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액상 감기약
마시는 감기약을 꾸준히 자주 복용하면 카페인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병원 가기가 귀찮아서, 알약 복용이 부담돼서 등의 이유로 동화제약의 판콜S, 판피린Q 등 마시는 감기약을 구입해 먹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피로회복제나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는 감기약을 매일 먹는 사람도 있다. 자주 먹어도 괜찮은 걸까? 습관적으로 마시는 감기약을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함께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감기약 먹으면 카페인 중독 될 수도
마시는 감기약을 자주 꾸준히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페인 중독에 빠져들 수 있다. 카페인에 중독되면 수면장애, 불안감, 심장박동·맥박·혈압 증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마시는 감기약엔 두통 완화 효과를 내는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카페인 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 일반의약품연구회 회장 오인석 약사(수지솔약국)는 “마시는 감기약은 타 종합감기약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조금 더 높다”며 “카페인의 각성 효과로 피로가 해소될 수 있는데, 복용 후 개운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마시다 보면 카페인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카페인은 각성 효과를 내는 성분이다. 주로 커피, 차, 초콜릿, 에너지 음료 등이 카페인 함유 식품이다. 식약처가 국내 유통 식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음료의 1회 제공량당 평균 카페인 함량은 80.2mg(250mL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판콜S, 판피린Q 1병의 카페인 함량은 30mg으로, 각각 성인 기준 1회 1병씩, 1일 3회까지만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즉, 판콜의 용량용법을 제대로 지켜서 복용했다면, 에너지 음료를 1병 이상 마신 것과 같다. 오인석 약사는 “액상 감기약 속 카페인 함량 수치는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 아닌 다소 높은 수준이다”며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거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마시는 감기약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저질환 환자는 섭취 주의해야
고혈압, 당뇨, 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마시는 감기약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액상 감기약을 꾸준히 섭취하면서 다른 약을 복용한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도하게 복용하게 돼 기저질환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라면 마시는 감기약을 먹기 전에 의사, 약사와 상담한 후 복용하는 게 좋다”며 “감기약과 진통제에는 대부분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있어, 여러 약을 동시에 먹으면 아세트아미노펜을 고농도로 먹게 돼 혈압 상승, 간독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혈압 환자가 규칙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경우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는 대한신장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감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매일 마시는 감기약을 복용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오범조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먹다 보면 불필요한 성분들까지 같이 복용하게 돼 좋지 않고, 다른 약을 먹으면서 감기약까지 계속 마시게 된다면 상승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반대로 원래 먹고 있던 감기약으로 인해 약효가 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 복용해야 효과 볼 수 있어, 감기 예방 목적 복용은 안돼
마시는 감기약은 초기 감기 개선에 좋고 감기 증상 또는 콧물, 재채기, 기침, 오한, 몸살 등 감기 제반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예방 목적으로 액상 감기약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간혹 마시는 감기약이 감기 예방에 도움 된다는 말을 믿고 감기 예방을 위해 액상 감기약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속설이다. 오범조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 마시는 감기약을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져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분들이 종종 있다”며 “마시는 감기약은 면역력 향상과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시는 감기약을 일주일 이상 감기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건 좋지 않다. 일주일 이상 감기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하거나 약사와 상담하길 권한다. 단순 감기가 아니라 인후염, 비염, 기관지염, 편도염 등이 다른 질환이 발생한 상태일 수도 있다.
흡수율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알약보다 마시는 감기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흡수율 차이는 크지 않다. 액상 감기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거나 병원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알약 중에서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오인석 약사는 “마시는 약이 알약보다 1~2분 정도 약 흡수가 빠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물 없이도 한 번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측면에선 좋지만, 구체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듣고 그에 맞는 약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 폭이 넓은 알약 복용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