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結)의 생리학
최 병 창
결(潔) 고운 들꽃들이 지고 있다
결(結)은 이제 결(訣)로 가는가 보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결(訣)을 통하여 여기까지 왔으니 어찌 결(結)함이
온전하였겠는가
이젠 낯익은 얼굴이나 낯선 얼굴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그것은 항상 결(結)과의 동선이었기에 피는 꽃보다 더한 바람을 탓하기
때문이다
내 혈관은 이따금 정지신호로 피의 흐름을 멈추기도 한다
그때쯤이면 눈을 감고 결(潔)을 떠나버린 결(訣)을 생각한다
너는 얼마나 많은 결(結)을 버리며 지나쳐왔느냐고
지금은 도망가고 없지만 생각해 보니 내 속에도 나의 결(潔)은 있었던
것 같다 피가 온몸을 돌다가 멈추는 걸 보면,
청춘을 지나친 결(潔) 고은 들꽃들이 지고 있다
결(缺)은 결(決)을 넘고 넘어서 다시 결(結)들 옆으로 모여든다
거친 숨결이나
한때는 비단결 같았던 하얀 머릿결을 감싸 안은 채
잠결에도 넘고 넘는다는 뒷길로만
뒷길로만 모여든다
어느 누구 하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2017. 11.>
註 - 潔 (깨끗하고 바르다).
訣(이별, 작별하다).
缺(모자라고 이지러지다).
結(맺다).
決(터지다 터놓다).
2026. 5. 6일- 토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