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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만큼 더 정의로워졌을까?
한때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정의’라는 키워드가 있다. 당시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너도나도 책을 구매하고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방한할 때면 독자들이 구름같이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의 ‘정의 열풍’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졌을까? ‘정의’라는 주제로 온 사회가 들썩였던 그때와 비교해 우리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정치는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사회, 세상이나 사회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다시 “정의”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한 강의에서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개인을 바꾸고자 하는 각자의 혁명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모두가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지만 쉽게 정의로워지지 않는 이유를 추상적인 이상향의 사회나 시스템에서 찾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진석 교수의 말에 비추어 ‘개인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희생자’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작 일상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인 상황에서는 정의롭게 행동하지 않은 채, ‘정의란 내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 『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는 독자들에게 정말 많은 통찰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지적인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정의에 관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의란 기본적으로 어떤 이상적인 상태, 즉 세상의 방식이나 완벽한 정부 시스템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느끼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고 반응하고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정의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나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의 문제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독자들, 혹은 합리화를 통해 외면하는 독자들이, 정의가 우리의 삶에서 왜 중요한지, 그리고 정의가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얼마나 친근한 것인지를 친절하게 깨닫게 되는 ‘정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네 자유와 권리는, 딱 네가 저항한 만큼 찾는다”라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을 “정의로운 세상은, 딱 내가 정의로운 만큼 찾는다”라고 자신에게 바꾸어 말해 보면 어떨까? 이제 사회로서의 정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정의를 이야기할 때다.
👨🏫 저자 소개
로버트 C. 솔로몬
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히 니체 수업을 청강하다가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비롯한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사상적 토대를 두고 감정과 철학, 비즈니스와 철학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아카데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철학이 삶의 현장에서 성찰의 자원이 되는 담론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실험했다. 아내이자 철학적 동반자인 캐슬린 히긴스 교수와 함께 쓴 『짧은 철학사』(A Short History of Philosophy)와 『니체가 진정으로 말한 것』(What Niezche Really Said)을 비롯하여 『철학의 기쁨』(The Joy of Philosophy), 『회의주의자를 위한 영성』Spirituality for the Skeptic) 등이 있다. 감정철학 관련 저서로는 『열정: 감정과 삶의 의미』(Passions: Emotions and the Meaning of Life), 『사랑에 대하여: 우리 시대를 위한 연애의 재발명』(About Love: Reinventing Romance for Our Times), 『정의를 향한 열정』(Passions for Justice), 『느낌에 충실하기』(True to Our Feelings) 등이 있고 비즈니스윤리 관련 저서로는 『윤리학과 탁월성』(Ethics and Excellence), 『비즈니스에 대해 생각하는 더 좋은 방법』 (A Better Way of Thinking about Business) 등이 있다. 45권에 이르는 저서 및 편저와 함께 2000년에는 국제감정연구학회(ISRE) 회장을 역임했고, 체이스맨해튼은행, AT&T, 폭스바겐 같은 유수 글로벌 기업의 자문역을 맡았다. 2007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중 폐동맥 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 목차
서문 · 5
감사의 말 · 10
서론
정의란 무엇인가? · 24 ┃ 정의의 역사 · 32 ┃ 정의와 절망: 정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방법 · 42 ┃ 정의의 수사학 · 49 ┃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자인 것이 잘못인가? · 55 ┃ 누가 정의로운가? · 64 ┃ 정의에 대한 열정: 교화를 위한 담론 · 69
1장 ┃ 정의 감각: 감정과 이론들
정의의 감정들과 자신에 대한 인식 · 87
복수의 문제와 부정적 감정들 · 95
감정과 이성 · 104
신념의 병리학 · 116
사회계약과 자연 상태 · 125
2장 ┃ 정의, 탐욕, 그리고 좋은 삶
추상적인 탐욕 · 141
플라톤의 문제: 자기 이익과 정의 · 149
플라톤의 해결: 국가 · 160
탐욕에 대한 재성찰 · 170
이기심의 신화 · 182
좋은 삶 · 188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중요성: 중간의 길 · 202
3장 ┃ “타고난” 감정으로서의 정의
