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이나 먹으며 희희락락하는 재벌
재벌 총수 소집을 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큰일 나는 것으로 안다. 권력자가 어묵을 먹으며 입에 미소를 지우면 미소 지으며 어묵을, 떡볶이를 먹으면 입을 찢는 대회라도 하듯 떡볶이를 먹는다. 한국의 재벌이라는 자들의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양아치들이 똘마니들을 데리고 길가 노점에서 음식을 사서 질서정연하게 먹는 모습과 나무나 닮았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분노를 억누른 그런 모습도 보인다. 그룹의 회장으로서 떵떵거리던 자들이 똘마니와 같은 행동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분하기도 할 것이고 부끄럽기도 할 것이다.
기업 총수들이 회의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면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기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많은 총수가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던 전통시장에 가서 윤석열의 행동에 맞춰 분식을 먹는 것은 볼썽사납다. 총수들이 저리도 굴욕스러운 태도를 보이니 권력이 기업을 개나 소 부리 듯하는 것은 아닐까.
권력과 경제는 적정한 거리를 둔 채 협력 관계에 있어야 한다. 권력이 경제 위에 군림하고 경제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조종당하면 어떤 경우라도 자유경제라고 할 수 없다. 독재경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재벌 중에는 기업이 권력의 하녀가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줄을 서서 어묵을 먹고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본 국민은 뭐라고 할까. 정권에 엎드리고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는 재벌 총수의 모습에서 정권에 의해 재벌도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재벌 총수가 이러는 데에는 기업의 비윤리, 비도덕성이 그 배경에 있는 것은 아닐까. 정상적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기업의 재무가 튼튼하다면 권력의 이처럼 줄을 서서 어묵을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권력자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권력의 들러리 노릇은 당장 집어치우려면 먼저 똘마니들처럼 서서 어묵 먹는 것을 거절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어묵을 먹든 말든 ‘NO’라고 외치고 그것을 뛰쳐나와야만 기업이 권력의 종 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에는 언제쯤 그런 재벌 총수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