니아!!
:
:
일동:
:
(잔을 높이 들며)
:
:
옴니아! 옴니아!
:
:
4.
:
수하:
:
(술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고)
:
:
조선생님, 조선생님. 저 아모레……. 무슨 옴니얀가 그게 뭐예요.
:
:
조 명구:
:
:
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내 잔 한 잔 받으면 갈쳐 드리지!
:
:
조선생이 세숫대야 만한 바가지에 막걸리를 가득 채워 수하에게 권한다.
:
수하, 그 바가지에 기가 질린다.
:
:
아이 참 사내 대장부가 이깟 막걸리 한 잔에 주눅든 게요? 강선생님 이거 숙맥이야, 쑥맥
:
:
정 주사:
:
:
우리 막걸리 보약이예요. 이거
:
:
수하, 잠시 말이 없다 은희와 시선이 마주치자 공연히 호기롭게 바가지 받아 들고, 숨도 안 쉬고 단숨
:
에 잔을 비워 낸다.
:
수하가 빈 바가지에 다시 막걸리 채워 내밀자 찔끔하는 조선생
:
:
아구, 됐어. 됐어.
:
:
주위 시선에 마지못해 잔을 들이키던 조선생, 잔 너머로 은희와 시선 마주치자 그 바람에 사래가 걸렸
:
는지 기침을 해대며 바가지 잔을 떨어뜨린다.
:
:
5. '그것 보라'는 표정으로 혀를 차는 유선생-
:
:
유 해리:
:
:
어후 덩치만 커다랳지 조 선생님야말로 정말 숙맥 아니신가?
:
:
박장대소하는 일동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꼴의 조선생
:
:
6. 숟가락을 거꾸로 들고 벌떡 일어서는 양주사-
:
:
양 풍주:
:
:
산리에 새로 오신 처녀 총각 선생님을 위해서 노래 한곡 하겠시다.
:
:
"안돼", "참으쇼" 등 야유를 보내는 일동. 여자처럼 머플러를 머리에 두른 양 주사 몸을 비비 꼬며-
:
:
애 ~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두 몰래 내던지고
:
말만 듣던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꽃분이도…….
:
:
:
S# 30 홍연네 마당 - 밤중
:
:
1. 부엉이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나뭇가지에 걸린 달
:
:
2. 방문 마루턱에 턱 괴고 홀로 걸터앉은 홍연. 나뭇가지에 걸린 달을 쳐다보며 살짝 미소 짓다가, 때
:
론 금방 한숨을 푹 내쉬다가 연극배우처럼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반복한다.
:
방문이 와락 열리면, 요강에 걸터앉은 홍연 모가 눈 비비며 홍연을 내다보고 혀를 찬다.
:
:
홍연 모:
:
:
아이야 자다 말구서리 처녀귀신처럼 앉아서 무시기 청승임매?……. 아~ 달거리 함매?
:
:
대꾸도 않고 홍연 모 코앞으로 방문을 쾅 닫고
:
:
홍연 모:
:
:
아구 아구 아구…….
:
:
3. 다시 달을 쳐다보는 홍연
:
:
:
S# 31 양조장 연못가 - 밤
:
:
1. 달빛 어린 연못가. 불켜진 양조장 저택으로부터 선생님들의 노랫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간
:
간이 새어나온다. "앵콜, 앵콜, 앵콜이요", 유해리 노래 "그리움 마디마디 이슬 되어 맺혔네. / 노오란
: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와서 연못가 나무에 기대 '웩, 웩' 거리는 수하. 다시 구토증 느껴 토하려 하지
:
만 헛구역질만 한다. 뒤에서 등 두들기는 손. 연못 물가에 비치는 은희의 모습.
:
:
은희:
:
(손수건을 얌전히 건네며)
:
:
괜찮아요?
:
:
수하, 손수건을 받아 들며 애써 웃어 보인다. 그 위로 맹렬하게 울리는 맹꽁이 소리
:
:
:
S# 32 홍연네 마당 - 아침
:
:
1. 포대기에 싼 홍구를 들이밀며 홍연 모가 다가서면, 계속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홍연
:
:
홍연아, 홍연아 이 애미가 오늘 읍내로 일감 받으러 간다.
