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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중국을 매우 여유 있게 눌렀던 것과 달리 우리는 우즈벡의 거센 저항을 받아야 했지만 끝내 또 이겼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과정이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 결과부터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팀을 만나도 비슷한 수준의 경기를 하고 결국은 이긴다는 사실은 어이없는 패배가 종종 있곤 했던 우리 대표팀의 새로운 모습이라도 봐야 될 것이다. 앞으로 좋든 싫든 2경기가 남았다. 과연 결승까지도 이런 슈틸리케 매직이 따라올 수 있을까?
1. 신구 조화
지난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이른바 ‘형님’들이 피치 위에 없었다. 형님들이 때론 벤치에서 동생들을 든든하게 지키기도 하지만, 경기장에 나설 수 있는 형님들보다 나을 리는 없다. 2002년의 홍명보와 황선홍이 그러했듯 그리고 2010년 마지막 2002세대 박지성, 이영표가 그러했듯 피치 위의 노장들은 팀을 안정시키는 존재였다. 이번 경기의 MVP 곽태휘와 연장 후반 쐐기골을 손흥민 입에 떠먹여준 차두리가 바로 그런 ‘형님’이 되어주었다고 할 것이다. 주장인 기성용도 제 몫을 다하면서 새로운 리더로서의 자질을 십분 발휘했다.
‘형님’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에 비해 비록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순 있겠지만,(차두리의 경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경기 분위기에 좌우 되지 않고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컨디션이 좋은대로, 컨디션이 나쁜 날은 컨디션이 나쁜대로 제 몫을 다할 수 있다. 특히 경기장에서 ‘이 선수가 있으면 질 것 같지 않다.’라는 믿음을 주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다. ‘형님’ 선수들이 보여주는 이런 능력을 노련미라고도 하는데, 팀에 확실한 안정감을 더해준다.
고참들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김진수와 손흥민의 활약이 빛이 났다. 개인적으로 김진수의 공수 양면이 안정적이라고 여기진 않지만, 1:1 돌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고 공격가담으로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 역시 90분 경기 중에는 다소 무거운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나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기세를 올렸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사실이다. ‘형님’ 선수들이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젊은 선수들은 기세를 한번 타면 팀 전체의 분위기를 활발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번 8강전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젊다 못해 어린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안정감만 있어서 예외성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젊은 선수들의 패기만 있어서 경기를 말리고 나면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정도의 안정감에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잘 어울린 경기였다. 쉽게 지지 않고 한 번 기세를 타면 말리기도 쉽지 않다. 참 이야기만 들어도 좋은 팀 아닌가? 여전한 문제는 있지만 대회에서 승리하기엔 적당한 팀이다.
(△ 신구 조화란 바로 이런 것.)
2. 후반의 경기력을 잊지 말자. - 경기에 임하는 심리상태.
후반의 경기력은 마치 평가전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이번 대회 내내 우리보다 약한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점유율은 높게 가져간다고 해도 딱 기성용이 위치한 라인까지 공을 수월하게 돌릴 뿐, 그 위쪽까지 공이 전달되면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고 말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확실히 살아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청용, 구자철의 이탈과 원톱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바뀌면서 공격진 간의 호흡이 떨어졌던 것이 원인이다. 이번 경기에선 공격진 사이의 움직임이 좋아지면서 경기력이 향상되었다. 가장 특이할 점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인 남태희 혹은 윙어인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여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으로 공 투입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선수들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이 사실은 공격 전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투입으로 상대 수비진은 중앙 쪽으로 웅크릴 수밖에 없고 측면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수비라인을 흔들어 전체적으로 상대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지난 경기들까지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 선수 사이의 공간에 공이 많이 투입되지 못하면서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나아진 점이다.
특히 후반전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경기를 주도하였다. 예선 세 경기에서 주도권을 많이 넘겨주었던 것이 사실이고, 호주 경기에서는 특히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준 채 경기를 치렀다.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많은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뿐, 상대를 흔들 모습을 주도적으로 흔들만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 예선의 시작부터 상대의 거센 압박에 흔들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 우즈벡 전의 후반전은 자신감을 찾은 듯했다. 무의미하게 공을 전방으로 차내거나 불안한 볼처리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우리 주도로 경기를 이끌면서 우리의 플랜A도 아직 쓸만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능력은 충분하다. 실수하지 않는 수준에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주도적으로 상대를 쥐고 흔들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4강전, 그리고 결승(혹은... 3/4위전)에서는 우리의 정상적인 경기 운영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대한민국은 지지 않는다. - 운이 따르는 팀
실력으로 겨루는 승부라고는 해도 ‘운’이라는 요소는 빼놓을 수 없다. 강팀들이 확실히 실수가 적고 확실하게 골을 집어넣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이긴 팀들이 유럽이나 남미의 정상권 팀들보다 약한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나라에겐 확실히 운이 따르고 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골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필이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실수해준다. 사실 우즈벡도 이번 대회에서 나쁜 공격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물론 최전방 공격수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사우디와의 마지막 경기에선 세 골이나 터뜨리면서 공격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골대에는 무언가에 홀린 듯 한 골도 집어넣지 못했다.