자연의 정의 · 225
정의는 본능인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 237
이타주의의 사회생물학 · 246
확장하는 원과 상호적인 이타주의의 발흥 · 259
맞대응과 협력의 진화 · 269
무리의 리더: 진짜 자연 상태에서의 정의 · 283
본조 침팬지에게 있어서의 정의: 공정함에 대한 어떤 영장류의 개념 · 295
사회계약과 “자연 상태” 재고 · 305
4장 ┃ 맥락, 문화, 갈등 속의 정의
무엇이 정당한가? · 321
정의의 차원들 · 337
“단순한 정의” · 351
부자와 가난한 자: 전통과 능력과 시장 · 360
기본욕구, 기본 권리 · 378
정의롭지 않은 세계에서의 정의 · 391
5장 ┃ 정의와 도덕 감정
도덕 감정의 역사 · 410
정념의 문제: 정의로서 감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 421
감정의 인식론 · 437
돌봄과 동정심 · 451
감상과 감상성(감정의 키치) · 471
6장 ┃ 정의의 함양과 “부정적” 감정들
불의의 우위와 그 정념 · 490
원한resentment과 정의의 기원 · 515
정의와 복수의 정념 · 536
보다 확장된 자아에 대한 정념: 충성심, 명예, 수치 복원 · 564
결론 · 581
옮긴이 후기 · 587
📖 책 속으로
당신이 프랑스 음식점 쉐누에서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중인데, 홈리스인 걸인 한 명이 당신에게 다가와 푼돈을 정중하게 구걸한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무시할 것인가? 사과할 것인가? 지갑을 꺼내려고 하겠는가? 경찰을 찾겠는가? 당신의 감정은 무엇일까? 연민? 분노? 경멸? 두려움? 스스로 의롭다고 느끼는 우월감? 정치적 비판이 당신 마음을 빠르게 훑고 지나갈까? (“대체 정부는…?” 이라든가 “왜 이 사람들은…?”) 같은 비난. 아님 신학적이 될까? (“오직 은총만이…”라든가 “인자하고 권능하신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동전 몇 푼을 주나? 당신의 저녁을 함께 나누나? 길에서 그와 동참하나? 의원에게 글을 쓰나? 사회주의 캠페인을 벌이나?) 당신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그저 그 상황을 간과하고 그저 가던 길을 가서 부르고뉴 풍의 소고기를 음미할 것인가? …
--- 「서론」 중에서
정의란 배양되어야 할 열정이지, 형성되고, 숙달되고, 사회에 부과된 추상적인 원칙들(그것의 합리성에 대해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간에)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논지이다. 정의는 소크라테스의 통찰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 감정들의 촉발과 더불어 시작된다. 그 감정들로는 시기, 질투, 분개, 개인적으로 속았다는 느낌이나 무시당한다는 느낌, 앙갚음하고자 하는 욕구 등이 있다. 하지만 물론, 냉소적인 사람들이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나눔, 연민, 공감, 관대함의 기본 감정들도 있다. 정의의 원칙들이 무엇이건 간에, 돌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감각, 다른 인간들,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사적으로 우리가 전혀 모르는 다른 존재들의 복지를 이해하고 개인적으로 보살피는 능력 없이는, 그 원칙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 사랑이 있는 곳에 정의 감각은 필요 없다는 이유로, 우정과 가족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의가 떠맡는다고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른 사람들이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랑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정의 감각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 「1장 정의감: 감정과 이론들」 중에서
플라톤이 정의로 의미하는 것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분명히 플라톤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문제라든가 진보적인 과세에 대한 논쟁 같이, 우리가 매우 관심 있어 하는 정의의 여러 측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이상 사회에서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 민주주의에서 그가 비판하는 것의 많은 부분들이 우리에게는 불편하다. 하지만 정의가 추상적이거나 고립된 삶의 측면이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의 본질이라고 하는 그의 기본적인 사고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고 매력적이다. 올바른 존재가 되는 것과 자기 자신의 관심을 추구하는 일이 별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하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그 자신의 답변이다. 정의는 잘 사는 것인 동시에 올바르게 사는 것이며, 그 둘은 분리할 수 없다. 우리는 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가? 올바르지 못한 것은 완전한 사람, 충만한 시민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내적으로 찢겨지고 갈등하는 존재가 되는 것, 충분히 합리적인 존재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 자신의 참된 본성에 어긋나고, 불행한 존재가 되는 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 「2장 정의, 탐욕, 그리고 좋은 삶」 중에서
정의는 본능인가?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오늘날 철학자들은 본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의는 극대화와 권리를 논하는 고도로 합리적인 전략 언어로만 논의된다. 명백히 그런 전략과 개념들은 선천적이지 않다. 즉 어떤 의미로도 “타고난 것”이 아니다. (소소하게 언급하자면, 그것들이 우리의 타고난 지적 능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제외하고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의로 인정되는 것이 이성 이전의 욕구나 요구의 충족이 아니라, 순수하게 합리적인 기준의 만족(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거나, 모든 사람은 그 자격만큼 얻어야 한다)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가정한다. 물론 우리의 합리적인 기준이 이성 이전의 충동과 상충한다고 가정할 이유는 없다. 기실 합리적 기준이 충동을 발화하고 표현한다고 가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본능이 그렇게 빈번하게 부인되어 온 이성의 영역이 실제로는 본능을 살펴볼 좋은 위치일 수 있다.