:
:
2. 홍연, 사립문 밖으로 줄행랑친다.
:
:
홍연 모:
:
:
안 했슴매? 아이구 저 에미나이!
:
:
:
S# 33 5-1반 교실 - 낮
:
:
1. 제비처럼 입을 모아 합창하는 아이들
:
난희는 계속 음정이 틀리고. 범수, 범호는 노래책 뒤에 감춘 도시락에서 슬쩍슬쩍 반찬을 꺼내 입에
:
털어 넣고 우물거리고, 두태패는 번갈아 가며 손거울로 계집애들 얼굴에 햇빛을 반사시키는 장난질에
:
키들거리고
:
:
일동:
:
: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가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나보고 꽃같이 살자-
:
:
2. 수하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면 다시 고개를 들고 그를 주시하는 홍연
:
:
3. 갑자기 옆 교실에서 들려오는 왁자하는 소음과 진동에 두리번 거리는 수하
:
:
:
S# 34 복도 - 같은 시각
:
:
1. 이웃한 교실문마다 역시 고개를 내밀고, 요란한 소음의 진원지인 4-2반 쪽을 바라보고 선 조선생,
:
유 선생 등. 황교장과 최 헌몽도 눈이 휘둥그래 4-2반 교실 창가에 붙어 섰는데
:
:
2.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진풍경의 4-2반 교실. 제각각 온갖 형태(새, 소, 말 등)의 종이 가면을 만들어
:
쓴 아이들이 책상 위아래로 널뛰듯 뛰어다니거나 기어다니며 과히 난장판인 교실을 들여다보는 황교
:
장과 최 헌몽
:
:
황 교장:
:
:
어떻게 된 거예요. 예?
:
:
노기 띤 얼굴로 4학년 2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교장과 최헌몽
:
:
:
S# 35 4-2반 교실 - 같은 시각
:
:
1. 교장과 최헌몽이 들어선 것도 모르고 계속 시끌벅적하게 책상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놀이에 열중 한
:
아이들:
:
:
최 헌몽:
:
(큰 소리로)
:
:
으이-! 조용히! 조용히-!
:
: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 최헌몽의 목소리. 보다 못해 교단 위로 올라가 교탁을 두드리며-
:
:
교장:
:
:
조용. 조용. 조용히 해요.
:
:
2. 그제야 교장을 발견한 앞자리 아이들서부터 동작을 멈추고 입을 다물며 차츰 조용해지는 교실
:
:
아니 수업 시간인데 공부는 하지 않고 왜들 이렇게 떠들어요. 근데
:
:
3.
:
교장:
:
:
선생님을 어디 가셨니?
:
:
소종이 가면을 쓴 이가 책상 밑에서 기어 나오며
:
:
가면:
:
:
여깄는데요!
:
:
4.
:
교장:
:
(설마?)
:
:
양선생?
:
:
:
S# 36 교무실 - 잠시 후
:
:
1.
:
은희:
:
:
학교가 지겨운 곳이나 오기 싫은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 오고 싶은 곳이라는 걸 가르쳐 주고 싶
:
었습니다…….
:
:
차근차근 말을 이어가는 은희를 경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하
:
:
2. 불편한 듯 몇 차례 헛기침을 하는 교장의 기색을 살피며 안절부절못하는 최 헌몽.
:
:
최 헌몽:
:
:
학굘 무슨 놀이터로 만들 작정이시우, 으이? 양선생이 다음 달 도내 학력고사 책임질꺼유, 으이?
:
:
교장:
:
:
양 선생 뜻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반 수업에 지장을 주어서야 되겠어요?
:
:
은희: 1
:
:
아니……. (둘러보며) 많이 시끄러웠나요?
:
:
3.
:
수하:
:
:
아니요. 전 야, 야외 수업 나간 줄 알았는데…….
:
:
조 명구:
:
:
난 합창들 하나 했어요?
