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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일상으로 돌아가라"
주눅들지 않는 인생, 기초는 자신의 '일상'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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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입단(入段) 축하연'이 바둑계의 큰 잔치로 자리잡고 있다. 입단이 어려워지며 나타났던 현상이고 프로입단을 위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기에 새로 입단한 사람을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일찌기 '입신(入神) 축하연'이란 것도 있었지만 입신 축하연은 좀 더 사적인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는데 반해, 입단 축하연은 훨씬 더 공적인 공간으로 나오고 있다. 연구생 '이무기'를 양산하던 입단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입단제도를 개선한 후로, 20대를 넘어서 초반이 아닌 중반에 이르러 프로입단한 경우도 늘고 있다. 2010년 입단제도를 개선할 당시, 입단 정원을 늘리는 데 다소 부정적인 입장에는 이런 거가 하나 있었다. '늦게 입단하면 프로로서의 대성이 어려우며 따라서 별 효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어차피 이창호, 이세돌 처럼 대성하는 프로는 세대별, 혹은 시대별로 1명 정도이며, 그 시대별로 나름 순수하게 '바둑'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 프로들은 랭킹 10위 안에 드는 그런 정도다. 1인자 적어도 랭킹10위안에 들지 못할 때 프로되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프로세계가 존재하지 못 할 것 같다. 적어도 바둑계에선 프로가 된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당한 '자기 입증'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 김성룡 9단, "입단한 프로의 성적은 얼마나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나이 어린 경우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 쉽다." "나이 들어 입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입단 할 수 있다면야 매우 좋다" 2월 6일, 서울 상암동 팬택빌딩, 충암도장이 주최한 입단축하연이 있었다. 자리에 함께한 김성룡 9단도 나이 든(?) 입단자들의 기쁨을 잘 이해했다. 김 9단은 작년 충암도장 입단축하연에서 사회를 맡았었다. '갓 입단한 주인공들에게 술을 많이 먹여 도장 사범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아 올해는 사회자가 못 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올해의 늦깎이 입단자인 유병용과 이호승은 '입단포인트'가 높은 상태에서 입단대회를 통과했다. 입단 포인트는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오픈대회에 참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릴 때 쌓는 점수다. 100점이 되면 입단인데 이 둘은 60점 이상씩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프로대회 본선은 물론이고 세계대회 본선도 진출할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김성룡은 앞으로의 성적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 "나이들어 입단하면 입단하지 못 한 동안 억눌려 있던 것이 있어서 그 감정이 터져 나온다. 기쁨의 강도가 다르다. 진서와 비교하면 한 수 백배 혹은 수 천배 정도의 기쁨이 있을 것이다. 집안의 걱정거리였던 사람이 자기 몫을 하게 된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안하게도 그 기쁨이 좀 위험하다. 가족과 친지, 도장 선후배, 여러 스승들도 입단 전의 고통을 잘 알고 있어서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과장하면)이런 축하와 감사의 감정들이 1년을 넘게 가고 그 이상도 이어진다. 이러면 입단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김성룡의 말이 계속된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대충 지나가게 된다고 경고한다. "입단하기 전엔 아마추어 예선과 통합예선을 뚫고 세계대회 본선까지도 진출할 수 있었지만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지 못하면 입단 전의 실력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 군대도 갔다와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금방 서른을 넘기게 된다. 김성룡 9단은 타이틀도 따봤고, 보급기사 '드립'도 많이 해봤으며, 현재도 바둑TV 명 해설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고, 한국리그 감독을 맡자마자 우승을 해내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바둑 기행문이나 관전기를 쓸 정도로 글재주도 뛰어나다. 흔히 바둑계에서 이르는 기재(棋才)는 물론이고 상당한 높은 감성지수를 가지고 있어서 다방면에 뛰어나다. 어쩌면 승부이든 뭐든 일상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신진서 초단(앞줄 오른쪽)의 가족, 옆의 형이 V자를 그렸다가 동생인 신진서가 V자를 그렸다가 한다. 