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실종돼 지금까지 생사 파악이 안돼온 대구 성서초등학교의 "개구리 소년" 5명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돼 경찰이 신원확인 작업에 나섰다.
26일 오전 11시 30분께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 뒤편에서 5백m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개구리 소년들로 추정되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유골 발견=최초 발견자인 최환태(55.달서구 용산동)씨는 "산에서 도토리를 주으려고 주위를 살피던 중 사람의 뼈가 있어 등산용 지팡이로 주변의 땅을 파보니 유골과 어린이의 신발 등이 보여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골은 5구 가량으로 주위에서 어린이용 신발 5켤레와 운동복 등 옷가지 10여점도 함께 발견됐다.
유골 가운데 1구는 실종 어린이 조호연(실종 당시 12세)군이 보철을 한 것과 같은 보철 흔적도 확인됐다.
유골이 발견된 현장은 실종 어린이들의 집에서 3.5km 가량 떨어진 학교 신축공사장 뒤편 와룡산의 4부 능선으로 평소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다.
유골은 30cm 두께의 흙더미에 서로 엉켜 붙은 채 묻혀 있었다.
<>경찰 수사=경찰은 현장 상황으로 미뤄 일단 개구리 소년들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달려 온 어린이들의 부모들은 옷이 틀리고 실종 어린이들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며 믿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어린이들이 아침을 먹고 개구리를 잡기 위해 와룡산에 올랐다가 점심과 저녁을 굶은 상태에서 하루종일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지친 상태에서 비가 내리자 이를 피하기 위해 4부 능선 구릉 웅덩이에 쪼그리고 모여 있다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 현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종 이후 대대적으로 이뤄진 현장 수색때 단서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의문으로 제기됐다.
경찰은 27일 오전 대구에서 급파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에게 발굴된 유골에 대한 감식을 벌여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북대 토양학 전공 교수 등 전문가들도 26일 오후 현장을 찾아 토양을 채취,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실종 당시=91년 3월 26일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우철원(당시 13세,5학년) 조호연(12세,5학년)김영규(11세,4학년)박찬인(10세,3학년)김종식(9세,3학년)군 등 5명은 와룡산에 개구리(도롱뇽 알)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뒤 실종돼 지금까지 11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그동안 단일 실종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32만명을 투입했고 와룡산 일대를 비롯해 7백여 차례에 걸쳐 수색을 벌였으며 전국적으로 8백여만장의 전단을 배포,수사를 벌였으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노래와 영화가 제작됐으며 추리소설까지 등장하고 최근에는 3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만든 소년들의 성장한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되는등 실종 어린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실종 어린이 중 한 명인 김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가 전국적으로 아들을 찾아다니다 병을 얻어 49세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