:
:
유 해리:
:
:
무슨 소리들예요? 우리 반은 지진 난 줄 알았는데!
:
:
:
S# 37 복도 - 오후
:
:
1. 창 바끄 운동장. 비오는 가운데 축구하는 아이들
:
:
2.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이는 복도 창문 너머 수하네 반 교실 풍경. 일과가
:
끝나고 모두들 빠져나간 텅 빈 실내에 홀로 남아 아이들 수게 공책을 빨간색연필로 일일이 첨삭하며
:
꼼꼼히 검사하는 수하가 보인다.
:
그런 수하를 복도 창문께에 붙어서 교실 안을 빠끔히 들여다보고 선 시신의 주인공은 홍연이다.
:
:
:
S# 38 교실 안 - 오후
:
:
1.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친 모습으로 머리를 북북 긁는 수하. 맞춤법이 엉망인 숙제들.
:
'우지지직-' 소리에 수하 고개들어 보면
:
:
2. 물을 잔뜩 먹어 아래로 축 추진 천장 베니아합판에서 빗물이 새어 교실바닥을 적시기 시작한다.
:
:
3. 수하, 무겁게 몸을 일으켜 비새는 천장 밑으로 다가간다.
:
:
4. 물 떨어지는 곳에 양동이 받치고 돌아서다 천장 또 다른 몇 곳에서 빗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다.
:
:
5. 비 새는 천장을 쳐다보던 수하,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갑자기 교실문을 연다.
:
:
:
S# 39 복도 - 오후
:
:
1. 놀라 창문에서 떨어져 재빨리 돌아서는 홍연의 어깨너머로 들리는 -
:
:
수하:
:
(소리)
:
:
아니, 너 홍. 단이 아니냐? (홍연 돌아서면) 아, 맞구나.
:
:
홍연:
:
(낯 붉히며 돌아서서 꾸벅 인사하고는)
:
:
저……. 선생님……. 저…….
:
:
수하:
:
:
……. 어?
:
:
홍연:
:
:
전 홍단이가 아니라, 홍연이예요.
:
:
2.
:
홍연:
:
:
윤 홍연
:
:
수하:
:
:
아, 미, 미안! 선생님이 아직 이름을 다 못 익혀서…….
:
:
홍연:
:
:
……. 괜찮아요, 선생님. 전 다 이해해요.
:
:
수하:
:
:
그래
:
:
3.
:
수하:
:
:
여태 집에 안 가구 뭐하는 거냐?
:
:
홍연:
:
:
저……. 벤또를 놓구 가서요.
:
:
4.
:
:
수하:
:
:
허어, 그래. 얼른 찾아보거라.
:
:
5. 돌아서는 수하에 홍연 어쩔 수 없이 도시락 찾는 척 교실로 들어서려는데.
:
홍연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둘러맨 책보 속 빈 도시락에서 수저가 맞부딪히며 내는 달그락거리는
:
소리.
: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는 수하에 놀라 얼른 멈춰서는 홍연, 얼굴이 빨개진다. 홍연, 엉겁결에 허리 곱혀
:
인사하고 부리나케 달아나는데
:
빈 도시락의 수저가 맞부딪히며 내는 '따다다다다다-' 요란스런 따발총 소리가 빈 복도에 크게 울려
:
퍼진다.
:
:
6. 혹시나 하고 4-2반 교실 창문 너머로 기웃거리면
:
은희 역시 퇴근도 않고 비 새는 천장 밑으로 빗물을 받느라 이리저리 책걸상을 움직이며 분주하다.
:
'옳다구나' 싶은 수하, 목청을 가다듬고 얼른 교실문을 연다.
:
:
:
S# 40 4-2반 교실 - 같은 시각
:
:
1. 양동이를 받치던 은희 인기척에 부랴부랴 다가서는 수하를 돌아본다.
:
:
은희:
:
:
어머, 강 선생님!
:
:
수하:
:
: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양 선생님은 가만 계십시오. (걸레를 뻇어들고 바닥을 닦는다)
:
:
은희:
:
:
아니예요
:
:
2. 책상을 움직여 조리에 빗물을 받치는 수하.