신진서보다는 부모와 주위의 기쁨과 기대가 클 지 모른다. 신진서에겐 입단 전이나 후나 그다지 다를 바 없는, 그러니까 바둑에 매진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 애쓴다. 뉴스 하나라도 노력이 없으면 안 나온다. 충암도장 입단 축하연의 여러모습을 담기위해 애쓰는 김수광 기자(오른쪽) 2013년 최고의 늦깎이 프로입단자들은 유병용 초단과 이호승 초단이다. 유병용과 이호승, 그리고 사이버오로 스텝들이 1월 21일 입단대회가 모두 끝난 직후 을지로 3가 부근 식당에서 저녁과 술을 함께 했었다. 입단에 성공한 둘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프로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입단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그런 느낌을 들었다. 둘은 그것을 '주눅들어 있는 것'으로 표현했다. 둘이 거의 동시에 같은 내용의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했다. "공부하다보면 누가 뭐라하는 사람들이 없는데도 입단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주눅들 때가 생긴다.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데도 자꾸 그런 느낌을 가질 기회가 많아진다. 정말 친한 프로기사를 응원갔을 때 조차도 그 대회장 분위기에 혼자 끼이지 못 하는 그런 것들이다. 친한 동료와 선 후배가 입단했을 때도 그런 게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우리가 워낙 잘 아니까 아직 입단 못한 후배들에게도 진정으로 잘 해줄 생각이다" ![]() ▲ 사회자가 느닷없이 경례를 시켰다. 우렁차게 “필승”을 내지르며 경례, 아직 각이 살아있다. 입단 전까지 여자친구와 절교하고 연애도 끊었던 유병용 / 사진 : 김수광 기자 ○● 유병용 초단 "아직 입단하지 못하고 군대 문제 고민하는 후배들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유병용은 입단한 지 얼마 안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병용은 88년생이다. 스물 다섯, 사회적으론 어린 나이지만 바둑계, 프로 바둑계에서는 늦깎이 입단이다. 입단하지 못한 채 택한 군입대는 유병용에게도 괴로운 것이었다. 해병대는 스스로가 직접 선택했다. 아마 군입대 전의 아픔을 잊고 싶었을 것이다. 무척 고통스런 기억도 현재가 행복하면 추억이 된다. 유병용은 "막상 훈련받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굉장히 후회했지만 나오니까 할 만했다는 생각과 더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후배들에게도 해병대를 추천하지만 다들 가려고는 안 한다."며 웃는다. ![]() ▲ 한국기원 입단대회, 입단을 확정 지은 후 어디론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이호승. "아니 이런, 스물 여섯밖에 안되었는데 최고령이라니" / 사진 김수광 ○●이호승 초단 "내가 최고령이라니, 겨우 스물 여섯인데" 이호승은 유병용보다 한 살 많은 87년생이다. 이호승은 가족력이 있어 술은 전혀 안한다. 살이 점점 더 붙고 있어서 건강도 더 챙기는 편이다. 입단한 이호승 또한 아직 입단을 하지 못 한 후배들에 대한 격려부터 먼저 했다. "입단을 준비중인 후배들은 나를 보면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걱정할 거 없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나는 더 잘두잖아'면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호승은 가까스로 입단에 성공했지만 유병용과 달리 큰 고민이 남아있다. 군입대다. 그래서 군입대까지 남은 1년 남짓한 기간이 자신의 프로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너무 짧은 최전성기일 수도 있다. 이호승은 "군에 입대할 때까지 최선의 인생을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 충암도장 입단 축하연 자리에 모인 동료 선후배들이 같이 기뻐하고 있다. 이호승과 유병용은 프로 입단 준비를 하며 아마추어 선수로 오래 활약했다. 아마추어 바둑계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하는 후배들에게 조심스레 조언을 꺼낸다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개선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대회자체가 시니어, 주니어로 대회 나뉜 것 뿐 아니라 아마추어 행정 전반의 모든 것들이 시니어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너무 소극적이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큰 대회에서 상금만 홀랑 따서 뒷풀이나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등) 젊은 아마추어들 스스로의 자업자득이라 말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 1월 21일, 입단대회를 통과한 유병용 초단과 이호승 초단은 자리를 옮겨 을지로 3가 히노키친에서 '백만장자의 꿈'을 마셨다. '알싸한' 이름 때문에 간혹 시키게 되는 술이다. 제조사 Nigata Meiiyo, 720ml, 15.5%, 쌀로 만든 술이다. 언제나 그렇듯 꿈은 달콤하다.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꿈이 이뤄지면, 혹은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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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