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김인환 신작 에세이
『자본론』으로 사람됨의 의미를 묻다!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신작 에세이. 인문, 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성실히 펼쳐온 김인환 선생은 신작 『근대의 초상』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어긋남의 체계, 일용할 기계, 가치론과 문화라는 세 편의 글과 함께 자본론에 대한 절요를 실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30년 동안 비평론과 문학사를 가르쳐온 선생 김인환이 비평론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자본론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비평가는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현상학자일 수밖에 없다고 할 때 우리가 자본론을 읽고 그려낼 수 있는 각자의 모상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마주할 때 이 책이 품고 있는 의미는 진정으로 확장된다 할 것이다. 김인환은 우리에게 『자본론』을 교양서로 읽고 근대 역사 이해에 참고하는 새로운 독법을 일러준다. 사람은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만 사람답게 살 수 있기에 인간에게 자유는 함께 자유로움이다. 지구에 사람이 없어지면 공해 없는 좋은 지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자본론』에는 사람됨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들어 있다.
👨🏫 저자 소개
김인환
1946년 6월 2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양방송 PD부에 입사했으나 정한숙(鄭漢淑, 1922~1997) 선생의 권유로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에 「박두진론」을 발표하며 문학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르쿠제의 『에로스와문명』(1972)을 처음 우리말로 옮긴 후 프로이트와 라캉을 연구하여 1985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37호)에 라캉을 한국 최초로 소개한 논문 「언어와욕망」을 발표했다.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2011년까지 32년 동안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정신 분석학과 경제학, 역사와 철학, 수학과 한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을 가로지르는 독자적인 사유를 현실 비평에 폭넓게 펼쳐 왔다. 2001년 김환태평론문학상, 2003년 팔봉비평문학상, 2006년 현대불교문학상, 2008년 대산문학상, 2012년 김준오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 『형식의 심연』 『한국고대시가론』 『문학교육론』 『문학과 문학사상』 『다른 미래를 위하여』 『기억의 계단』 『의미의 위기』 『현대시란 무엇인가』 『The Grammer of Fiction』 『과학과 문학』, 옮긴 책으로 『에로스와 문명』 『주역』 『고려 한시 삼백 수』 『수운선집』 등이 있다.
📜 목차
머리말 … 4
어긋남의 체계 … 13
일용할 기계 … 33
가치론과 문화 … 67
『자본론』 절요 … 83
참고 문헌 … 117
📖 책 속으로
비평론 강의의 마지막 한 주일에는 강의가 있는 그해에 나온 시집들 가운데 몇 수의 시를 골라서 학생들과 함께 분석해보았습니다. 시를 읽고 처음엔 시가 아니라 시와 관련된 자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시의 내용을 학생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게 한 다음에 시의 표현에 대해서 학생들이 질문하게 하고 학생들이 대답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시의 가락과 말꽃을 스스로 이해하고 시의 의미를 새롭게 뜯어 읽을 수 있게 될 때쯤 한 학기 강의가 끝납니다. 강의실을 나오기 직전에 저는 엉터리 칠언절구로 학기 강의를 휘갑했습니다.
자본론정신분석
한문영어독불일
판본평전문학사
항불망집중세부
굳이 한자로 쓰지 않아도 의미를 짐작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자본론과 정신분석을 공부해야 한다. 한문과 영어를 모르면 국문학을 공부할 수 없고 번역서를 읽더라도 독일어와 프랑스어와 일본어를 알아야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 공부는 사전과 문법책을 가지고 하는 판본 연구에서 시작하여 작가의 작품 전체를 생애와 대비하여 해석하는 평전 연구를 거쳐서 문학사 연구에서 끝나는 것이다. 한국에는 슈바이처의 『바흐 평전』 같은 좋은 평전이 너무 적다. 정신분석은 평전 연구에 필요하고 자본론은 문학사 공부에 필요하다. 공부는 대충 하면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30년 동안 매년 했어도 한문이나 일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더러 보았으나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끝내 보지 못했고 융이나 라캉을 공부하는 학생은 더러 보았으나 자본론을 읽는 학생은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정년하고 10여 년이 지나서 교수 시절 일은 다 잊고 있었는데 올해 설에 “선생님의 문학사를 다 읽어도 자본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예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무슨 변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한 권의 작은 책을 얽어보았습니다.
