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은 산과 물이 고루 아름다운 고장이다. 북한강과 파로호, 평화의 댐 등 물이 풍부해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광을 그려낸다.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조성한 자전거 코스를 산소 100리 길이라 부른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겨도 좋고, 적당한 구간을 골라 걷기에도 최고다.
산과 물, 꽃이 어우러진 산소 100리 길_화천군청 제공
북한강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길
산소 100리 길은 약 42㎞ 길이의 라이딩 코스로 물의 도시 화천을 대표하는 자전거길이다. 연꽃마을로 유명한 서오지리에서 북한강을 따라 화천댐을 왕복하는 코스다. 정해진 출발지와 종착지는 따로 없다. 여행하는 이의 시간이나 입맛에 따라 코스를 정하면 된다. 기본은 자전거 코스지만 걷기에도 적당하다. 산소 100리 길 안에 서오지리, 동구래 마을, 붕어섬, 미륵바위, 숲으로 다리, 딴산 유원지, 토속어류 생태체험관, 꺼먹다리, 구만교, 화천민속박물관, 아를 테마수목공원 등 화천의 주요 여행지가 포함되어 있다. 아쉽게도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숲으로 다리와 거대한 반지 조형물이 있는 칠석교는 지난해 여름 수해를 입어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2021년 봄 기준).
자전거 라이딩은 모든 구간이 아름답다 보니 딱히 한 군데를 꼽기 어려울 정도다. 벚꽃, 개나리 등 봄꽃을 만끽하려면 붕어섬 입구에서 동구래 마을 방향으로 달려보자. 자전거길 위로 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가 드리워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소 100리 길 안내도
봄꽃이 만발한 산소 100리길_화천군청 제공
서오지리에서 동구래 마을까지 이어진 숲길과 붕어섬 일주, 대이리 미륵바위 일대, 구만교와 꺼먹다리, 딴산 유원지 일대 등 걷기에 좋은 구간 또한 여러 군데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각 여행지 고유의 매력까지 더해 걷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서오지리에서 동구래 마을로 이어진 숲길은 오솔길과 데크 산책로가 섞여 있는 3㎞ 남짓 되는 구간으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과 호수처럼 잔잔한 강 풍경이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서오지리는 연이 자라는 드넓은 연못이 있어 여름철에 찾으면 운치 있다. 동구래마을은 온갖 야생화로 가득한 비밀스러운 정원이다.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구절초 등 철따라 숱한 꽃이 피고 진다. 꽃과 나무, 아기자기한 예술 작품이 조화롭다.
진달래와 벚꽃이 활짝 핀 동구래마을_화천군청 제공
동구래마을, 붕어섬, 딴산 유원지 등 걷기 좋아
붕어섬은 화천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들이 장소다. 붕어 모양으로 생긴 아담한 섬은 산책하기도 좋고 짚라인, 레일바이크, 카누, 월엽편주(수상 자전거) 등 다양한 즐길거리들로 가득하다.
붕어섬 입구 강변 주차장에는 산소 100리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2021년 3월 현재 휴업 중). 강변 주차장에 주차한 뒤 싣고 온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대여소에서 빌려 라이딩을 시작하면 좋다. 붕어섬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북한강 상류나 하류로 이동하면 된다.
산책이나 피크닉 즐기기 좋은 붕어섬
미륵바위는 대이리 강변에 놓인 독특하게 생긴 바위다. 5개의 바위가 나란히 서 있는데 이 지역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를 올린다. 미륵바위 옆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있고, 강변에는 넓게 공원이 조성돼 있다. 물 위에 부교를 만들어 숲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둔 ‘숲으로 다리’ 입구가 근처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상태다.
강변 풍광이 아름다운 대이리의 아침
미륵바위에서 2㎞ 정도 거리에는 구만교가 있다. 다시 1.6㎞를 더 가면 꺼먹다리가 있다. 구만교는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다리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기초를 세우고, 한국전쟁 중 북한이 상판의 일부를 놓았으며, 전쟁 후 남한이 완성한 우리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꺼먹다리는 철근 콘크리트 기초 위에 목재 상판을 올렸는데 나무에 검은 타르를 칠해 ‘꺼먹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차량 운행은 불가능하고 도보로만 오갈 수 있다. 다리 난간에 기대 평화로운 북한강 상류 경치를 감상하기 좋다.
북한강 상류에 걸린 꺼먹다리는 도보전용 다리
꺼먹다리에서 2㎞ 더 올라가면 바위 절벽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딴산이 나온다. 주말에만 운영하는 인공 폭포인데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폭포 옆 전망대로 이어진 등산로와 출렁다리도 놓치면 안 된다. 폭포 반대편에 캠핑장도 있다.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여름철이면 강변에 차박을 즐기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딴산 유원지에서 화천댐 방면으로 조금만 더 가면 산천어, 쏘가리, 쉬리 등을 만날 수 있는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이 나온다.
시원한 인공폭포가 보기 좋은 딴산 유원지
산소 100리길 대부분이 강의 서쪽을 달리게 되어 있는데 위라리 칠층석탑, 화천민속박물관, 아를테마수목공원은 강 동편에 자리해 있다. 아를테마수목공원은 거례리 사랑나무 근처에 넓게 조성한 공원이다. 거대한 반지 조형물이 다리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칠석교가 거례리와 강 서쪽 원천리를 연결했었는데 수해를 입어 지금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사랑나무는 강에 바짝 붙어선 거대한 느티나무에 붙은 이름이다. 뮤직 비디오 촬영, 웨딩 스냅사진 등 사진촬영 명소로 이름나면서 찾는 이들이 늘었다.
산소 100리길 어디에서나 꽃과 나무가 풍성하고 푸른 물빛이 그려낸 아름다운 경치를 실컷 감상할 수 있다. 도시에서 지친 폐를 산소 100리길의 청량한 공기로 깨끗하게 씻어낸 기분은 또 다른 선물이다.
웨딩 스냅이나 커플 사진 찍기 좋은 아를테마수목공원의 사랑나무
여행 정보
붕어섬
- 주소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312-8
- 문의 : 033-440-2575 (화천군 종합관광안내소)
- 홈페이지 : http://tour.ihc.go.kr/hb/portal
동구래마을
- 주소 :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호수길 333
- 문의 : 033-441-6201
미륵바위
- 주소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325
화천 반지교&아를테마수목공원
- 주소 :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 514-1
- 문의 : 033-440-2575
여행 팁
- 산소 100리길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 꽤 인기 있는 코스다. 봄꽃이 만발한 주말에는 라이더가 수시로 오가므로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사랑나무가 있는 아를테마수목공원 일대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며 공원이 넓어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하다.
글 : 여행작가 김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