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여정 71회(1010)
집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고 지내왔던 근 일 년 동안의 생활이다.
모처럼 자매들 간의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다.
집에서만 지내는 *민희를 위해 언니인 *민경이 자매들만의 모임을 주선한 것이다.
오랜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는 *민희를 위해서 *민희의 집에서 가까운 고급식당을 예약해 놓은 민경의 배려다.
“어서 오너라!”
*민경이 *민희를 보며 반색을 한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동생인 *민영이 역시 반색을 하며 반긴다.
“내가 늦었네!
마침 나오려고 하는데 막내며느리가 와서 내가 갈 때까지 있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오느라고 조금 시간이 지체가 되었어요.”
“그랬구나!
이제 며느리들이 잘 하지?”
“그럼요!
이제 큰 며느리의 병이 낫기만 하면 집안이 화평하고 좋아질 거예요.”
“그동안 네 고생이 참으로 많았다.
네가 낳은 자식들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
“언니!
막상 닥치니까 다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병이 들어서 집으로 찾아온 며느리가 어찌나 가엽고 불쌍하던지 거두지 않고 어쩌겠어요?
그래도 그이의 며느리고 자식인데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작은언니!
아무리 그래도 작은언니처럼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작은언니의 성품이 남들과 달리 곱고 인자한 것은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온 정성을 다해서 며느리를 보살핀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어요?”
*민영이 역시 *민희에게 건네는 말씨가 예전과 달라져 있다.
“우선 맛있는 음식이나 먼저 먹자.”
음식이 나오자 그녀들은 음식 맛을 음미해 가면서 식사를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자매들끼리의 만남이고 식사였다.
“네 남편이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고맙더구나!
아무리 잘 해도 그것을 모르는 남자들이 많은데 네 남편은 네 고생을 알고 안타까워하면서 며느리의 병이 나으면 너를 데리고 단 둘이서만 살아가겠다는 말을 하더구나!”
“네!
참으로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늘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안쓰럽다는 말을 자주해 주곤 해요.”
“작은언니가 그런 형부를 만나려고 젊어서 그렇게 고생을 한 모양이야!
참으로 작은 형부를 보면 볼 때마다 믿음직스럽고 정이 가는 사람이에요.”
“고맙다.
나도 살아가면서 참으로 고맙고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단다.”
“그래, 그렇게 서로 위해주면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네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비록 자식들로 인해 고생스러워도 그것마저 보기 좋단다.
자식이 없이 홀로 살아가는 너를 생각하면 지금의 네 모습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지 아니?
네가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거든!”
“그랬었지요.
누가 이런 날들이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
그러고 보니 내 말년의 운이 상당히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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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은 그렇게 잠시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조은숙은 *혜영을 위해 상차림을 준비하면서 준비되어 있는 음식들에 놀란다.
참으로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이다.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을 빌리지 않고 시어머니 손수 이 모든 음식들을 해서 큰동서를 돌봐주고 계신 것을 생각하니 더욱 큰동서가 얄밉다.
*조은숙은 상을 차려 놓고 *혜령을 부르러 간다.
“큰형님!
식사하셔야죠?”
“자네까지 많은 신경을 쓰게 해서 미안하네!”
⁎혜령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려온다.
그리곤 주방으로 가서 식탁에 앉는다.
“어머님 솜씨가 대단하죠?”
“그럼!
우리 어머님 요리솜씨를 누가 따라갈 사람이 있겠어?”
“형님은 참으로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런 패악을 저지르고서도 용서를 받고 이렇게 대우를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하루라도 빨리 일어나 어서 내 죄를 씻고 부모님을 정성을 다해서 모시고 살아가야지.”
*혜령은 조은숙의 말에 서운한 감정도 없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큰형님!
사람이 타고난 천성을 버리기 쉽지 않다는데 정말 그렇게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조은숙은 노여움을 타지 않고 말을 받아 넘기는 *혜령에게 쐐기를 박듯 말을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허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노력을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형님의 성품이 워낙에 독하니 그 독한 성품이 없어질지 의문이거든요.”
⁎조은숙은 다시 쐐기를 박는다.
