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오십은 넘었을 나이
점퍼를 걸친 사내와 일 바지 입은 아낙네
저수지 물가의 느티나무 아래 앉아서
저녁노을 바라본다
이미 오래 함께 살아온
그들의 뒷모습
아무 말 없이
정물처럼 그 자리에 머물다가
차츰 흐려지면서 마침내
어둠이 되어버릴 때까지
아쉬운 잔영을 길게 남기면서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9.01. -
김광규 시인은 열두번째 시집을 펴내면서 쓴 산문에서 “새들이 모이 먹는 모습을 보면, 주위를 살피는 시간은 꽤 길고, 먹이를 삼키는 순간은 아주 짧다”면서 이러한 새의 행위는 “주변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틈틈이 적어놓았다가 몇 번이고 고쳐서 한 편의 시를 만들어내는” 시인의 시 쓰기와 비슷하다고 적었다. 이 시도 말하자면 해질녘의 한 풍경을 유심하게 살폈다가 퇴고를 거쳐서 쓴 역작이라고 하겠다.
중년의 부부가 있다. 생활의 수수한 의복을 입었다. 저수지가 있고, 그 곁 나무 아래에 나란히 앉아 있다. 부부의 뒷모습은 닮았고, 둘 사이에는 절로 마음이 통하니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다. 부부는 마치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날이 어둑해져 부부의 뒷모습은 어둠에 점점 묻히고, 두 그림자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따뜻하면서도 적적(寂寂)한 삶의 풍경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