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랑 화이트크리스마스 작가 박연선 작가님의 드라마인데 겨울 끝무렵에 보기 좋아.
전반적인 줄거리는 남자주인공은 야구선수고 여자주인공은 남주의 보디가드로 남주의 스토커를 알아내는 이야기야.
(사진하고 대사는 상관없는 장면임ㅠ)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을 한 기분이에요.
상대는 날 쳐다도 안 보는데 나 혼자 죽어라 쫓아다닌 기분.
애쓰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해주겠지 싶었는데...
짝사랑은 오래하면 종교가 된대요
아, 야구 얘깁니다.
기쿠치 유키코라는 일본 여자가 쓴 시인데
애인이 딴 여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자살했어.
커피에 독을 타서 원샷.
-사랑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먹고 살기 어려워봐, 연애 따위는.
그러게 말이다. 그게 다 뇌가 보여주는 환상일 뿐인데.
전문적으로 말해줘? 자이가르니크 증후군이라는 거야.
너한테 부족한 것에 더 집착하게 되는 거.
동수선배한테서 너네 아빠를 본 거지.
어쨌거나 넌 이제 우정에 집착하게 될 거야. 날 잃어버릴테니까.
마지막 게임을 끝내고 라커룸의 문을 잠그고 벽에 기댔는데 눈물이 흐른다면
그 사람은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어디 감히 최동훈 선배를 나한테 비교하냐.
뭐, 스타든 아니든, 몇 억짜리든 몇 천짜리든 똑같겠죠, 그 심정이야.
한 20년쯤 한 건가요?
-25년
수고하셨습니다
난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
내일 연습 계획, 내일은 30분 더 연습, 내일 경기 목표, 내일, 내일.
내일이 온다는 걸 어떻게 그렇게 철석같이 믿을 수 있지?
나도 야구밖에 없었어요. 저도 야구밖에 없었다고요.
엄마고 가족이고 다 버릴 수 있었어요 나도.
야구만 할 수 있으면 까짓 거 다 버리면 되지, 야구만 할 수 있으면.
근데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뭐 얘기를 어디서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 날을 얼마나 후회하는지 알아요?
그 어린 애가 튀어나왔을 때, 내가 핸들을 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냥 까짓 거 깔아 뭉갰으면 어땠을까.
저한테 그 어린 애가 튀어나왔듯이 지금 그 새끼 앞에도 뭐가 튀어나온 겁니다.
근데 왜 박무열만 봐줘야 돼? 왜?
그래야 되는 이유가 뭔데?
박무열 그 자식이 뭔데? 그렇잖아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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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열이 야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그럼 박무열이 야구를 관둬야 하는 이유가 뭔데?
그러니까요, 내말이. 이유따위는 없다고 애초부터.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내 앞에 어린애가 나타났든 안 나타났든, 녹음 테잎이 있든 없든.
-야! 고재효!
그러면 다시 물어볼게요.
형님이 박무열을 이렇게까지 챙기는 이유가 뭐에요?
아니, 굳이 어느 쪽이냐면 형님은 제 쪽이잖아요.
-재능을 보는 눈에는 질투만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기적같은 일이지.
이보게, 고민하는 젊은이.
연애는 종합적인 걸 보는 게 아니라네.
그건 중신이지.
무릇 연애란 한 가지 매력에 꽂히는 거거든.
잘 생각해보게. 자네에게도 자네만의 보석같은 매력이 있어.
그깟 야구 좀 한다고 50억씩이나 받는데 좀 나눠쓰면 좋잖아요.
-그깟 야구라...
뭐, 그렇잖아요.
알고보면 공부 못 해서 운동한 거면서.
얼마나 무식한지 말도 못 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영어로 다 세지도 못 할걸요.
근데 지가 제일 잘난 줄 알아요. 얼마나 건방진지.
근데 50억. 와, 미쳤지.
안 그래요? 죽어라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검사 초봉이 얼만지 알아요? 3,4천이에요, 3,4천.
근데 말이 돼요? 공 좀 잘 맞춘다고 50억.
-좀 많지?