“그래, 내가 많이 반성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도 내 죄에 대한 죄악이 없어지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 하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더라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혜령은 *조은숙의 말에 밥을 먹던 수저를 놓는다.
자신의 패악이 얼마나 무섭고 크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동서의 말이다.
“그러고 보면 어머님 성품 또한 무서우신 분이시죠.”
“그건 무슨 말인가?
어머님이 얼마나 자애롭고 인자하신 분인데 무섭다니?“
“생각해 보세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금의 형님을 이렇게 거두고 정성을 다해서 보살펴 주실 수 있겠어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계신 어머님의 성품이 아마 형님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네는 아직 어머님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어머님은 당신의 모든 정성을 다하시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자네는 아직 깨닫지 못하네 그려!”
“저는 그런 어머님을 믿지 못합니다.
차라리 남들처럼 화를 내시고 형님을 조금이라도 싫어하시는 내색을 하시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인 것이 아니던가요?”
*혜령은 우투커니 *조은숙을 바라본다.
아직 어머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막내동서의 마음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괜한 말씀을 드린 것인가요?
참으로 두 분을 생각하면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형님이 이 집으로 스스로 들어오신 것과 그런 형님을 그렇게 따뜻하게 이해를 하시고 모든 것을 돌봐주시는 어머님을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
이해를 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난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그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만 하고 왔었으니까!”
“그러니 형님이 무섭다는 것입니다.
보통사람의 심장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섭다는 것이지요.”
*조은숙은 *혜령의 가슴에 피가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조은숙은 이미 *민희가 와서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저 같으면 당장이라도 이 집에서 나가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어머님의 그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죠?”
“막내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민희의 음성에 *조은숙은 흠칫 놀라면서 그제야 *민희가 와 있다는 것을 본다.
*조은숙은 시어머님이 언제 와 계셨는지 당황하면서도 머리를 굴리며 잔꾀를 짜낼 생각을 하면서 시어머님을 마주 본다.
“어머?
어머님!
벌써 오셨네요.”
*민희는 그런 *조은숙을 보면서 애써 마음의 침착함을 찾는다.
생각대로라면 당장이라도 호통을 치며 눈물이 쏙 빠지게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막내의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머님!
그 사이 볼일을 다 보셨어요?”
*조은숙은 시어머님의 눈치를 보면서 수선을 피운다.
“막내야!
바쁘지 않니?
어서 그만 가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
“네, 어머님!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조은숙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황급하게 시댁을 나선다.
대문을 나선 *조은숙은 그제야 긴 한숨을 내 쉰다.
시어머님께서 별다른 말을 듣지 못하셨다는 안도감에 큰 숨을 몰아쉬고 나서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조은숙이 집을 나서자 *민희는 *혜령의 식탁을 본다.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한 상태다.
*민희는 다시 국을 데우고 반찬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서 밥을 먹어라!”
“어머님!
그만 먹겠습니다.”
“에미야!
막내가 하는 말 귀담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순간적으로 호되게 나무라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사람이 아니다.
공연히 화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만 같아서 못 들은 척 하고 넘겼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은 생각이다.”
“어머님!
그냥 못 들으신 척 해 주십시오.
그리고 동서를 나무라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동서가 하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지요.”
⁎혜령은 조은숙의 말에 서운한 감정보다는 자신을 일깨워준다는 생각으로 받아드린다.
“큰애야!
너는 그 아이를 감싸주고 싶다는 것을 잘 안다.
허지만 윗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은 네 아버님께서 아신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그 아이의 그런 버릇을 고쳐야 할 것인데 생각 좀 해 보자.”
“어머님!
속으로 담아놓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막내동서의 성품은 원래 안으로 감추려하지 않는 것이 단점이고 동시에 때로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 고민을 해 보자.
그리고 식기 전에 어서 먹어라!
그렇게 먹어서는 네 몸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유혜령은 시어머님이 권하시는 대로 다시 수저를 든다.
“절대 신경 쓰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지?”
“네!
어머님!”
“그래, 난 이제 너를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던 넌 이 집안의 기둥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누구라도 너를 거역할 수 없게 만들어 놓겠다.”
(글: 일향 이봉우, 연곡 rem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