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의 단골
엄경자 세종사이버대 교수
서울 송파동 ‘뜻한바’의 당귀닭곰탕(앞)과 민물장어튀김./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대한민국 여성 소믈리에 1호로 꼽히는 엄경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가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 1학년 때였다. “불문과에 입학해 프랑스 문학을 읽다 보니 와인이 있었고, 그래서 마셔봤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마시면 머리 아프던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였어요. 저의 첫 와인은 국산 ‘마주앙’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와인의 매력에 빠져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엄 교수는 보르도 CAFA 소믈리에 학교를 한국인 최초로 졸업했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조르주 블랑’과 미국 나파밸리 유명 와이너리 ‘메리베일’에서 연수한 뒤 귀국해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수석 소믈리에로 12년간 일했으며, 최근에는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아티오)도 썼다.
“호기심 대마왕”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와인 이외에 다른 술과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영국의 세계적 주류 교육기관 WSET에서 일본 사케(청주) 인증 강사 자격증을 땄고, 코르동블루 요리 학교에서 불랑제리(제빵)와 파티세리(제과)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요즘은 학생들과 막걸리를 빚기도 해요.”
술과 음식에 두루 해박한 엄 교수에게 즐겨 찾는 단골 식당, 그리고 거기서 어떤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뜻한바
“오마카세(요리사가 알아서 내주는 내주는 코스 요리)로 나오는데 요리 가짓수나 수준에 비해 저렴한 편이에요. 와인과 사케를 각각 15종 갖추고 있는데 음식과 두루 어울려요. 저는 주로 사케를 마시죠.”
최창오 오너셰프(조리장 겸 주인)는 일본에서 배우고 일한 요리사답게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일식 터치가 가미된 음식을 전채부터 후식까지 7가지를 낸다. 예를 들어 식사로 나오는 닭곰탕에는 일식 주먹밥(오니기리)처럼 밥을 뭉쳐 살짝 구워 낸다. 덕분에 더 고소하면서 바삭한 밥이 진한 닭 국물과 풍성하고 깊은 맛을 낸다. 메뉴가 2주마다 바뀌어 자주 가도 지겹지 않지만, 좌석이 12개에 불과해 예약이 쉽지 않다. 가격이 높지 않은 대신 식당 술을 2인당 1병씩 시켜야 한다.
코스 메뉴 4만9000원.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6-9, (02)420-8062
벨라스가든
“브런치 먹고 싶을 때 즐겨 찾는 집이에요. 파스타와 등심이 맛있어요. 로제 파스타가 대표 메뉴인데, 브런치니까 가볍게 화이트와인 한 잔 정도 곁들여요.”
파스타로 이름난 석촌호수 맛집.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꽃 장식이 시선을 잡아 끄는데, 이것 말고도 식당 곳곳에 화분이 많고 테이블도 생화로 꾸며져 있어서 화원에서 식사하고 차 마시는 듯한 분위기다.
꽃게로제파스타M 2만3000원, 아보카도 트리오 2만4000원.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42-19, (02)424-4243
갓포아키 삼성점
“일식이지만 세계 여러 요리법과 재료를 더하고 재해석해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음식을 내요. 젊은 층한테 인기 있는 집이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가도 좋아하실 듯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구운 금태를 꼭 시키는데요, 여기에는 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하이볼’을 마셔요. 제가 와인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서울의 갓포(かっぽう·割烹) 유행을 선도한 집이다. 갓포는 ‘칼과 불로 음식을 만든다’는 뜻으로, 이자카야와 로바다야키보다 고급스럽고 격조 있는 요리 주점을 말한다.
사시미 모음 5만9000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10 글래드코엑스센터 B2, (02)6203-8660(삼성점)
락희옥
“와인부터 전통주, 사케, 맥주 등 어떤 술과도 어울리는 음식이 있는 한식 주점이죠. 저는 와인을 마음껏 마시고 싶을 때 가요. 코키지(손님이 들고 온 와인을 따주고 잔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에 대한 비용)가 없거든요.”
엄경자 소믈리에 겸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
와인업계 종사자들에게 인기 높은 주점. 술을 사랑하는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느낌이 메뉴 구성이나 맛에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엄 교수는 “민어회를 먹을 때는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샤르도네 품종 화이트와인을 곁들인다”고 했다.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크리미(creamy)한 질감을 가진 화이트와인이 민어 특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려요. 너무 가볍거나 산미가 도드라지는 화이트와인은 그 감칠맛을 살리지 못해요.”
보쌈 3만8000원, 락희옥 불고기 2만5000원, 성게알 3만5000원.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63 영서빌딩 1·2층, (02)582-5958(서초교대역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