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5일(토) 낙동정맥을 가는 정기산행일입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선뜻 나서지지가 않습니다. 정기산행이라는 것이 매월 3째 주 토요일로 정해지고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산행을 수행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습니다. 이런 날 새벽 쯤 잠을 못 이룬 채 일어나서 산행 준비할 때면 스트레스가 만땅입니다. “제게서 이 잔을 거두소서!”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양재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러 갑니다. 하늘은 찌푸려 있는데 아직 비는 오지 않습니다. 양재역에 전세 낸 버스가 서있고 오늘은 7시도 되기 전에 예정 인원 14인이 모두 탑승하여 다른 때보다 10분은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동천역에서 세 분을 더 태워서 총인원 17인이 되었습니다.
참석자 : 16조준희, 23김기창, 23양수석, 24이규성, 25안철준, 25최원일, 29양장근, 29윤호철, 30김용문, 30이상화, 31강김구, 31신윤수, 35정광윤, 35최수범, 39김대휴, 39이경초, 45박용철(17인)
어느 새 봄이 되고 꽃들이 한꺼번에 폈다가 지는 데 철쭉 정도만 피는 것이 서울인데 고지의 백운산과 고헌산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었습니다. 비를 예고한 날씨는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후가 되자 약하게 계속 뿌려대니까 부슬비가 옷을 젖게 했고 고헌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비에 젖어서 돌길을 옅은 진흙탕이 덮고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야 했습니다. 고헌산을 300m 쯤 남겨둔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잠시 구름이 벗겨지고 산 아래에 잠시 펼쳐지는 환상적인 경치를 잠깐 동안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양재역을 떠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상주영천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건천IC에서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20번 국도, 921번 지방도를 거쳐 11시 10분경,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태종전원마을 앞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합니다.(휴게소에서 한번 휴식)
전원마을을 통과하여 언덕길로 해서 직선으로 산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여기까지 접근로이고 소호고개에 도착하여 비로소 낙동정맥길에 들어서게 됩니다.(11:50) 백운산을 향해서 경사길을 계속해서 올라갔습니다. 나뭇가지에서 신록이 피어나고 있고 여기저기서 진달래가 반겨주었습니다. 13:02, 3강이 시작된다는 삼강봉(해발 845m)에 도착했습니다. 삼강봉의 북동쪽에 떨어지는 빗물은 형산강으로, 북서쪽에 떨어지는 빗물은 태화강으로, 서쪽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간다고 합니다.
삼강봉을 떠난지 약 20분 후인 13:23, 해발 893m의 백운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정상에 오기 전에 식사를 하면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는 데 힘이 들 것 같아 정상까지 식사를 보류하였기에 정상인 이곳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5인이 함께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였습니다.(2인은 B코스를 택하여 외항재로 가서 고헌산을 왕복산행 했습니다.) 식사 중에 가양주인 약주, 매실주와 위스키가 있어서 조금씩 맛보았습니다. 하늘은 시커멓게 개여 어둡습니다. 약하게 빗방울이 듣기 시작합니다.
다음 목표는 오늘 가장 높은 지점인 고헌산인데 길은 백운산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쳐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백운산을 오르내리느라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14:50, 곰돌이 활공장이라는 곳을 지나갔습니다. 다시 힘을 내서 언덕길을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바람이 블어와 조금 추운 느낌까지 있어 점심식사 때 다시 입었던 웃옷을 계속해서 입고 걸었습니다. 언덕길을 계속해서 올라가 15:41, 고헌산 300m 전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는데 잠시나마 구름이 벗어져 산 아래의 경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15:51, 오늘의 최고점인 해발 1,034m의 고헌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구름이 끼어 경관을 즐길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고헌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사가 있는데다가 길이 비에 젖어 있어서 미끄럽습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돌길 위에 진흙이 옅게 덥혀 있어 바지에 흙이 튀어 올라서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루하게 먼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는데 앞에 가시던 선배님이 두 번이나 미끄러지셔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다치신 데는 없었습니다.(옷에 흙을 묻히심)
원래의 계획엔 몇 km를 더 가서 운문령까지 가려고 했지만 길이 나빠져서 지체했기에 외항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하였습니다. 외항재에 거의 도착하였는데 산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반겨줍니다. 16:43, 외항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냈습니다. 근처 공용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상경을 시작하였는데 건천IC 앞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고디탕”(다슬기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상경합니다. 산행이 일찍 끝났기에 귀가도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백운산과 고헌산, 두 개의 큰 산을 넘느라 온 힘을 짜내서 걸어야 했던 힘든 산행이었고 음울한 날씨에 느끼는 우울증을 진달래 군락들이 달래준 하루였습니다.
- 후기 -
정해진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마음을 무겁게 하던 아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압박감을 무사히 극복하고 힘든 산행을 마친 점을 대견하게 느끼는 저녁이기도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산행을 기념하는 시를 한 수 썼습니다.
[28차 낙동정맥 종주산행에 부쳐]
태종잿골 전원마을서 시작해
소호고개서 우로 꺾어
정맥길로 들어서는데
헝상궂은 백운산이 가로 막는다
한국에 흔한 산
백운산에 올라
한 조각 구름같은 인생
별 거 아니라 해탈하고
이 몸 가진 것
별 거 없으나
높고 큰 곳에 헌신하러
고헌산에 오른다
대저 진리는
높은 곳에 거하나니
오늘도 진리 가까이
갈 수 있어 좋았다
구름이 걷혔다면
일망무제 터질 시야
아름다운 금수강산
죽기까지 걸으면서
이 산하를 찬미하리
You raise me up
I am strong
백운산아 고헌산아
나를 더 높은 창공으로 올려다오
내 발길도 가볍게
영남알프스를 넘어
천성산 금정산을 지나
다대포 몰운대까지
연착륙하도록 밀어다오
삼각산의 후예들이
산행의 벗이 되어
오늘도 전설이 될
산행을 연출한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