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설날이라는 말과 같은 우리나라의 명절이다.
설은 시간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날인데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도 있고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설날 아침은 따로 원단(元旦)이라고 부른다.
으뜸 원, 아침 단 자로 새해 아침을 뜻한다.
한자 단(旦)은 대지 위로 해가 막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것을 우리 조상들은 순우리말 동이 트다는 멋진 말로 나타냈다.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나태주 시인의 시 새해 인사는 담백하면서도 새길수록 감칠맛이 난다.
새해를 맞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우리가 매일매일 받는 귀한 선물들 많은 사람은 이것을 잊고 산다.
해님, 달님, 별빛, 새소리와 구름, 꽃과 물소리, 바람과 풀벌레 소리
이 밖에도 얼마나 많은 선물이 주어 지는가
오늘도 어김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선물로 전해진다.
나태주 시인 덕분에 감사함이 더욱 깊게 확장되는 아름다운 아침이다.
새해를 맞아 웃어른께 드리는 인사를 한 단어로 새해문안이라고 한다.
절을 하며 웃어른께 안부를 여쭈는 것은 절문 안이다.
나태주 시인의 새해 인사는 현란한 말 한마디 없어도
그 어떤 새해문안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서정적이고 감수성 넘치는 그의 시어는 정평이 나 있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노래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동요다.
그 노래에 섣달그믐을 까치설이라고 하였다.
까치설이라는 말은 우리말이 전해오면서 변형된 것이다.
원래는 아치설 혹은 아찬설 등으로 불려 왔다.
아찬설의 뜻은 이른 설이라는 말이며 묵은세배를 하는 날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자지 않고 1년 동안 은혜를 입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면서 세배를 하는 날이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하여
밤새도록 어른들을 찾아뵙고 절을 하라고 한 것이다.
설날이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TV에 유명인들이 나와서 시청자들을 향해 덕담을 하면서 큰절을 한다.
대부분이 양손을 벌리고 절한다.
그러나 이것은 예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보통 세배를 할 때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나 축하하는 경우에 하는 예법이고
상사나 애통한 경우에는 손의 위치를 반대로 한다
절을 할 때도 할아버지, 세배받으세요라고 하는 손주들이 많은데
원래는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명령형이기 때문이다.
앉으세요나 절 받으세요 등의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인사 올리겠습니다.
혹은 인사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높임법을 썼다.
물론 이와 같은 표현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 바꿔야겠지만
아직은 명령형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절하는 사람이 제자나 친구의 자녀
연하자일 지라도 이들이 성년일 경우에는 답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큰절은 어른이 답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높은 분께 하는 절이다.
과거에 공자가 나이 차이가 10년이면
친구처럼 하되 약간 뒤에 간다라고 했듯이
10년은 친구, 그 이상은 어른으로 대우하면 별 탈이 없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손의 방향이다.
손은 공손하게 맞잡고 손끝이 상대방을 향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누워계신 분이나 아픈 분께 절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절대 절을 해서는 안 된다.
설날이 되면 즐거운 일도 많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즐겁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명절 후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이제는 명절 행사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은 지키고 조금씩 변하는 과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요즘은 유림에서도 제사 지내는 방법을 바꾸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차량정체도 마다하지 않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안은 채 설 귀향길에 나설 것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그리운 고향과 부모를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고유한 한국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갈수록 핵가족화돼 단절된 생활에서 설 명절은
부모와 형제자매 친인척 등 우리 삶 속의
가족과 뿌리를 함께 찾게 하는 소중하고 뜻깊은 자리다.
설날 대화는 가족 간의 허물은 토닥이고 위로하는 시간이 돼야겠다.
설날의 참된 뜻은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이번 설은 외로운 이웃을 살펴보고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설날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