:
:
3. 주전자 물을 양동이에 쏟아붓는 수하
:
:
4. 수하에게 다가와 앉는 은희
:
:
수하:
:
:
토요일인데, 퇴근 안하세요?
:
:
은희:
:
:
강 선생님은 퇴근 안하세요?
:
:
수하:
:
(머리를 긁으며)
:
:
아이들 글을 좀 바로 잡아주느라구요. 말이 5학년이지 맞춤법이 뭐 거의 초급반 수준인 애들이 수
:
두룩하더라구요.
:
:
은희:
:
(끄덕이며)
:
:
학부형 중에서도 문맹이 꽤 되는 걸요.
:
:
수하:
:
:
이곳 애들 대부분이 국민학교 공부가 끝이라던데……. 학굘 졸업하고도 편지 한 장 제대로 못슨다면
:
야 가르친 선생 체면이 말이 아니잖습니까.
:
:
잠시 말이 궁색해진 두사람.
:
:
5. 빗물 떨어지는 주전자, 양동이, 대야
:
:
6.
:
은희:
:
:
비가 통 그칠 생각을 않네…….
:
:
7.
:
은희:
:
:
강 선생님, 우산 있으세요?
:
: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수하
:
:
:
S# 41 읍내 퇴글길 - 해질녘
:
:
1. 멀리서 은희가 받쳐 든 우산 아래 자전거를 끌며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수하가 다가온다.
:
:
수하:
:
:
음악과를 가볼까 했었는데 웬 풍각쟁이냐며서 어르신들 반대가 엔간히 거세야죠. 그래서 이젠 그
:
저 듣는 걸루 만족할 뿐이죠…….
:
:
2. 퍼붓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흙탕물을 튀기며 노는 아이들
:
:
수하:
:
(소리)
:
:
……. 너무 제 얘기만 했죠?
:
:
3.
:
은희:
:
:
아뇨. 저두 음악 듣는 거 좋아해요. 한데 이곳이 워낙 외져 놔서 판 구하기가 여간 힘들어야죠. 그
:
러다 보니 늘 몇 가지 듣는 곡만 듣곤 해요.
:
:
수하:
:
:
나한테 엘피 좀 있는 편인데……. 우리 서로 바꿔 들을까요?
:
:
은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좋아서 입이 떡 벌어지는 수하
:
:
은희:
:
:
……. 강선생님, 스물 한 살이라죠?
:
:
수하:
:
(뒤통수를 긁으며)
:
:
예…….
:
:
4.
:
은희:
:
:
참 좋을 때예요.
:
:
수하:
:
:
아니 그러는 양 선생님은 뭐 시들어져갈 땝니까?
:
:
은희:
:
:
시들어져가는 건 아니지만 벌써 스물 다섯인걸요.
:
:
수하:
:
:
여자 나이 스물 다섯이야말로 한참 수밀도처럼 무르익어갈 나이 아닌가요?
:
:
뜻모를 웃음을 배어 무는 은희에 공연히 낯이 붉어지는 수하. 갈림길이 나오자-
:
:
은희:
:
:
벌써 다 왔네요. (골목길을 가리키며)
:
:
5. 두사람을 숨어서 바라보는 홍연
:
:
은희:
:
:
전 이쪽이에요.
:
:
수하:
:
(다급히)
:
:
집 앞까지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
:
은희:
:
:
아녜요. 바로 코앞인걸요.
:
:
수하:
:
:
그래두 제법 빗줄기가 굵은데, 그러다 감기라두 드시면…….
:
:
은희:
:
(고개 저으며)
:
:
정말 괜찮아요.
:
:
수하:
:
(급히 우산을 내밀며)
:
:
양 선생님! 그럼 이 우산이라도…….
:
:
말을 끝내기도 전에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는 은희
:
:
은희:
:
:
다음에 또 씌워주세요!
:
:
수하:
:
(주먹손으로)
:
:
물론이죠- 그럼……. (소리 높여) 아, 엘피!
:
:
은희가 길모통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아쉬운 듯 손 흔들던 팔을 그래도 들고 선 수하.
