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창 밖으로 비가 내립니다.
또 우울해지는 날이네여.
습관처럼 담배 한 대 베어 물고....
잠시 옛생각에 젖어 봅니다.
제가 처음....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이루어 냈던 건....
중딩이 된 두번째 가을 소풍길이었습니다.
그리 높지 않던 산 중턱쯤에
어지러히 남겨져 있던 옛토성의 흔적들을 보면서 였었지여.
이제는 거의 다 허물어진....
그리하여 낯설고 비장함까지 느껴지게 하는
그런 토성 주변을 노닐다....
아마도 그 토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음직한
커다란 돌맹이 하나를 만나면서 부터였습니다.
누군가에겐 의미없는 돌덩이로 지나쳤을 수도 있는
아니 어느 숨가쁜 여행객에게는 바쁜 걸음에 걷어 채이는
귀찮고 성가시기만했을 그 돌덩이를 보며
전혀 알 수 없는 묘한 상념에 빠져 들었던 거져.
어떤 간절함이 한움큼 훑고 지난듯 싶은 그 자리에서....
그리하여 삶의 텅빈 공허와 최초로 맞닥트린 그자리에서
전 처음으로 돌덩이가 제게 말을 할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다를 처음 본 그런 충격같은 것처럼...
그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을 보낸 돌덩이가 지닌 처연의 미학이
강력한 흡입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듯한 그 돌덩이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하며....
녀석(?)이 순순히 허락해 준 그 자리에 등을 기대곤
멀리 옥작거리며 사는 작은 마을들을 바라보았었지여.
서늘한 한 줌 바락이 목덜미를 스치며....
삶의 희열도 느꼈고
비탈진 벼랑에 아슬아슬 매달린 고목을 보며....
움켜 쥐어야 할 것과 놓아버려야 할 것들의
순차적 순위도 가늠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치만....
지금껏 녀석(?)이 제게 남겨준 가장 강력한 기억은....
그 따스한 온기와 체취였습니다.
마주댄 등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녀석의 온기....
그리고 가만히 코끝을 간지러오는 오래되고 묵은 향기는
녀석이 믿을만하고 넉넉한 놈이라는 인상을 지워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니까요.
낡고 오래된 것들의 힘....
그리하여 단순한 아름다움과 지속력이 주는 강인함.
녀석(?)이 제게 전해준 잊지 못할 선물이자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뒤....
돌맹이처럼 살아보겠다고 꽤나 어수룩한 삶을
지낸듯 싶습니다만....
태생이 글 가볍고 입 간지러운 넘이어선지....
여전히 복잡다단한 삶을 살고 있는듯 싶습니다.
.... .
.... .
.... .
.... .
간밤엔 비가 많이도 내렸습니다.
굵은 장대비가 연신 창문을 두들기더군 여.
마음이 무거워....
서둘러 치킨 한마리 배달시킨뒤....
조용히 술 잔을 비워나갔었지여.
그래도 무언가 허술한듯 싶어....
몇곡의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늦도록 잠 들지 못하고 계속 들었던듯 싶습니다.
소싯적(?)....
장마비가 잔뜩 퍼붓던 외롭고 축축한 날엔.... .
무진장 쏟아지던 그 빗속을 달리며
차안에서 뉴트롤즈에 아다지오를 듣곤 했습니다.
분명....
또 다른 고독속에 빠져드는 자신을 쉬 발견할 수 있었어여.
그때 내가 보아둔 풍경과
내가 생각했던 잡념들 조차
지금까지 명료하게 떠오릅니다.
유난히 높고 파란 하늘....
선들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교정에 누워....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노라면....
자연스레 비틀즈의 Because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그때 내가 상상하고 키워왔던 모든 꿈들이
비록 전부 현실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꿈이란, 풍부하고 감성 어린 상상이란.....
가꾸고 키워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편이기에
아직도 전 비코즈의 음율과 색 바랜 당시의 조각꿈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한 무명 가수가 되었지만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제가 대딩 초년병 시절,
처음으로 의미(?) 깃든 이별을 하곤
늘 찾던 카페에서 즐겨 듣던 곡이 하나 있었습니다.
[신 윤식]씨의 [슬픈 토요일]이란 노래였져.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당신이 타인이 될 때 난 멍청히 앉아만 있었죠.
