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과 김기현 동시 불출마 선언하라
최근의 정치는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그만큼 구경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구경거리의 핵심 관점 포인트는 여당에서 친윤과 비윤의 갈등, 야당에서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의 치고받는 모습이다.
여야는 당내 주도권을 쥔 주류와 주류에 대항하는 비주류 사이의 날 선 공격과 방어가 치열하다. 그렇지만 비주류가 주류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도 비주류에서 주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는 것에는 주류와의 갈등을 끌어올림으로써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공천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에서는 더 재미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태경의 김기현 대표에 대한 공격이다. 하태경은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며 “제가 김기현 대표한테 무릎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면서 김기현의 불출마뿐만 아니라 대표직 사퇴 만이 답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태경의 말이 옳은 것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하태경은 영남 다선의원의 기득권을 버리고 서울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출마하려는 지역이 종로구라고 밝혔다. 하태경이 해운대구 출마를 대신에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것은 희생으로 보인다. 그 희생이라는 것의 실체를 살펴보면 희생이라고 보기 어렵다. 꼼수처럼 보인다.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이 희생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태경이 김기현의 대표직 사퇴와 불출마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두 사람 모두 양지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영남권 다선 의원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받은 것도 같다. 차이가 있다면 하태경은 험지 출마를 하겠다고 하고서는 비교적 양지인 종로구 출마하겠다고 하고 있고 김기현은 험지 출마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에만 차이가 있다.
하태경이 김기현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먼저 희생해야 한다. 희생은 하나다.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하태경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에게 불출마를 압박한다면 하태경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 김기현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두 사람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금이라도 하태경은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김기현과 영남권 다선 의원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해라. 그렇지 않고 김기현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모습은 참 추접해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나는 그대로 살아 있을 테니 너는 죽어’라고 억지 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