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원래 나의 단골인 금강병원 앞 ‘국’을 예약하려고 했으나
방이 없어지고 8명이 조리대 앞에, 테이블이 둘로 줄어 자리가 없다니 한번 가보아야겠다.
그러니까 조리대 앞과 방 셋, 테이블 하나의 28석에서 16석으로 준 것.
전화를 걸었더니 서운한 듯 ‘수리 후 한 번도 오시지 않은 모양이지요?’
잘 되는 집이 왜 규모를 줄였을까?
오랜 만이다. 이 집은 원래 경희대 부근에 있다가 압구정동으로 옮겨와서 잘 되었는데
다시 옮긴 장소는 큰 길에서 좀 멀어 잘못하다간 찾아 헤맨다.
나도 지난번에 헤매었으니까. 들어가니 주방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아직 친구들이 오지 않아 혼자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나셀카로 한장 찍고 나니까 둘이 들어온다.
나는 내가 보아도 심술궂게 생겼으니 전공의 시절 나를 보고 놀부라고 놀린게 지금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이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이니 50년이 넘었구나.
히레 사께를 시켜 한잔, 또 한잔. 여러 잔을 마신다.
모듬회는 신경을 쓴 듯 종류별로 싱싱하게 나왔다.
해삼과 학꽁치와 전복 내장 무침
생선 튀김도
요 조그마한 생선 구이가 맛이 잇었다.
굴전
대구 머리찜
내가 1월 중에 2주간 모로코에 간다니 뭣 하러 그 먼데까지 하고 묻는데.
‘사막에서 밤하늘 별을 보러 간다.’ 하니까 한 친구가
몽골에서 손에 잡힐 듯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았다며 부러워한다.
‘내가 어느 계절에?’ 가을 철.
일본 소설가 무라까미 하루끼가 쓴 ‘여행법’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일로전쟁(우리는 노일전쟁이라 하지만)의 흔적을 찾아 대 평원에 갔더니
녹 쓴 탱크를 보고 감회에 젖어 하룻밤을 천막을 치고 자는 도중에
몸이 가려워 눈을 떴더니 온몸에 달려 붙은 새카만 벌레들. 기겁을 하고 철수 하였다는 구절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못참는 것이 한둘이 아닌데
그 중 좀 지저분한 것이지만 소변을 잘 못참는다.
서울의대 졸업 40주년 행사때 화장실만 보면 미리 일보느라 바빴고
심지어는 변기 앞에서 낑낑대는 친구들은 무슨 문제가 있지?
한 친구에게 묻는다.
딸애가 이번달이 산월이 아닌가?
어제 아들을 낳았단다.
첫째는 늦게 애를 가져 바라던 임신에 딸,
이번에는 아들 귀한 집에서 시집간 딸이 아들을 낳았다하여 축하.
나는 요즈음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자식들이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사위, 며느리, 또 손자, 손녀 이야기에 끼어 주니 않으니까.
중고등학교때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다.
누구는 선생님 이름을 한분만 기억하고
나는 여러 분을 기억하는데.
한 친구가 대장내시경을 받으려 하였더니 예약이 밀려 부탁해서
그야 준비만 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해 줄수 있다고.
의사인 자기아들 의료사고를 의논해서 나에게 바로 전화를 하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는 2000년 받은 종양 수술을 2010년에 추적하여 음성으로 나왔으나
2년 후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하였는데 벌써 세달이 지났다.
그리고 폐염백신과 독감예방주사도 맞으라고 추천한다.
친구들 건강을 책임져 주어야 계속 만나 재미있을 것이 아닌가?
친구 둘다 모자를 쓰고 와서 흉을 보았더니 너도 한번 써 보라고 해서
다시 고쳐 서 보았더니 어울린다고 하나 괜히 하는 소리이겠지.
원래 얼큰이한테는 모자가 안 어울려요.
맑은 생선 국에 데마끼가 곁들여 나왓다.
세 시간을 떠들고 놀다가 일어선다.
친구가 지갑을 열더니 약값이라며 큰 것 한장을 건넨다.
그렇치, 이 친구는 내가 등록을 하여 처방전을 외부 약국에 보내어 놓으면 퀵으로 약을 찾아 먹으니.
이 모든 절차를 내가 대신해준다.
2차, 3차, 차수를 바꾸어 룸살롱이나 카페다, 나중에는 단란주점, 노래방까지 가던 친구들이 일차로 약소하게 끝낸다.
이젠 모두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놀때는 잘 놀았다는 걸로 자위한다.
나올 때 남은 회를 싸주겠다며 가져가더니 집에 와서 열어보니 회도 더했고 매운탕 거리를 담아 주었다.
다음날 가져 온 매운탕 거리로 끓인 대구 매운탕 찌개
곤이를 건져내어 소주 반병을 마시고 나머지로 반병.
다른 것들은 외국수입산이라도 대구는 국산이라 한다.
첫댓글 개똥 모자 .....유교수에게 어울립니다.
모로코 갈려면 ... 참으로 오랜동안 비행기를 타야 할 것 같네요...
유석희 글은 배가 고플 때 읽으면 곧 고문이다. 입에 침이 잔뜩 고여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년이면 4 백일 음식가를 전전하니 부인께서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음식도 해 버릇해야 그 솜씨가 줄지 않는다는데..
허기야 경상도 여자들의 음식 솜씨가 워낙 별로라고 하더라!
아니 내 처는 음식솜씨가 좋은데. 특히 해산물요리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