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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에게해 바다는 유난히 깊푸른 색을 띤다고 한다. 높은 절벽과 깊은 바다, 그 주위를 나는 물새들. 그리고 깊은 심연 속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소근거리는 산호초들. 넓디넓은 바다를 친구로 삼아 살아가는 그리스 사람들의 예술에는 에게해를 닮은 그들만의 푸른색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냄새가 낭만적이면서도 자연과 시간의 영속성을 초월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그들이다.
70년대를 풍미했던 프로그레시브록의 물결 속에서 가장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면서도 당대 대중들과 친밀했던 그리스 그룹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의 노래 "Rain and Tears"와 "Spring, Summer, Winter & Fall"은 프렌치팝의 요소가 강한 곡이긴 했지만 그리스의 음악가 반젤리스와 데미스 루소스 그리고 루카스 시데라스가 들려주는 에게해의 음유시였고 '사랑과 미의 여신의 아들'과 함께 어린 시절의 우리들도 그 멜랑꼬리한 바다내음 깊은 음악에 빠져 밤을 지새곤 했다.
'에방겔로스 오디세이 파파타나시우' (Evangelos Odyssey Papathanassiou)라는 길고 이국적인 본명을 가진 반젤리스는,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신서사이저 음악의 마술사로 군림해왔다. 키스 에머슨, 장 미셸 자르, 릭 웨이크먼 등과 함께 4대 신서사이저 대가로 불리우는 그의 음악은, 60년대 후반 그리스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이민으로서의 고독한 자아가 투영되어 있다. 어느 음악이든 그의 곡들은 외롭고, 고독하고, 머나먼 바다너머 저곳을 바라보는 자아의 자세를 취한다. 영화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1970년 제인 바킨 주연의 B급 에로영화 [Sex Power]로부터 영화음악작업을 시작한 그에게 전자음악가이면서 동시대 영화음악의 지평을 넓혀가는 주인공의 칭호를 선사한 영화는 1973년의 TV시리즈 [L'Apocalypse Des Animaux(동물의 묵시록)]이다. 프랑스의 감독 프레데릭 로시프가 만든 이 작품에서 반젤리스는 인간의 시선으로 관찰한 자연과 사물의 객관적이고도 초월적인 질감을 소리로 창출해냈다. "인간의 영혼 내면, 그리고 자연의 진솔한 속성을 자극하는 기계의 소리"를 가장 잘 찾아가는 영화음악가 반젤리스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시작되어 이후로도 로시프의 야생 다큐멘터리 시리즈 [La Fete Sauvage], [Opera Sauvage]에 함께 하게 된다.
7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소리를 대변하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해산후 영국의 프로그레시브그룹 예스(Yes)의 일원이 될 것이라던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반젤리스는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탐미해나갔다. 물론 예스의 보컬리스트 존 앤더슨(Jon Anderson)과 '존 앤 반젤리스(Jon & Vangelis)'라는 프로젝트앨범을 4장이나 발표하기도 하고 데미스 루소스와의 공동앨범도 선보였다. 또한 [Heaven & Hell], [Albedo 0.39], [Soil Festivities], [Voices] 등 30년에 걸쳐 발표한 20여장의 솔로앨범들은 차가운 빛깔의 전자악기만을 가지고 가장 인간적이면서 영혼의 본질을 찾는 소리를 추구해온 그의, '음악'이라는 우주에의 여행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번도 멈추어본 적이 없는 반젤리스의 음악여행 중에서 우리에게 도저한 메시지를 전해주곤 했던 것은 역시 영화음악이다.
1981년 아카데미영화상 베스트 스코어 부문을 수상한 [Chariots Of Fire(불의 전차)]는 육상 트랙의 영웅들이 펼치는 불굴의 인간승리를 그린 영화다. 아름답고 역동적인 영상과 휴머니즘이 넘치는 감독(휴 허드슨)의 시선이 스타 출연진 하나 없이 그해 아카데미를 휩쓴 이 작품에서 반젤리스는, 해변을 달리며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정신과 번민하는 내면을 신서사이저만이 낼 수 있는 리듬의 강약으로 심장의 박동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토리 공간이나 화면의 리듬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내면적인 감정의 깊이를 대위적으로 표현한 것의 모델이 된다.
1982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칠레의 군사쿠데타 상황을 고발한 영화 [Missing(실종)]은, 정치적 이유로 3,000명이 살해되었던 칠레의 긴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전해주는 카메라와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차분하고 평온하기까지 한 반젤리스의 건반을 통해 지극히 반어법적인 리얼리즘을 구현한 경우다.
그리고 21세기적인 암울한 미래사회를 묘사한 최고의 풍경화로 전해지는, 그리고 인조인간에게 반영된 인간성의 이중적 이미지가 탁월한 전범으로 기록되어오는 1982년의 리들리 스캇 감독의 영화 [Blade Runner]가 있다. 전자음악이 해낼 수 있는 새로운 음색의 창조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의 음악은, 공해로 인해 항상 비가 오는 칙칙한 도시의 분위기나 금속성의 주위환경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불안한 존재들의 정체성을 빗물과 눈물의 이미지에 섞어놓는다. 레플리컨트라 불리는 인조인간과 그들을 제거하는 데커드(해리슨 포드) 사이에 흐르는 연민을 전달하는 데 블루스적인 선율이 동원되고, 끝없이 누군가를 쫓아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자의 반역을 위해, 전자악기로 만들어낸 풀 오케스트라의 꽉찬 소리가 빠르지만 공허하게 울려퍼진다. 긴장감 넘치는 리듬이지만 슬프고 유장한 선율로. 블레이드 러너와 리플리컨트가 함께 도피하다? 도피는 계속되고 암울한 운명은 결국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암시는 음악 외에는 없는 것이다.
