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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라는 것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순간, 더이상 비평이 아니게된다 (The moment criticism exercises any influence, it ceases to be criticism)" - Oscar Wilde - 피치포크 리뷰는 여기 영팝인들도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 리뷰들에 대한 여러 비판중에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삭제된 리뷰들 입니다. 요지는 '인디음악의 트랜드를 따라가기 위해 리뷰들을 삭제한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유명한 예들이 많은데 Save Ferris 라는 밴드의 앨범 'It means everything'이 9.5/10.0 을 받았으나 나중에 성공하지 못하고 '힙하지 않은 밴드' 가 되어비리고 나서는 리뷰를 삭제했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UNKLE 의 Psyence Fiction 의 1집같은 경우 9.8/10.0 점을 받았으나 나중에 '인지도'가 떨어지고 2집이 발매되자 첫 앨범의 리뷰는 삭제되고 두번째 앨범에 5.0/10.0 점을 주며 '그나마 1집보다는 발전했다', '최근 몇년동안 가장 실망스러운 앨범'이다 라고 리뷰했습니다. Flaming Lips 의 Zeireeka 의 경우 0.0/10.0 을 받았으나 후기 앨범들이 발매된 이후 리뷰가 삭제되었으며, Belle & Sebastian의 The Boy With The Arab Strap 의 0.8/10.0 의 경우도 후기 앨범들이 '힙해지기 시작'하자 삭제되었습니다. Broken Social Scene 의 성공이후, 멤버였던 Leslie Feist 가 참여했던 By Divine Right 앨범들의 혹평들도 사라졌습니다. 가장 특이한 케이스가 The Roots 의 Things Fall Apart 리뷰가 삭제된 경우인데, 이 리뷰에서 '피치포크는 절대 리뷰를 삭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는 것입니다. Bjork의 homogenic 리뷰 같은 경우는 9.3/10,0을 받은 케이스인데 이후 그녀가 Pitchfork 에 대한 험담을 몇번 한 이후에 리뷰가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확실히 어느 잡지든 신문이든 하나를 읽고 '신뢰를 한다'는 것은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물론 '비평'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있겠지만요. '죽기전에 들어야 할 1001장의 앨범' 등 말도 안되는 리스트들이 난무하는 시대이면서도, 좀 무시무시한 얘기이지만... ㅡㅡ;;; 짧은 인생에 정말 멋진 음악을 다 경험해보지 못할것이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비평을 읽고 따라가본다는 것의 중요한 역활 중 하나는 '감각 (Taste)'를 기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Taste 라는 것은 특정 음악을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한 특정음악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 좋아하는 음악이 없다는 얘기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는 것 처럼요. 공연이나 미술, 영화,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무엇이든 파고들면서 좋아하면 Taste가 생겨서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찾아듣게 되고, 좋아하는 음악은 왜 좋고 왜 이건 좀 별루이고의 느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0년 이하의 기간동안 음악을 듣는데에 별 탈없이 그냥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 없이는 10년이상, 20년 30년 좋은 음악을 계속듣는다는 것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암튼;; 어제 이런 얘기가 흘러나와서 올립니다. 다른 것은 그냥 그려러니 하지만 취향이 유동적인 것인데 자신의 의견을 줏대없이 '삭제'해버린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가끔은 이런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맥주 막 마시다가 계산 다하고 집에 나가려는 순간 바에서 갑자기 음악이 나오는데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속이 울렁거립니다. "이건 뭐야?!" 하면서 무슨 곡인지 물어보면 "'Sweet Dreams'라는 곡이야~"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다음날 음반을 찾아듣게 되구요. 아니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뭔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다보면 '오, 이 사람은 뭔가 taste가 있구나' 생각하게 되고, 그냥 대뜸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뭐야?" 아님 "음악 요즘 뭐 제일 많이 들어?" 물어봅니다. 그러면 이것 저것 얘기해주다가, 자신이 왜 그 음악을 좋아하는지 얘기해줍니다. 그냥 어디어디서 리뷰가 몇점이었고 소위 '힙한 밴드 이름 몇개 툭툭 던지기'가 아니라, 이런 얘기가 아니라 "내가 몇일전에 길을 걷다가... 그런데 순간 익숙한 풍경이... 생각해보니 오래전에 그랬는데... 왜 넌 그런 경험 없어?" 이런 식의 이야기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리뷰"입니다. |
첫댓글 우와 진짜 완전 좋아요 백만번 눌러드리고 싶어요!!!이런 글 좋아요b
찌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츠 리뷰는 왜 지웠는지.
90년대 손꼽히는 명반인데...
잘 봤습니다.. 쟤네 평점 매기는 거 왠지 싫었는데 듣고보니 쟤네도 좀 줏대 없어 보이기도 하네요. 싫어하는 이유가 하나 생겼음.. ㅋㅋ 글머리에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하셨는데 와일드가 생각하는 비평은 어떤 거였을까요?
피치포크가 리뷰를 삭제한 적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재밌네요ㅋㅋ
점수도 슬쩍 바꿨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아 allmusic 일수도. 글 재밌게 읽었어요!
잘봣어요 ㅎㅎ 자기들이 쓴 리뷰를 삭제한다니 줏대없고 비겁하네요. 그런데 전 한편으론 쟤네가 이해가 되어요. 우리도 음악을 들을 때 순수하게 음들의 화학작용에만 반응하는게 아니라 음악에 모호하게 들러붙은 태도나 이념에 열광하기도 하니까요. 쟤네가 뭘 추구하는지는 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그런게 잇을게 아니야요? 무튼 글의 취지는 비평에 너무 빙의되지 말고 스스로 고유의 취향을 잘 형성해 나가자 뭐 이런거겟죠? 동의해요 ㅎㅎ
바뀌거나 옛날에 소규모회사였을때 쓴거보면 웃기는것도 많던데요 대표적인게 Kid A 처음 나왔을때 올라온 리뷰 ㅋㅋㅋㅋ
본인에게 가장 좋은음악은 남들이 만들어놓는 잣대에 눈치보고 따라가는게 아니라 자기 가슴속 깊은곳에 소울을 움직일수 있는게 내 자신의 최고의 음악인것입니댜.
멋진 말씀 이네요. 추천 살포시 누르고 갑니다^^
피치포크도 과거청산을 하는구나;
조선일보야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치포크 싫어요~
ㅎㅎ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마지막 문단이요.. 많이 공감합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니 다들 이런 경험 한번쯤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전혀 관심조차 없던 사람인데 우연한 기회로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관계 없이요. 그런 식으로 인연을 쌓은 관계가 적지 않다보니, 불현듯 뒤돌아보면 '역시나 내 인생을 가로지르는 한 축에 음악이 자리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