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
극히 짧은 시간으로, 1찰나는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고 한다. 겁(劫) 어떤 사물(事物) 현상(現象)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 순간(瞬間)을 이르는 말이다.
刹 : 절 찰(刂/6)
那 : 어찌 나(阝/4)
(유의어)
순간(瞬間)
순시(瞬時)
전순(轉瞬)
편각(片刻)
(상대어)
겁(劫)
영겁(永劫)
인생은 덧없이 짧다고 할 때 찰나(刹那)와 같다고 말한다. 매우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이 말은 산스크리트어[梵語]를 음역한 ksana(크샤나)에서 나왔다. 叉拏(차나)라고도 표기하며 一念(일념)이라는 뜻으로 번역한다고 한다.
찰나는 또한 작은 수를 나타내는 수사이기도 한데 이 난에 소개했던 彈指(탄지)의 10분의 1이 된다. 1보다 작은 수를 나타내는 割分厘毛絲(할푼리모사) 까지는 더러 사용하지만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사이인 탄지가 10-17승이고 찰나는 그보다 더 작은 10-18승을 말하니 상상이 되지 않는 숫자다. 이름이 붙은 수 중에서 가장 작은 淸淨(청정)은 10-21승인데 소수점 아래 0이 20개 붙고 1이 나온다.
찰나가 처음 유래한 곳과 나타내는 길이가 조금씩 다르다.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불교경전에는 젊은 사람 둘이서 가느다란 명주실 한 올을 양쪽에서 당기고 칼로 명주실을 끊었는데 완전히 끊어지는 시간이 64찰나로 나온다.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적어도 120찰나라고 하는데 인식할 수도 없는 사이에 끊어진 셈이다. 상상이 안 되는 수이지만 조금 더 옮겨보자.
중국에 찰나와 탄지라는 말이 전해지게 된 것은 인도에 유학을 한 玄獎(현장) 법사였다. ‘120찰나가 1달찰나이다(百二十刹那爲一怛刹那)’라고 한 사람도 그였다.
60달찰나는 1臘縛(납박), 30납박은 1牟呼栗多(모호율다), 30모호율다는 1晝夜(주야)로 24시간이 된다. 이를 거꾸로 역산하면 1찰나는 75분의 1초, 약0.013초가 된다.
‘僧祇律(승기율)’이란 불교론서의 계산법에는 20念(념)이 1瞬(순), 20순이 1彈指(탄지), 20탄지가 1臘縛(납박), 20납박이 1須臾(수유)가 되고 이 경우 1념은 0.018초가 된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찰나에 없어지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만물이 1찰나마다 생성했다가 소멸하고, 다시 생성하며 계속된다고 刹那生滅(찰나생멸)이라고 한단다.
찰나의 생명, 찰나에 와서 찰나 동안 살다가 찰나에 가는 인생이다. 서로 아옹다옹 다투며 잘났다, 못났다 경쟁하는 것이 어떤 인생일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 刹(절 찰)은 형성문자로 剎(찰)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刹(찰)은 ①절, 사찰(寺刹) ②기둥 ③탑(塔)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극히 짧은 시간 또는 어떤 사물 현상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를 찰나(刹那), 지극히 짧은 동안을 찰라(刹羅), 큰 절 앞에 세우는 깃대와 비슷한 물건을 찰간(刹竿), 국토를 달리 이르는 말을 찰토(刹土), 절을 높여 이르는 말을 보찰(寶刹), 절이나 사원을 이르는 말을 사찰(寺刹), 오랜 역사를 지니는 옛 절을 고찰(古刹), 나라 안이나 지역 안에서 일류의 큰 절을 갑찰(甲刹), 규모가 크거나 이름난 절을 대찰(大刹), 유명한 절 또는 이름 난 사찰을 명찰(名刹), 티끌 같은 세계 곧 무수한 세계를 진찰(塵刹), 인생의 참은 찰나적인 행위에만 있다고 하여 과거를 돌보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다만 현재의 순간에 있어서의 최대의 쾌락을 구하려고 하는 사고 방식을 찰나주의(刹那主義) 등에 쓰인다.
▶️ 那(어찌 나, 어조사 내)는 ❶형성문자로 哪(나)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冄(염, 나)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那자는 ‘어찌’나 ‘어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那자는 冄(나아갈 염)자와 邑(고을 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冄자는 양 갈래로 늘어트린 머리칼과 수염을 그린 것으로 서역에 사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서역 남자들의 머리칼과 수염을 특징지어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邑자가 결합한 那자를 풀이하기 위해선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어에서 那자는 ‘저것’이나 ‘저것들’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까 那자에서 말하는 ‘저것들’이란 변방 지역에 살던 서역인이라는 뜻이다. 서역 남자를 특징지어 그린 冄자에 邑자를 결합해 성 밖에 살던 서역인을 지칭하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다만 우리말에서는 ‘어찌’나 ‘어떤’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那(나, 내)는 성(姓)의 하나로 ①어찌 ②어찌하여 ③어찌하리오 ④내하오(어떠하냐) ⑤어느 ⑥어떤 ⑦저(=彼) ⑧많다 ⑨편안하다, 그리고 ⓐ어조사(語助辭)(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찌 하(何), 어찌 나(奈), 어찌 내(奈), 어찌 기(豈)이다. 용례로는 불교에서 지옥을 이르는 말로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나락(那落), 어느 근방이나 어디나 어느 곳을 이르는 말을 나변(那邊), 어찌를 이르는 말을 나하(那何), 그 동안 또는 언제쯤을 이르는 말을 나간(那間), 맨 처음에 생겨 난 남자를 나반(那般), 그 속이나 그곳을 이르는 말을 나중(那中), 극히 짧은 시간 또는 어떤 사물 현상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를 찰나(刹那), 아리따운 모양을 아나(阿那), 그럴 듯한 말로 둘러대도록 부추김을 찬나(攛那), 아주 많은 수를 표시하는 말을 나유타(那由他), 자기 자식의 잘못을 덮어 가려 주는 일을 영나외(營那外), 보잘것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을 헐나후적(歇那後的), 논밭 따위의 등급을 바꾼다는 말을 나역등칙(那易等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