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강추위가 위력을 떨치다가 날씨가 풀리더니만 다시 추워진 일월 셋째 일요일이다. 햇살이 퍼지길 기다려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퇴촌삼거리로 나갔다. 창원천 천변을 따라 창원대학 입구로 올라갔다. 개울에는 남녘으로 귀향을 단념한 여름철새 백로와 왜가리가 얼음이 언 개울 바닥에서 뭔가 먹이를 찾고 있었다. 먼 비행으로 소진시킬 열량을 대신해 추위에 고생했다.
대학 앞 상가는 한산했다. 방학이고 일요일이라 더 적막한 듯했다. 썰렁한 대학 구내로 들어섰다. 대학이 도심과 조금 떨어졌지만 캠퍼스는 산책 코스로도 알맞았다. 대학 본부 왼쪽으로 돌아 중앙도서관 앞을 거쳐 사회과학대학 앞을 지났다. 대학 구내 시설을 잘 갖춘 골프연습장이 나왔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캠퍼스에 교직원 복지를 위한 그만한 시설을 갖춘 대학이 드물지 싶었다.
코로나 시대에 한 가지 좋은 점은 대기가 맑아졌음이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정 아니지 싶다. 겨울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법한데 하늘은 티 없이 맑아 쾌청했다. 소음도 매연도 있을 리 없는 대학 구내였다. 나는 창원대학과 아무런 연고가 없어도 가끔 산책을 두르는 코스에 드는 곳이다. 학기가 진행 중인 평일은 드나들 겨를이 없고 주말이나 방학이면 틈을 내어 찾았다.
캠퍼스에는 여러 조경수가 우거져 낙엽활엽수들은 나목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목련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이른 봄 하얀 꽃잎을 펼칠 꽃눈은 보송보송한 솜털이 감싸고 있었다. 다가오는 대한과 입춘이 지나면 꽃눈은 기지개를 켜고 조금씩 꽃망울로 부풀어가지 싶었다. 예술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지나 공학관으로 갔다. 창원대학 구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었다.
공학관 남향에 몇 그루 매실나무가 자란다. 볕이 바른 자리라 어느 곳보다 매화가 일찍 피는 곳임을 알고 있다. 매실나무 곁으로 가 꽃눈을 살펴보니 미세하나마 봄이 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매화는 목본에서는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해주는 나무렷다. 산수유나무도 꽃눈이 몽글몽글 달려 있었다. 벚나무들도 가지마다 봄에 꽃으로 피어날 꽃눈이 점점이 붙어 있었다.
공학관에서 창원대학 동문으로 나오니 창원중앙역으로 오르는 회전 교차로였다. 교차로에서 경남경찰청 앞으로 나갔다. 낡은 본관 뒤 신관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본관 앞뜰 매실나무와 목련나무도 솜털이 감싼 꽃눈이 겨울을 나고 있었다. 도청 별관 곁으로 가 여러 그루 자라는 반송들을 감상했다. 수형이 아름다운 반송을 한 자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아마도 거기지 싶다.
도립미술관 앞뜰 설치된 몇 개 조각품을 살피고 도청 앞뜰 잔디밭을 걸었다. 도청답게 우리 지역에서 가장 넓은 정원을 자랑한다. 나도 달마다 원천징수 당한 주민세를 꼬박꼬박 내는지라 정원 주인 행세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을 것이다. 수령이 오래된 모과나무를 비롯한 여러 정원수는 나목이었다. 일요일이라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지상의 주차장은 곳곳이 빈 칸이었다.
도청에서 창이대로를 건너 교육청 앞으로 가니 노조에서 내건 현수막이 어지러이 걸려 있었다. 뜰에는 휴일임에도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이들도 있는 듯했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아이들을 위한 기관인지 교직원을 우선하는 기관인지 잠시 헷갈렸다. 관공서 거리에서 용지문화공원으로 가니 여러 마리 견공이 잔디밭을 누볐다. 주인 잘 만난 반려견이 일광욕을 신나게 즐겼다.
용지문화공원에서 용지호수공원으로 갔다. 호숫가는 휴일 낮을 맞아 산책을 나온 이들이 간간이 보였다. 용지호수에서 아파트 근처 상가를 지나 농협 하나로 마트를 찾아갔다. 한낮이라 매장 안은 한산했다. 두부와 콩나물을 비롯해 몇 가지 시장을 봤다. 쌀 포대는 무거워 매장 직원에게 배달을 의뢰랬다. 근래 기름만 값이 오르는 게 아니고 콩나물이나 쌀값도 부쩍 올라간 듯했다. 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