미워하지도 못하는 마음은 온통 슬픔에 찼어요.
어찌나 당시 제 심정을 콕콕 찔러대던지.... .
오가던 사람들이 수근 거려도
쩍 팔리게 그 카페서 한참을 울었던 듯 싶네여.
후에 공부한답시고 세상사를 멀리하면서....
제 기억이 무뎌졌고....
그와 함께 저 분의 이름도 더불어 묻혀 버린 건 아닌가 싶어
괜시리 미안스런 감정이 들곤 했었지여.
음악이란 그런것 같습니다.
모르고 대할때나....
아무 의미없이 지나칠 때....
낯선 음악, 무의미한 소음이 되기도 합니다만....
나름의 의미를 달고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게되면
내 음악, 우리 소리로 느껴지는 거지여.
창 밖으로 또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쉬 잠들지는 못할듯 싶습니다.
본시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금새 감상에 빠져드는 넘이니까요.
한밤중에 우체국을 찾았던 경험처럼....
오늘도 두서없이 잠시 편지방에 머물다 갑니다.
깊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정도 증세면 이미 정성이 아니라 일종의 몰입같은 것이
아닌가 잔겁이 나기도 하네여.
그럴적마다....
저녁 노을이 붉은 하늘가를 바라보며 그런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오늘.... 또 어디선가 멀고 먼 사연 하나가
조용히 잠들기 시작할거라고....
그리고 그런 사연들이 머무는 편지방이기에
난 오늘도 편지방을 찾게 될거라고....
꽤나 시간이 지났네여.
이제 돌아가 따끈한 차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낼 또 하루를 살아내야하거든요.
편한 저녁 되시고.... .
늘 마음에 평화를 바랍니다.^^
또 바엽~~!!
우울하고 두서없는 묘지가 드렸습니다. (__*)
PS - 늘 길게쓰던 ps.. 말씀드린대루.. 눈다래끼 때문에 당분간 읍습니다. -_-"
첫댓글 이곳 서울도 비가 내립니다.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님글 읽으니 나두 우울모드입니다.아~이런 날 동동주에 파전 먹으면 참 좋겟다..나랑 술 친구 할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ㅋㅋㅋ....묘지님아~!빨랑와요..오늘 술 한잔 어때요?....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요...늘 행복하소서~
동동주에 파전.... 좋지여^^ 언제 한 번 달려가면 원없이 사주시길^^ 행복하세여^^ (__*)
돌맹이에 등을 기대고 있노라면, 따스한온기도 느껴지고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버리지요,,묘지님의 글을보며.늘 상념에잠기며.옛추억을 생각하게 해주는군요,어릴적 소꿉놀이를 하던 그큰 비석이 생각납니다..여전히 음악은 좋아하시는군요,,비틀즈" 저도 좋아합니다.ㅋ 얼렁 약사드세요,좋은날 되세요..^&^
또 찾아주셔서 감솨~~!!^^ 냅 이미 약은 사먹었습니다^^ 얼렁날께여~~!! 행복하세여(__*)
님이 가라앉아 있으니 따라 가라앉고 싶네요~전 오늘 빗속을 걸었지요~우산을 바쳐 들고 우리 직원이랑 공설운동장을 돌고 돌고 또 돌았지요~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그냥 그렇게~님~!! .. 평안한 밤이 되시길 바래요~~~*^^*
^^ 님의 향기가 전해집니다 늘 고운글 주시는 님의 심성과 꼭 맞는 행운이 함께하시길~~!! 감솨여~~!! (__*)
눈 다래끼 고생좀 하시겠네요 이렇게 더운날에 ...ps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님께 더 행복하시라는 말씀 드려야겠네여^^ 행복하세여(__*)
오늘은 왠지 님처럼 상념에 잠기고 싶어라...올만에 님을 대하였더니 웃음은 간데 없고 같은 느낌만 공유하고 갑니다.님~~~~~때로는 고독도 아름다운 시간으로 여행함 해보자구요........님.....화이팅!!!!