--- 「3장 “타고난” 감정으로서의 정의」 중에서
우리가 ‘시장’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제도, 즉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규정하는 그 비체계적 협의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매우 다른 차원의 정의가 우리의 고려에 들어온다. 물론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시장은 그저 능력의 척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달러의 경쟁에서, 그리고 성공과 더불어 오는 존경과 찬사의 경쟁에서 노력과 효율성과 창의성은 거의 항상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능력과 시장이 전적으로 협력한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제품을 발명하고 그 보상으로 부자가 된 젊고,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한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능력과 시장의 완전한 궁합이란 환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똑같이 가치 있는 제품을 발명한 사람들, 유사한 통찰력을 가지고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는 다른 발명가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 그저 명목상의 사례금만 거두어들였다. 몇몇 대기업이 특허를 낚아채서 마케팅을 통해 한몫 벌었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발명가가 사업가로서 무능할 수 있고 그들의 제품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팔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 「4장 맥락, 문화, 갈등 속의 정의」 중에서
우리 시대의 인기 있는 사회철학의 보다 충격적인 측면 중 하나는 “공상적 박애주의자”에 대한 만연해 있는 당당한 경멸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목표만 가지고 있는, 친절한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들이 뭐가 잘못이겠는가? 문제는 동정심이 그 자체로 잘 모르고, 심지어 멍청하고, 방향성이 희미하고,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점이다. (비록 스스로는 바로 그 반대인 척하지만.) 그래서 보통 동정심은 그 이전에 어떤 것도 명백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친절한 행동이나 돕는 방법의 탐색을 촉발하지만, 그것은 또한 빈번하게 성급한 행동을 유도하거나 필요할 수 있는 냉정하고 전문적인 행동(예를 들어 의료 긴급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블룸은 동정심이 이미 희망 없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고, 동정심을 받는 사람들의 곤경에 너무 많은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동정심은 “상황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근거하여 그릇되게 이끌어질 수 있다.”
--- 「5장 정의와 도덕 감정」 중에서
때때로 감정 그 자체가 불의를 구성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불의의 감정을 드러내는 감정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두려움, 슬픔, 혐오, 굴욕감 같은 소위 “안 좋은 감정들”도 있다. 만약 괴로움, 고통, 박탈의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가 왜 불의 감각을 가지는지, 불의 감정이 어떻게 발판을 얻을 수 있는지 알기 힘들다. (이것은 결핍을 정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 여기는 흄 같은 철학자들과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그 결과 누가 고통을 겪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불의를 주로 원칙의 위반으로 보는 철학자들을 구분할 한 가지 이유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고통을 겪고, 우리가 겪는 몇몇 고통(실은 거의 모든 고통들)은 정서적인 것이다. 우리의 정의 감각을 구성하지는 않지만, 종종 정의에 대한 관심의 주제가 되는 특히 불유쾌한 감정들이 있는데, 현저한 것이 두려움과 굴욕감이다.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의의 목적 (홉스와 로크를 따르는 일부 철학자들은 목적이라고 말한다.) 중 하나이다. 로버트 노직은 무장 강도 사건에서 물건이나 현금을 잃지 않더라도 공포의 본질적인 불쾌감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권리가 침해당하는 방식을 조명한 바 있다
--- 「6장 정의의 함양과 “부정적” 감정들」 중에서
정의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내가 지인들에게 말하면 “너는 정의가 있다고 믿니?”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었다. “아직도 산타클로스를 믿니?”라는 질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 거야?”라고 물을 때와 같은, 개인적 탐문과 정교한 불신의 어조였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정의의 존재를 “믿는다”는 문제가 아니라고 나는 답한다. 만약 정의라는 말이 인생은 공평하고 우리는 모두 우리가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너무나 많은 비극들이 존재하고, 우리가 눈을 열기만 한다면, 마땅히 가질 “자격이 있는”지 아닌지 알아볼 기회도 결코 얻지 못 하는 수천만의 사람들이 있다.