김진현의 선방 역시 마찬가지다. 빠른 반사 속도로 공을 쳐내고 있고, 공을 향해 뛰어나오는 속도 역시 매우 훌륭하다. 늘 국가대표 팀 제 3의 골키퍼였고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이기에 선방 쇼를 지켜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보니 정말 훌륭한 골키퍼이다. 그런 그도 어느 정도는 선방에서 운의 힘을 빌어야 될 때가 있다. 호주 전의 로비 크루스의 슛도 그러했고 우즈벡 전에서 투르소노프의 슛도 그러했다. 나오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긴 했지만, 그런 근거리에선 손발을 뻗고 공이 맞고 튀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2014년의 독일처럼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면서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2006년의 이탈리아처럼 우여곡절을 모두 겪으며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이탈리아는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운이 따른 페널티킥을 얻었고, 독일과의 4강전 역시 연장 혈투를 치러야 했으며, 결승전에서는 프랑스와 비긴 후 승부차기로 월드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완전무결한 팀은 아니었지만 끈끈한 팀 컬러가 강점이었다. 이번 아시안컵의 우리 대한민국 역시 끈끈한 컬러를 보이고 있다. 골을 허용할 것 같은 불안함은 있지만 끝내 허용하지 않고, 공격력도 시원치 않은 것 같으나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다. 다소 부진한 경기력 가운데에서도 대단한 결과이다.
운이 따르는 이 상황은 토너먼트를 치르는 내내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게다가 우즈벡 전에서의 시원한 2골, 특히 차두리가 만들어낸 완벽한 골은 팀 분위기를 살리기에 완벽했다. 이제 경기력만 조금 더 가다듬는다면 걱정할 것은 없다.
4. 수비 불안
긍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고쳐야할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수비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다 확실한 골 결정력을 지닌 팀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MVP를 받은 곽태휘를 비롯한 수비진 전반의 1:1마크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특히 김진수가 상대 선수를 윽박지르며 들어가는 태클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진의 전체적인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가 크로스를 올릴 시에 자꾸만 상대 공격을 편하게 내버려둔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수비수가 많음에도 그런 실수는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악의 장면은 눈에 띄는 한 명의 선수에게 시선을 빼앗겨 여러 선수가 겹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하여 서로의 위치를 조정하고 공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 앞에 있는 수비수들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겹치고 말았다. 이번 대회 내내 보인 약점.)
두 번째 문제는 중앙에서 순간적으로 뒷공간으로 움직이는 선수에 대한 대인 마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비수인 김진수와 나머지 수비수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생겨난 공간에 대한 커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중앙 수비수도 미드필더도 제대로 커버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장면인 만큼 확실한 보완이 필요하다. 역시 수비 간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진수와 중앙수비수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고, 미드필더의 커버플레이도 유기적이지 못하다. 여러차례 노출한 약점.)
수비의 불안은 개인적인 실력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선수들 간의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나아질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벌써 4강까지 온 이상 우승을 포기할 순 없다. 그렇다면 조금 급하더라도 지금부터 약점을 염두에 두고 확실히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라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얼추 정해진 듯한 베스트11. 우여곡절이 많은 대회이다.)
경기 중엔 경기력이 불안해서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90분 혹은 120분이 지나고 나면 늘 이기니 기분이 좋다. 과정이 좋고 결과까지 좋으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역시 승리가 기분이 좋은 법이다. 앞으로 2번만 이기면 55년만의 우승이다. 그렇지만 연장전에서 쥐가 나면서도 끝까지 뛰었던 선수들의 열정에 감동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다면 분명히 다음 대회에선 경기력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만나게 될 적은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경기들에서 발견한 약점들을 잘 보완해서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길 바란다.
첫댓글 님 글은 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수비에 대한 부분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작성한 듯 싶어요.
1. 전반 16분의 수비 문제를 잘 못 파악하고 있습니다.
'바코디르 나시모프'를 곽태휘가 대인마크하고 있었고,
'산자르 투르수노프'의 공간은 김창수가 커버하고 있었죠.
문제는 2선에 들어오는 13번 '루트풀라 투라예프'가 문제였어요. 이것은 기성용이 마크했어야 합니다.
2선에 들어오는 공격은 상당히 매섭지만 수비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김창수는 그 공간을 수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곽태휘의 머리에 굴절이 되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볼이 흐른 것이죠.
조직력 부분에서 문제가 없었던 부분입니다.
2. 후반 15분의 수비 공간 문제
수비 공간은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감안해서 간격을 두는 것이지,
상대와 상관 없이 수비 간격을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빈 공간은 사실 이근호가 방어하고 있었지만, 상대의 빠른 패싱으로 인해 이근호가 밖으로 나오면서 벌어지게 되죠.
가장 가까운 박주호가 커버했어야 하는데, 박주호가 상대 13번의 움직임을 잘못 파악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후 김영권이 빠르게 커버하면서 상대의 공격은 위력을 상실했습니다.
대부분 수비수의 문제가 아니라, 수미의 문제였던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수비는 100% 퍼펙트할 수는 없지만, 님께서 지적한 부분은 모두 양호한 수비를 보여준 장면입니다.
오히려 우리 수비 부분에서 좋지 않았던 부분은 후반 17분 오프사이드 트랩의 실패입니다.
김창수가 상대 패스 속도를 읽지 못하고
무리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에게 치명적인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런 실수를 줄여야 수비가 안정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