네^^ 아름다운 여행 ... 너무 그립군여^^ 한동안 너무 지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 스스로에게 조금 여유를 주어볼까도 생각중이네여^^ 항상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여^^ (__*)
의미있는 글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역시 그대는 재주가 많군요. 글 내용에 따라서 독자들에게 콩트모드와 우울모드로.. 자유자재로 이동 시키니까..-,-;;
그때그때 기분내키는 대로 쓰는 넘이라 사실 별의미는 없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기에도 글 실력이 부족하구여. 행복하소서(__*)
묘지님 의미있는 음악과 또 다른 많은 사연들이 잠들어 가는 깊은 밤 편안한 밤이 되시길요...우울모드는 말고 웃음모드만...ㅎㅎㅎ~눈다래끼 빠른 쾌유를 빕니다...(^&^)
친절하신 베사메님^^ 늘 댓글 늦어 죄송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주구장창 행복하세여^^ (__*)
안~뇽...기분은 좋아 지셨나요???...좋은 하루 시작 하시어요
감솨~~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당^^ 항상 행복하시어요^^ (__*)
묘지님의 글은 길어서 첨과 끝만 읽다보니...ㅋㅋㅋ... 늘 첨에는 담배를 꼬나물고로 시작하는데 그 폼이 약간 멋있어서 담배값 오른다고 울랑 담배 끊기를 종용하고 있는데 그냥 놔둬야 하나 갈등 생깁니다.ㅋㅋㅋ
담배..아주 훌륭한 소품이져^^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처럼 보이지 않게 해주거든여^^ 봄님 행복하세여^^ (__*)
묘지님의 기분이야 어떻든 늘 잼나게 써 주시는 글에 머물지 않을수 없는게 습관이 되어 가는듯 싶습니다.. 참으로 읽을수록 글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재주를 갖고 계시는 분이군요...! 눈다래끼 빨리 나으소서...^^*
언냐야..그래서 지가 묘지님이 재주가 많다고 하는 겁니다..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뇨자가 ...-,-;;
그라문 우리는 또하나의 공통점을 가졌구먼,,ㅋㅋ, 낸도 한 자존심하거든...! 차라리 꺽이고 말지 휘지는 않는기라~ㅎㅎㅎ
낸 몬살아요..미챠...ㅎㅎㅎ
휘지도 꺽이지도 말자..차라리 봐(-,-;;)주자,...ㅎㅎㅎ
어제 약국서 근무(?)하시는 묘령의 여자분께 부탁해서 쥐어짜고 물어 뜯었더만 이제 작은 부스럼처럼 혈흔들만 남아있네여^^ 곧 낳겠져 머^^ 칭찬과 염려 감사해여^^ 행복하소서^^ (__*)
봐 주는것 보다는 차라리 용서를 해주자구~ 그게 인심 후하고 낫제..ㅎㅎ
묘지님~ 아픈데도 와이리 웃끼시노~? 쥐어 짜기야 했겠지만,, 설마한들 물어 뜯기야 했을꼬,,?! 아고 배야~@@$$&&
흠.. 누가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것에 생각을 한다는 것이 참 좋은것 같습니다.. 하루속에서 그냥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하루의 팔만육천사백초속에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때가 많으니까요.. 묘지님.. 지가 후딱가서 눈다래끼 처방글 찾아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제는 비도 오니...꿀꿀한 맘에 술한잔 생각나더라구요. 제가 입주한 아파트가 2달밖에 안되었는데, 그 카페에서 채팅하다가 띠동갑 어린사람이 집에 초대를 해서 닭바베큐랑 이슬이를 거하게 했거덩요.. 그랴서 당장 글 보구 올리겄습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소서.
지는 오늘 기분도 그렇고..바로 건너 사는 뇨자집에 삼겹살 몇근 사가서 이슬이도 한잔하고 저녁 때우고 오렵니다..^^
댓글에 제 징그럽게 긴 글만큼 많은 사연을 적어주시는 군여^^ 이리 관심을 주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지여^^ 가을 출조전까지 행복하소서^^ (__*)
눈다래끼 빨랑 나으시길....
빨랑 나을께여^^ 또 찾아주셔서 감사하단거 알져? ^^ 행복하세여(__*)
(귀여븐님(원래는 넘인디)) ... 돌마자 죽을라나......나혼자 한 소린디~~
넘이라는 소리가 더더욱 정겹게 느껴질때가 있지여^^ 태양님~~ 감솨여^^ 행복하시구여(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