--- 「결론」 중에서
🖋 출판사 서평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만큼 더 정의로워졌을까?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한 강의에서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개인을 바꾸고자 하는 각자의 혁명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때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정의’라는 키워드가 있다. 당시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너도나도 책을 구매하고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방한할 때면 독자들이 구름같이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는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지,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 공정한 사회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열띤 논의가 벌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의 ‘정의 열풍’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졌을까? ‘정의’라는 주제로 온 사회가 들썩였던 그때와 비교해 우리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정치는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사회, 세상이나 사회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다시 “정의”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지만 쉽게 정의로워지지 않는 이유를 추상적인 이상향의 사회나 시스템에서 찾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진석 교수의 말에 비추어 개인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희생자’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작 일상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인 상황에서는 정의롭게 행동하지 않은 채, ‘정의란 내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 《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네 자유와 권리는, 딱 네가 저항한 만큼 찾는다”라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을 “정의로운 세상은, 딱 내가 정의로운 만큼 찾는다”라고 바꾸어 말해 보면 어떨까? 이제 사회로서의 정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정의를 이야기할 때다.
정의는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느끼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상황에 행동하고 반응하고 추구하는 방식이자 감수성의 문제이다.
이 책은 지적인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정의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책,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은 정의,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부정의에 대한 예리한 의식, 부정의에 대해 무엇인가 하자는 촉구는 선한 삶의 핵심적인 요소이며, 따라서 그것은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관심이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정의가 익명의 제도들, 시스템들, 정부들의 특징이 아니라, 무엇보다 개인적 관심의 문제이자 개인적 덕목이고, 또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는 우리의 느낌, 의도, 시도의 문제이지,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만약 제대로 실행된다면, 정의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고양되고 추상적이고 경이로운 개념으로 너무나 격상시켜 놓았고, 정의의 실행을 제도들과 시스템들에게 너무 일임해서, 정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따라서 여기서 옹호되어야 할 생각은, 정의가 기본적으로 어떤 이상적인 상태, 즉 세상의 방식이나 완벽한 정부 시스템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느끼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상황에 행동하고 반응하고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일찍이 1970년대에 감정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여 감정의 중요성을 설파한 이 책의 저자이자 철학자인 로버트 C. 솔로몬은, 정의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나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정의는 배양되어야 할 감정이지 사회에 부과된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고 한다. 흔히 정의라고 하면 추상적이고 멀리 있고, 거대하고, 비인격적인 어떤 이상, 익명의 제도, 시스템, 정부가 갖춰야 하는 원칙, 기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의는 개인적 관심의 문제이자 덕목의 문제이고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의 개념을 추상적인 이상의 개념으로 고양시키고 정의의 실행을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개인의 책임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철학에서 왜곡되고 폄하되어 온 감정을 재평가하면서, 감정에 인식 능력과 판단력, 통찰력이 있으며, 감정은 삶과 이성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 정신의 삶에 있어 중심 요소라고 본다. 그리고 정의는 소크라테스의 통찰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 감정의 촉발과 더불어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정의를 촉발시키는 기본 감정에 단순히 연민, 공감, 나눔, 관대함, 돌봄의 감정뿐 아니라, 시기, 질투, 분개, 앙갚음 등 소위 부정적인 감정도 포함시킨다.
감정으로서의 ‘정의’뿐만 아니라
좋은 삶에 대한 통찰로서의 ‘정의’를 말하다.
