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일약 서현진 열풍을 몰고 오며 화제의 중심에 오른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허영지는 그리 길지 않은
출연분량에도 단연 독보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다. 그리고 허영지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단지 보라색과 빨간색의 형형색색 머리색 때문만은
분명히 아니다.
'또 오해영'에 출연하기 전까지 허영지의 존재감은 그저 정니콜과 강지영이 카라를 탈퇴한 후 이들을 대신해 새로 합류한 막내 멤버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허영지가 카라에 합류한 시점은 카라가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들던 시점이고, 지난 1월 박규리와 한승연, 구하라가 카라의
소속사인 DSP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카라로서 더 이상 활동도 할 수 없게 됐다.
허영지가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 캐스팅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웹드라마 '연금술사'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연기력을 검증받았다고
하기도 힘들었고, 배역도 동네 편의점 아르바이트이자 주인공 에릭(박도경 역)의 남동생 허정민(박훈 역)의 여자친구라는 별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역할이었다.
▲ tvN '또 오해영' [사진 = tvN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
그런데 의외로 '또 오해영'에서 허영지의 존재감은 빛나기 시작했다. 서현진(오해영 역)과 에릭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서현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에릭과 결혼할 사이였던 동명이인 전혜빈(오해영 역)과 서현진과 결혼할 사이였지만 에릭으로 인해 파혼을 하게 된 이재윤(한태진 분) 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에서 허영지(윤안나 역)와 허정민의 로맨스는 단지 극에 웃음과 활력을 주기 위한 코믹 캐릭터 정도로 치부됐지만,
점차 허영지의 캐릭터가 주인공 서현진의 안티테제(Antithesis)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은 사랑으로 항상 고민하고, 사랑으로 힘겨워하는 인물. 그렇기에 이재윤이 "밥 먹는 모습이
싫다"는 이유로 결혼식 하루 전날 파혼을 선언했을 때도, 옆집 남자가 된 에릭이 자신을 밀어내려고 할 때도 술 취해 울고불며 괴로워한다.
반면 허영지와 허정민의 연애는 서현진과 에릭에게 보란듯이 매우 쿨하다. 9회에서 벽치기 키스로 단숨에 만회하긴 했지만 손이 닿는 것조차
움찔하며 정색하던 에릭과 서현진의 답답한 로맨스와 달리, 허영지는 골목길에서 허정민의 입술을 들이마시듯이 키스를 퍼붓고, 사람들이 많은 시내
한복판에서 허정민에게 달려가 점프해서 끌어안기고는 빙빙 돌기도 한다. 21세라는 극중 나이답게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우리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사방팔방 광고한다.
그리고 이런 허영지의 과감한 태도는 서현진에게도 전염되기 시작한다. 서현진이 에릭의 누나인 예지원(박수경 역)과 친구인 김지석(이진상
역)이 보는 앞에서 에릭에게 달려가 안길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전혜빈에게 일부러 보여주려는 '쇼'였지만 회사 직원들 앞에서 에릭에게
"자기야"라고 콧소리를 내며 안길 수 있었던 것도 다 안티테제인 허영지가 서현진에게 보여준 과감함 덕분이었다. 에릭과 서현진의 사랑이
아련하면서도 힘겨운 사랑이라면, 허영지는 쿨하게 사랑을 즐기는 청춘의 열기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런 허영지의 쿨한 사고관은 8회에서 허정민과 바다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허영지는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들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허정민에게는 그동안 사귄 남자만 15명 정도 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더불어 100일 기념으로 동거를 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것도, 지금 사귀는 상대에게 애정을 표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허영지의 당당한 모습은, 텅빈 집에서 혼자 울며 "좋아해달라고까지 안 할테니 같이 놀아라도 달라"며 우는 서현진과 적나라하게 대비를
이룬다.
▲ tvN '또 오해영' [사진 = tvN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
게다가 허영지는 단순히 서현진의 안티테제로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오해영'에서 보여주는 전부가 아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서 가장 생각없고 멍청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진리를 통달한 것처럼 선문답같은 조언을 던지는 '어릿광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듯이, 허영지 역시 '또 오해영'의 모든 인물들 중 가장 생각이 없고 단순해보이지만 그 속에는 '리어왕'의 광대처럼 의외의
성찰을 보여주는 현자(賢者)의 이미지도 있었다.
'또 오해영' 10회에서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형인 에릭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녹음기술을 배우고 있는 허정민은 영화사 PD인 서현진의 친구
희란(하시은 분)에게 몰래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건넨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에릭이 발견하게 되고, 에릭은 "니 시나리오 쪽팔리다고"라며 화를
낸다.
에릭의 친동생도 아닌 의붓동생이었던 허정민은 이 일을 계기로 에릭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확신하며 콱 집을 나가서 살지를 고민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허영지는 처음에는 허정민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럼 아예 지금부터 동거하자"며 철없는 말을 내뱉지만, 허정민이 에릭의 친동생이 아닌
의붓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허영지는 허정민에게 "친형제인줄
알았을 때는 아저씨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제라니까 아저씨가 오빠 무지 사랑하는 것 같다"며 "아저씨 안아주고 싶어.
고맙다고"라고 말한다.
에릭이 허정민의 못난 점을 지적하고 구박하는 것이 정말 허정민이 밉고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동생이 어디에서 무시받지 않고 당당하게 밥값을 하는
나이만 성인이 아닌 어엿한 성인이 되기를 바라는 에릭의 마음을 눈치챈 것이다. 허영지가 연기하는 '윤안나'가 그리 많지 않은 출연 분량에도
어느새 시청자들의 가슴에 들어와 있는 것은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뱉으면서도, 겉모습과 다르게 현명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854
첫댓글 좋은 기사입니다^^
영지 화이팅!!!
저두 이 기사 며칠 전에 봤슴다. 이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되는 보는 이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역할인듯~~
영지 언니 화이팅!! ㅎㅎㅎ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