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들
최 병 창
달력을 바라보다가 흠칫하고 다시 눈을 감네
가까운 이웃에 사는 지인 한 분이 돌아가셔서 인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오늘이 마지막 장례일이었으니까
하루한날도 마음 같은 날이 쉽지 않으니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헛손질
투성인데,
장례식장을 들어서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어제 떠난 사람과 오늘 떠난
사람의 초상들이 빛바랜 마지막 이름을 가리키고 있네
생면부지의 망자들이 장례식장 벽면을 마주하고 서로의 이별의식을
치른다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터이고 어쩌면 필연 같은 동행이라
생각하니 그분들 정말 이웃사촌은 맞는 말이 아니신가
이즈음엔 모두가 기막힌 세상이라고
이웃에서 사람이 들고나도 모른 척 죽었다 하면 장례식장으로 옮겨가서
장례를 치르고 있으니, 기실은 누가 죽어 언제 장례를 치렀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복어껍질처럼 구수한 허물을 벗어던지고 훨훨 떠나는 장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저어도 편안히 눈감은 망자들
그 아니 행복한 분들 아니신가
오, 사라진 호곡(號哭) 이어,
이곳에서 핫라인은 없다 하니
서럽고 서러워도 서러워 마시게나
세상 무촌이든 사촌이든 가리지 않고
언제고 누구든 한 번씩은 가야 하는 길이니까.
<2025.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