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의 최종장은 상하권으로 나뉘어 <21세기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더군요. 그동안 하도 뜸하게 나와 (이 대목에서 뜬금없이 용대운 님의 <군림천하>가 생각나기도 흠흠..) 그 전의 줄거리를 거의 다 잊어버렸습니다. 조만간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하겠지요. 킁..
주인공 켄지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만화에서 떠돌이 록커로 나오는 켄지의 대표곡 <밥 레논>은 밥 딜런 + 존 레논에 대한 오마쥬겠지요. 어쩜 이렇게 노골적이면서 잘 지었는지 역시 나오키 상은 센스쟁이 입니다. ^^
우라사와의 작품은 처연한 가운데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기 때문일거에요. <몬스터>의 덴마도, <20세기 소년>의 켄지도 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과 맞닥드려 싸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용서하게 되고 용서를 구하게 됩니다. 우라사와의 주인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실천하는 인물들이지요. 희망 바이러스들이라고나 할까요.
스스로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할 때 그 순간 이름없는 괴물이 되거나 가면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우라사와의 주인공들은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을 다해 설득합니다. 그 노력이 때로는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희망을 지켜냅니다. 그 순간 정말 마음이 울립니다. 한탄 하는 대신 행동을 합니다. 그것이 설령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것 처럼 보이는 행위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자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특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가 생각납니다. <에반게리온>에서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를 읆조리고 있었다면 노장은 '살아라'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도 더불어 같이 살아라 라고 말이지요.
8년간의 연재가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어린 시절 친구들이 그들의 비밀기지를 살펴보는 컷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라사와 나오키와 데츠카 오사무의 <플루토>로 아쉬움을 달래야 겠네요. 고마와요. 우라사와 나오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