일정한 관습에서 벗어난 반젤리스의 의도가 두드러지는 이 작품은 그러한 '감정전달'과 '사물의 질감'을 동시에 표현한 모델이다. 즉 가상적인 사물들이 현실성을 띠고 관객 앞으로 다가오는(비행물체, 오염된 빗방울 등) 그 질감 말이다.
60년대에 음악을 시작하여 유행이나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고 일관된 음악세계를 지켜온 반젤리스가 90년대에 와서도 그 공력이 노쇠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크고 높은 언덕을 쌓았음을 증명한 영화음악은 바로 1992년의 작품 [1492:Conquest Of Paradise(1492:컬럼버스)]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리들리 스캇 감독과 꼭 10년만에 다시 만난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 다소 변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신대륙을 찾아가는 탐험가의 대장정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은 이 작품에서 반젤리스는 주인공 내면의 고독하고도 강한 면모를 오케스트라풍의 음악과 웅장한 합창의 조화로 구현한다. 또 80년대까지의 음악적 성향이 프로그레시브적이었다면 이 작품 이후로 뉴에이지쪽으로 선회했음을 알게 된다(물론 프로그레시브와 뉴에이지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는 무수히 많고, 두 경향을 구분하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또 이전의 반젤리스 음악이 그림으로 쳐서 추상화였다면 이 영화의 음악은 고상하고 세련된 구상화에 가깝다. 동이 터오는 새벽여명의 바닷가. 밀물처럼 몰려오는 발견과 깨달음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반젤리스의 음악은, 실험적인 선율과 클래식적인 웅장함이 공존한다. 그리고 휴머니즘이 깔린 깊이가 있다. 아마도 지중해 심연에서, 그리고 그리스와 프랑스를 오가는 여행자의 고독한 여정에서 받은 영감이겠지.
1970년에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반젤리스의 영화음악 순례는 아직 22편에 멈춰있지만 21세기 서두를 여는 코드음악으로 가장 많이 쓰여진 그의 사운드가 새로운 세기에 걸맞는 인간을 위한 예언을 음악으로 들려줄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믿는다면 말이다.
"진정한 음악은 우리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온다."
-출처(http://blog.daum.net/miso1019)
대표 음악
Chariots of Fire
1924년 파리올림픽을 주제로 한 1982년작 영화 '불의전차' 주제곡인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입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이 곡은 심장박동처럼 느껴지는 비트 사운드 위에 반복적인 테마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모든 소리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안에서 창조된 너무나 대단한 곡입니다.
The Conquest Of Paradise
첫댓글 티비에서 많이 듣는것들..알고보면 by 카시오페아, 반젤리스..ㅋㅋㅋ
귀한 자료 감사해요~!!!
이런 자료들 너무 좋아요~ 알차고 내용있는! 좋은 곡들 잘 듣고갑니다!
진짜 다 들어봤던 노래네요ㅋㅋ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겠죠 우왕 굳 ~~
우와 다 들어봤던거다!
kraftwerk와 맞먹는분인가요? 전자음악을 진작에 했던 그룹은 kraftwerk밖에 모름...;;
올림픽같은데에 빠지지않고 비지엠으로 쓰이는ㅋ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건데 이 분이 만드신 거군요!!! 감사!
님 좋은 자료 감사해요~^^ 잘 듣고 갑니다.
와 대단하네용 잘 듣고 가요. 감사!
오!! 진짜 다 들어봤던 노래들이네요 ㅋㅋ 신기 ㅋㅋㅋㅋ
어렸을때불의전차듣고.. ㅠ피아노로 연습했음 ㅋ 신기한게 금방본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반젤리서 얘기나왔는데 ..암튼 존경
와 정말 신기해요 특히 저 월드컵때 저 음악도 저 분이 작곡하신거군요 좋은자료 감사해요^^
저번 영화 알렉산더 음악도 좋더라구요..어떤사람들은 영화와 안어울린다고 하지만.. 전 좋았어요~ 음악 잘 들었어요^^
음악 잘 듣고 있어요 불의 전차 ㅜㅠ 인간승리 다큐에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악. 감사해요~
마지막 월드컵 노래(나만 요렇게 생각하는 건가..) 이것도 이분 작품인가요 ~ 우와~~
나 저 월드컵 주제가 진짜 좋아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월드컵 저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뻐렁침 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듣던 음악이네! 이분이 만드신 거였구나~ㅋ
세번째꺼 소름끼쳐 ㄷㄷ
아~~~~~~~~~월드컵 아리랑.............이분이 그분이시구만
아 정말 좋아요 반젤리스 ㅠㅠㅠㅠㅠㅠ 알렉산더 영화 음악 저는 정말 좋았어요.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월드컵 음악 최고~ 새곡 괜히 쓰지말고 월드컵때마다 이것만 나왔으면 좋겠어!!!!
월드컵노래도 이분이 만드신거군요~ㅜㅜ 스크랩해갑니다^^
게시물 정말 좋네요~개인블로그로 스크랩해갈게요^^
울 아빠가 좋아하시는 음악이에여 예전에 차에서 자주 들었는데..^^ 좋은 음악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