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가도 가도 상처뿐인 삶이었다여러 번 남자의 무력에 무참히 몸을 빼앗겼고여러 번 사랑으로 심하게 다쳐 죽을 고비를 넘겼기에더 이상은 무엇도 바라지 말자고...행복을 꿈꿀 수조차 없도록 술을 따르고 몸을 팔며극한의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삶이었다그런 내 삶 속에 들어와눈부신 곳으로 끌어내 준 그 사람...내 상처뿐인 과거까지도 사랑하고 보듬어준 그 사람...마음이 아름다운 그는 과거 또한 어찌 그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그는 한 여자와 사랑하다가 떠나는 그녀를 보내주고 난 후에도한결같은 모습으로 기다렸다 했다하지만 나를 만났으니이젠 그녀를 잊을거라 했다그렇게...과거에 묻혀 살던 서로의 삶을 위로하며그와 나......정말 많이 사랑했다그와 나......정말 많이 행복했다다시없을 사랑이었고, 다시없을 행복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랑도 행복도 그를 붙잡기엔 한없이 부족했음을먼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만난 지 한 해가 지나 우린 결혼을 약속했다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 주겠다며그는 좀 무리해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맞춰 주었고매일 밤 난 그 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비춰보며그의 신부가 된다는 떨리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결혼식을 앞두고 불과 한 달 전...난 우리 사랑,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로 만들어진 우리 아기가내 뱃속에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너무나도 가슴 벅찬 기쁨을 느끼며 단숨에 그의 회사 앞으로 달려갔다정작 그에게 말하려고 하니 부끄러워수줍은 웃음으로 망설이고 있는데...아직까지도 귓가에서 맴돌고 있다한 순간에 우리의 운명을 바꿔 놓은그의 핸드폰 벨소리...그리고 전화하는 동안 심하게 떨리던그의 목소리...마지막으로...... 나를 혼자 놔두고 급히 달려나갔던 그의 발자국 소리까지...영원히 잊지 못할 그 소리들만으로도나는 그녀가......오랫동안 그의 마음속에 묻혀 있던 그녀가그에게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칠 후 그가 전화했다미안하다...널 정말 사랑했고,그래서 옛사랑 다 지워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 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넌 보이지 않았어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다... 결혼은...없었던 걸로 해야할 거 같다...........보내줄게요... 이해해요...사람은 누구나 더 행복해지길 원하니까...그 행복을 찾아가는 건 당연한 거니까...그러니 제게 미안해할 건 없어요근데 우리 운명은 신기하도록 닮아 있나봐요저에게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우리 아기, 우리 아기가 있거든요......) 결혼식 날...우리가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던 그 날그와 나는 함께 결혼식장에 서 있었다꿈에 그려왔던 멋지고 듬직한 신랑그 옆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신부그리고...그 사람이 보면 당황할까봐 멀리 사람들 틈에 숨어 축복해주는 나...그를 보낸 후 쉴새없이 울기만 해서 눈물대신 핏방울이 흐를 듯 쓰라린 눈에환한 그의 웃음이 보였다내가 신부였음...그이 저보다 훨씬 밝게 웃었을 거라고애써 날 위로하며 눈물을 참았다잠시 감았던 눈을 뜨니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신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나의 그를 빼앗은 나쁜 여자인데미워하고 싶은 만큼 미워해도 될텐데하나도 밉지 않고 예쁘기만 했다내가 신부였음...저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을 거라고또 한번 날 위로하며 눈물을 참았다...결혼식에서 마지막 그의 모습을 본지어느새 1년이 지났다그리고 어제......그는 존재조차 모르는 불쌍한 우리 아기가...그이가 그토록 바랬던 예쁜 딸아이가...연약한 몸으로 태어나 몇달도 채 못살고인큐베이터 안에서 싸늘히 식어버렸다...우리가 같이 사랑해서 얻은 생명을우리가 같이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그는 내 가슴속에서 날 아프게 했고난 엄마인 나도 견딜 수 없던 그 아픔이 우리 아기까지 희생시키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그래서 건강한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사랑하는 아가...엄마한테 대신 울어달라고 울지 않았던 거였구나잘했어, 아가야...얼마든지 울어주마건강히 살아있다면 평생 흘렸을 니 눈물 모아한 방울 남김없이 엄마가 다 흘려주마...그리니 우리 아가...제발...엄마 없는 하늘에서도 울지 말고환히 웃어주렴...무서워도 심심해도 조금만 기다려주렴...엄마도 곧 따라가서 우리 예쁜아가 돌봐줄 테니까...사랑하는 당신...이 글을 쓰고 나서 저는 세상을 떠나려해요당신의 신부로서 입지 못해 슬픈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훨훨...하늘로 날아 오르려 해요이렇게 죽는 저를 바보 같다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불쌍하다고 저를 동정하며 슬퍼하지도 말아주세요제겐 목숨보다 소중했던 당신과의 사랑...그 사랑을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너무나도 행복한 죽음인걸요세상에서는 너무 멀리로 잃어져버린 당신이라다가갈 수도 없는 사랑이지만하늘에서는 우리의 사랑이 천사 같은 미소로 엄마를 반겨 주겠지요...살면서 잃어버리기만 했던 사랑,죽은 후엔 영원한 사랑으로 지켜낼게요당신도...언젠간 하늘에 오르게 되겠지요혹시라도......어리석은 부탁인거 알지만...그땐 저와 우리 아기 곁에 머물러 주실 수 없을까요...아니,우리 아기 한 번만이라도 안아주실 수 없을까요...사랑하는 당신...모르시겠죠...지금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당신께서 주셨던 행복의 여운으로아직까지 저는 이토록 행복하기만 해요죽음도 두려움 없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니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안녕히......부디 당신도 행복하시길......
조관우 - 사랑했으므로.. 글속의 남자분이 남겨주신글이랍니다..그 여자(죽고나서)분의 어머니가 유서대신 이글을 전해 주셨다고하네요..그러나 실화가 아니길 바랍니다...정말이지 소설이었으면 ..니꼴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