기분 나쁘잖아요. 겨우 공놀이나 하는 주제에.
-겨우 공놀이.
근데 말이야, 너.
너 한 순간에 인생을 걸어봤냐?
그 한 순간에 니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인생, 팀들의 인생까지 다 걸어봤어?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방망이 휘둘러봤어?
다 까져가지고 짓물러 가지고 어쩔 수 없이 손등으로 세수해봤어?
무슨...
-너, 너 하나에 수 천만, 수 백만 관중이 울고 웃고 해봤냐?
그거 해봤으면 너 가져도 돼. 그 50억.
너 운명을 믿냐?
여기에 붉은 실이 묶여 있다잖아, 운명의 상대하고.
-그럼 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어쩌라고?
네 겹, 다섯 겹 묶여 있는거게?
결혼을 몇 번하고 연애를 몇 번하고 그런 거 말고,
그 사람하고 잘 되고 안 되고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이 사람이다 싶은 그런 거.
그 사람하고 헤어졌는데도 이젠 끝났구나 싶은 그런 게 아니라
이대로 끝날 거 같지 않은데 싶은 거른 거.
-그런 게 어딨어요. 다 미련이지.
너도 나중에 다 만나게 될 거다.
-그런 사람 만나도 운명은 아니에요.
만나면 만나고 헤어지면 끝인거지, 운명은 뭐.
운명은 있어. 다들 있는데 중간에 놓아버리는 거야 힘들어서.
-그런 거 없다고요. 죽고 못 사는 사랑도 세월가면 잊혀져요.
사랑을 아세요~?
-난 9살 때 사랑이 치명적이라는 걸 배운 사람이에요.
누구랑? 옆집 철수랑?
-우리 엄마가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집안이 개박살 났거든요.
아줌마들이 쳐들어와서 우리 엄마 머리 잡고 완전 동네망신.
근데도 우리 아빠는 다 용서하겠다.
사랑했거든요 우리 엄마를.
근데 우리 엄만 자식도 뭣도 다 필요 없다 짐 싸들고 나갔어요.
우리 엄마도 사랑했거든요, 그 남자를.
근데 내가 사랑을 몰라요?
이렇게 사랑이 차고 넘치는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데?
-잘 들어요.
운명이라고 믿고 바람난 우리 엄마는 결국 그 남자랑 헤어졌고
15년 동안 엄마만 기다리던 우리 아빠도 지금 다른 여자 만나러 갔어요.
기껏 7,8년 못 잊어놓고 뭔 운명이래, 짜증나게.
죽을 때까지 못 있는 그런 거 있으면 곤란하다고요, 내가.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댁이 좋아졌어요.
좋아해요.
그래도 운명이 있다면 내 운명은 댁이에요.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아, 우리 아빠 연애한대.
-내내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
죽을 때까지 이해 못 할 줄 알았어.
그래도 난 여기까지야. 더 이상 안 해.
네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날 니 변명으로 삼지 마.
버릇될까봐 그래.
아니, 내 버릇.
너무 많이 정을 쏟으면 나중에 쓰다듬어줄 수 없을 때 힘들어져.
그러니까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관계를 맺는 거야.
아버지가 '동수는 야구를 참 잘하는구나' 그러셨거든.
우리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아버지한테 들은 칭찬이 그거밖에 없어.
그 때 '동수는 공부를 참 잘하는구나' 그러셨으면 지금쯤 판검사 됐을텐데 말이야.
인생 참 별거 아닌 걸로 결정돼. 그치?
박무열 좋아하잖아.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아니거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럼 그렇게 해. 말도 못 할 정도면 그 정도밖에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며칠째 방에서 안 나온다던데.
-유은재가 가보면 되잖아.
만나기 싫다는데 뭐...
걱정되면 밀고 들어가. 가서 얼굴 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으면 물어봐.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그랬다가 귀찮아하면 어떡해.
진짜 혼자 있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고.
-유은재는 참 이기적이구나.
박무열이 얼마나 힘든가보다는 니 마음 다칠걸 더 걱정하잖아.
첫댓글 헐 난로 개오랜만..... 이거진짜재밌게봤었는데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