:
:
6. 그런 수하를 전봇대 뒤에 숨어 새초롬한 표정으로 엿보고 선 계집앤 홍연. 온몸이 비에 젖어 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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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입술까지 푸르르한 가운데 "앨프, 앨프……. ?" 되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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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2 수하 하숙방 - 휴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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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피판을 꺼내 닦으며 전축 대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수하. 판이 바뀔 때마다 콧노래도 곡목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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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계속 바뀌는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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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3 읍내 거리 - 휴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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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래감이 든 광주리를 머리에 인 홍연 모아 홍구를 업고 양손에 보따리 짐까지 든 채 잔뜩 입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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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홍연 걸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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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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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ㅡ 아 장난치지 말고 날래 날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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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탄 수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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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전거로 옆을 스치는 준수한 수하의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갔던 홍연 모, 좌우를 둘러보면 보따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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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덩그라니 땅바닥에 나뒹구는 채 홍연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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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석에서 나와 수하 간 곳을 바라보는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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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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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에미나이래 어데로 갔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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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4 읍내 <기쁨소리 만물수리점> 안 -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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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풍기, 골드스타 라디오, 천일표 중고 전축 등 수리를 기다리는 각종 제품들로 그득한 가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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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를 뻑뻑 뿜어내며 라디오 한 대를 고치고 있는 전파상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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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 너머로 자전거 타고 와 멈춰 세우는 수하, 수리점 진열장 안에 있는 중고 전축 하나를 유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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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다 가게 안으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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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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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끗 보고 계속 라디오 고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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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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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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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 중고 전축을 고갯짓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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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거 소리 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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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희 부:
:
(힐끗 보고 계속 라디오 고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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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손 닿아, 소리 안 나는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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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렇게 멍든 눈으로 밥상 가지고 안쪽에서 나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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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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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을 돋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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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으악 소리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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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밥상을 책상에 세게 내려놓는 난희모, 주인 사내, 도끼눈을 해 보는데, 주인 아낙 치마폭 뒤로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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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난희, 수하를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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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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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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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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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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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희 여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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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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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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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주인 사내와 아낙'-난희 부모 얼른 눈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민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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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부지런을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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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 모른 척 중고 전축의 스위치를 한 번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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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하, 난희. 와락 들려나오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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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5 교무실 -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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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햇살이 내리비치는 텅 빈 실내. 문이 드르륵 열리며 들꽃 몇 송이를 든 강주가 아무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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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확인하고 얼른 들어서서 수하의 책상으로 가 빈 화병에 꽃을 꽂아 넣는다. 만족한 표정으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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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 재빨리 교무실을 나가는 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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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면 이번엔 빨간 머리핀을 한 홍연, 조심스럽게 고개를 디밀어 좌우로 눈을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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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며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얼른 안으로 들어선다. 수하의 책상 위 화병에 꽂힌 들꽃 몇 송이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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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멈칫하는 홍연, 주위를 다시 한번 살핀 후 빼내더니 대신 뒷춤에 숨기고 있던 들꽃 한다발을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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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꽃병에 채워넣고 만족한 표정을 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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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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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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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쑤시며 조선생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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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기척에 당황해 얼른 책상 밑으로 숨는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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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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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자, 신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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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선생, 그 책상에 앉아 다리 긁적이며 신문 본다. 걸쭉한 트림과 함께 시원하게 방귀도 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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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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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 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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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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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콧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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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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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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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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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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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 저 좀 도와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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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구:
: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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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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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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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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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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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렸구나"라는 표정 (몸짓, 군소리)으로 조선생,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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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살았구나'하며 얼른 책상 밑에서 기어 나와 살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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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한편에서 유 선생의 손짓에 따라 검정 묻혀가며 등사기와 시험지를 낑낑 욺기는 조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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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6 5-1반 교실 -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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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칠판에 '일기 쓰기'라고 쓰고 돌아서는 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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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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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글짓기 숙젤 봤어요. 다들 열심히 썼고 잘 쓴 어린이도 있었지만, 내년이면 졸업반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