2023년 8월
일훈(一薰) 삼가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김인환 신작 에세이
『자본론』으로 사람됨의 의미를 묻다!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신작 에세이를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인문, 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성실히 펼쳐온 김인환 선생은 신작 『근대의 초상』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어긋남의 체계, 일용할 기계, 가치론과 문화라는 세 편의 글과 함께 자본론에 대한 절요를 실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30년 동안 비평론과 문학사를 가르쳐온 선생 김인환이 비평론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자본론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비평가는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현상학자일 수밖에 없다고 할 때 우리가 자본론을 읽고 그려낼 수 있는 각자의 모상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마주할 때 이 책이 품고 있는 의미는 진정으로 확장된다 할 것이다. 김인환은 우리에게 『자본론』을 교양서로 읽고 근대 역사 이해에 참고하는 새로운 독법을 일러준다. 사람은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만 사람답게 살 수 있기에 인간에게 자유는 함께 자유로움이다. 지구에 사람이 없어지면 공해 없는 좋은 지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자본론』에는 사람됨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들어 있다.
근대사회의 경제 체계는 쉬지 않고 확대되는 견고한 체계이지만 그 바탕에는 어긋남이 내재하기에 사람들은 위기와 동요를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경험하게 된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근대사회의 이 어긋난 사개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김인환은 근대를 가리켜 어느 누구도 조정할 수 없는 경기의 상승과 하강을 경험하면서 모든 사람이 부도와 실직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시대라고 정의한다.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망하기는 하더라도 절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론』이 그려놓은 근대사회의 초상화가 의외로 어긋난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 있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고유의 쓸모를 가지고 있는 상품은 노동의 산물이다. 노동력은 생산과 기계 소모에 지출된 노동시간을 노동 과정 속으로 이전한다. 우리는 하나의 상품을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다. 상품들에는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동질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론』은 이러한 상품의 보편적 동질성을 가치라고 했다. 상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것은 구체적 노동이 아니라 질적인 차이를 제거한 추상적 노동이다. 우리는 노동력의 양을 노동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모든 노동에서 특수성을 제거하면 남는 것은 지속적으로 구별되는 노동시간이다. 근대사회는 상품의 쓸모를 만드는 구체적 노동이 상품의 가치를 만드는 추상적 노동으로 끊임없이 환원됨으로써 구축되고 영속된다.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단결하여 투쟁해야 임금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업가들은 노동자의 요구를 힘껏 방어해야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은 인간의 생활양식을 결정하고 욕구를 채워주는 수단이다. 근대사회는 상류사회와 기층사회로 나누어져 있으나 계급 없는 상품 형태가 그 계급구조를 은폐하고 있다.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왜소하게 느끼게 되고 자신이 만든 상품을 낯설게 느낀다. 노동 자체가 타인을 위해 타인에게 지시받는 노역이 된다. 그들은 개인의 욕망과 자유를 규정하는 상품을 통해서만 서로 관계하게 된다.
『자본론』은 임금을 노동의 가치라고 보지 않고 자본을 근면의 결과라고 보지 않고 이윤을 기업가의 보수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한 시각은 보편적 자유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김인환은 말한다. 자본론의 여기저기에는 보편적 자유에 대한 암시가 짧게 언급되어 있다. 자본론에는 사실을 분석하는 문장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환상을 암시하는 비현실적인 문장들이 섞여 있고 그 부분들이 읽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임금과 이윤을 결정하는 계급 투쟁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자본론』의 가설은 불확실한 추측이지만 자본론의 교훈은 노동시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 있다. 김인환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 『자본론』의 좋은 점임을 말하며 비판적으로 읽기를 이 작고도 깊은 책을 통해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