솔로몬의 정의 논의는 정의를 감정으로 본다는 점 외에도, 인간성과 ‘좋은 삶’에 대한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그는 우리의 인간성을 이기적이고, 자기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거나, 선천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공동체에서 떨어져서는 단순한 생존은 물론이고 자기 이익이나 자기만족이 불가능한 사회적 존재이다. 우리는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라기보다, 애착과 애정, 사회적 정체성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사회적 존재이다. 개인의 행복이나 효용은 우정과 공동체 없이는 의미가 없고 정의는 ‘함께하는 행복의 추구’이다. 우리는 개인으로서 좋은 삶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싶어 할지 모르나, 사실은 우리가 함께 그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삶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정의라고 그는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이런 삶, 이런 정의를 방해하는 것이 우리의 추상적인 거대 이데올로기이고, 자신의 필요와 자격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탐욕’이다. 탐욕에 대한 그의 논의는 무척 흥미로운데, 그는 탐욕을 단지 자본주의 사회가 조장한 병폐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도 탐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보기에 현대사회에서 탐욕이 문제적인 것은, 그것이 가진 추상성과 만족을 모르는 끝없는 욕망의 성격이다. 그것은 자신의 진정한 욕망, 진정한 필요, 진짜 기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더 많은 것을 향한 만족을 모르는 의미 없는 욕망이라고 솔로몬은 말한다. 탐욕은 목표가 없고, 자제나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영원히 좌절감을 주고, 그렇기 때문에 탐욕을 가진 사람들은 덜 가진 사람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고, 자신들은 냉소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는 자신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와 더불어 시작되고 ‘추상적인 탐욕’을 제거하는 것이 그 첫 목표 중 하나라고 솔로몬은 말한다. 그 점에서 우리 대부분의 경우는, 정의의 반대는 불의라기보다 탐욕이라고 솔로몬은 말하는데, 우리 시대의 감정을 뼈아프게 지적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감수성이고,
오직 행함으로써만 키워지는 감수성이 바로 정의다.
솔로몬의 이 책은, 불공평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정의에 따라 우리가 품고 기대하는 세상의 간극에서 오는 실망을 피하고자 과도하게 이론을 추상화하거나, 현실을 합리화하고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에게 간곡하게 말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조금씩, 작은 변화들을 추구하면서 작은 정의들을 추구해야 한다고 솔로몬은 말한다. 구체적인 잘못과 부정의를 바로잡거나, 혹은 적어도 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그는 촉구한다. 그에 의하면 세계의 변화는 새로운 이론, 새로운 이데올로기, 새로운 합리화가 아니라, “관대함에서 나오는 한 작은 행동이 연이어 나와 수천만의 행동으로 쌓여 진정한 세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솔로몬의 문제의식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정의를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정의를 단념하거나 외면하거나 합리화하면서 타인의 존재 상황과 고통에 대해 무감하고 자신의 성공, 명예, 칭찬만을 끝도 없이 축적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잘 사는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정의로운 것, 다른 사람의 행복을 염려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잘 사는 삶의 일부이다. 그리하여 정의는 우리 자아의 본질적인 일부이면서,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감수성이고 오직 행함으로써 키워지는 감수성이다. 감정, 도덕,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철학자, 로버트 C. 솔로몬의 이 책은 정의 문제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독자들, 혹은 합리화를 통해 외면하는 독자들 앞에, 정의가 우리의 삶에서 왜 중요한지, 그리고 정의가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얼마나 친근한 것인지를 친절하게 알려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웅변과 열정적인 지성으로 쓰여진 로버트 C. 솔로몬의 이 도발적인 책은 우리의 행동, 제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끔찍하게 불공정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Publishers Weekly》
일반적인 감정에 대한 풍부한 설명과 도덕적 삶의 섬세한 질감에 대한 예리한 안목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윤리학 Ethics》(사회, 정치, 법률 철학에 관한 국제 저널)
모든 주요 철학자 중에서 로버트 C. 솔로몬은 우리가 철학적 질문에 접근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감정을 중심적인 위치에 놓는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적이고 명확하며 예리한 미국식 정의 이론을 제시합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The Philadelphia Inquirer》
여기에는 보편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설득력 있으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는 아름답게 논증된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도록 생각을 자극하는 논문과 같습니다.
《뉴어크 스타렛저 Newark Star-Led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