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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웰빙주로 거듭한 신 막걸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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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시간, 양은 주전자에 담아 사발에 따라 마시던 막걸리가 달라졌다. 유산균, 비타민, 식이 섬유 등 풍부한 영양소, 부드럽고 깔끔한 뒷맛, 모던한 유리병까지 서민의 가장 가까운 친구에서 프리미엄 웰빙주로 거듭난 ‘新막걸리’ 트렌드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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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욘사마 막걸리’로 유명한 국순당의 ‘고시레 막걸리’. 3 100% 국내산 쌀과 인삼으로 빚은 국순당의 프리미엄 막걸리 ‘미몽’. 4, 5 고도수의 막걸리, 배혜정 누룩도가의 ‘부자’. 칵테일 베이스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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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중흥의 봄바람은 일본에서 불어왔다. “저렴하고 맛있고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본 여성들을 중심으로 막걸리가 인기를 끌었고, 일본에 한국 막걸리를 구비해 놓은 음식점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일본인들이 막걸리의 본고장인 한국을 찾으면서 서울 시내 대형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는 “맛코리, 맛코리” 하며 막걸리를 고르는 일본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고, 고급화 전략 때문에 막걸리를 팔지 않던 국내 백화점이나 호텔까지 막걸리 판매에 동참하고 나섰다. 일본에서 불어온 막걸리 열풍은,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 계층을 넓혀 가던 국내 막걸리 시장에도 탄력을 불어넣었다.
막걸리는 특유의 텁텁한 맛과 시큼한 냄새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이제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다양한 세대로 소비 계층을 확대해 새롭게 국민주로 부상하고 있다. 오래 보관하는 게 힘들었던 단점을 살균 처리 등으로 보완했고, 텁텁하고 시큼한 맛은 한층 부드럽고 가벼워졌으며, 저온 숙성을 통해 특유의 숙취도 없앴다. 과학적인 공정을 거쳐 이전보다 더 ‘편안하고 맛있게’ 취할 수 있게 된 막걸리는 외양도 한층 다양해져서 실온 보관이 가능한 팩이나 캔 막걸리 외에도 선물용으로 좋은 병 막걸리 등이 나오게 되었다.
막걸리 재료의 종류 역시 더욱 다양해졌다. 딸기나 복숭아, 배, 포도 등 생과일을 갈아서 넣은 과일 칵테일 막걸리는 소주를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이나 대학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가 주점에서 알록달록 칵테일 막걸리 잔을 부딪히는 여대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이다. 인삼이나 복분자, 콩, 구기자, 더덕 등 몸에 좋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막걸리들은 웰빙 바람에 맞춰 더욱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울릉도의 호박 막걸리, 강화도의 인삼 막걸리, 강진군의 복분자 막걸리 등은 이미 꽤 유명해진 지역 특산물 막걸리이다. 이 외에도 시원하면서 톡 쏘는 향을 느낄 수 있는 더덕 막걸리, 강장 효과가 좋은 구기자 막걸리 등 각 지역 특산품을 결합시킨 고유의 막걸리들은 독특한 맛으로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맛의 세계를 더욱 넓게 확장하면서 막걸리는 스스로 다양한 길을 찾아 가고 있다. 여전히 친숙한 서민의 술인 것은 변함없지만, 이름뿐인 전통주가 아니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의 맛과 멋을 지켜 내면서 건강한 술, 자랑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기 위한 막걸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한류스타 배용준과 국순당이 함께 손잡고 내놓은 ‘고시레 막걸리’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욘사마’의 유명세에 기댄데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이 일명 ‘욘사마 막걸리’는 지금까지 일본으로 수출되었던 막걸리와는 차별되는 특징을 갖고 시장을 공략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페트병 대신 유리병을 사용한 것은 물론 라벨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주었고, 국내산 고급 쌀 100%를 주 원료로 어떤 당류나 첨가물도 넣지 않아 쌀 본래의 깔끔한 맛을 각인시켰다. ‘싸고 맛 좋은 술’로 알려진 막걸리가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품질을 개선시키면서 고급 막걸리로 변신해 또 다른 수출 길을 열게 된 것이다. 값싸고 정겨운 국민주에서 고급스러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의 변신은, 막걸리의 길이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 열려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오랫동안 잊혀진 듯했던 우리 막걸리 문화가 서서히 되살아나는 것이 더욱 반가운 요즘이다. 소박한 술도가는 술 공장이 되고 양은 주전자는 병이나 캔으로 변신했지만, 막 거른 술 한 잔을 툇마루에서 주고받던 정만큼은 우리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까. 술과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이자 정신이라고 했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프랑스의 와인처럼 우리의 ‘국민주’로 이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막걸리를 모두 함께 응원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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