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신화는 이제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더 이상 참여정부 시절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어요.” vs “정부가 규제를 계속 풀고 있어 결국 부동산경기는 회복할 수밖에 없어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건설경기가 죽으면 정부로서도 경기 활성화가 요원해지기 때문이지요.”
시장 분위기는 침울하지만 부동자금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부동산만 한 게 없다’는 의식이 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데다 주식 등 다른 자산시장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기 때문. 지금 같은 불확실성 시기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부동산 투자 해법은 무엇일까.
이슈 1. 연내 집값 회복할까
규제 완화 효과 역부족 vs 3분기부터 회복
연내 집값 회복 여부에 대해선 대부분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부가 굵직한 규제들을 잇달아 풀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영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한 국내 부동산시장만 ‘나홀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만큼 규제 완화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거시 경제 회복이 충분조건이라면 규제 완화는 필요조건일 뿐”이라며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려면 실물 지표들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거시경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수요가 많고 공급이 비탄력적인 강남권에만 규제 완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해제로 오히려 주택시장 침체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실물경기 침체로 주택 수요자들 구매력이 감소해 집값이 상승세를 타긴 쉽지 않다”며 “양도세 중과 해제로 강북과 수도권의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해 오히려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호재와 악재가 교차하면서 올해 내내 집값이 보합세를 띨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물론 빠르면 3분기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띨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강남은 재건축 용적률 상향, 투기규제 해제 기대감, 한강변 초고층 허용 등 여러 호재가 맞물려 있어 투자시점을 찾던 수요가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3분기 이후 수익률을 높이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슈 2. 회복세 빠른 지역은
강남 재건축이 흐름 주도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아파트.
집값 상승세의 시발점은 매번 서울 강남권이었다. 강남 재건축시장을 필두로 강남권 전체, 강북, 수도권으로 오름세가 퍼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이런 공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제2롯데월드 개발 호재가 터질 때도 주변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 재건축단지부터 상승세를 탔다.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도 강남 3구(서울 강남·서초·송파구)가 주도했다. 2월 강남 3구에서는 1210채 거래가 신고돼 2006년 12월(1642채) 이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MB정부의 역세권 재개발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가격이 저평가된 강북 도심 역세권은 꾸준히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 추진 속도가 변수다. 유영상 SG뱅크 소장은 “강남 3구 투기규제가 완화될 경우 강남 재건축, 강북 역세권 개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권 소형 평형대가 강세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선 파주, 김포, 용인 등 미분양 물량의 소화기간이 필요해 중대형 평형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라 대규모 신도시의 소형 평형 주택은 그나마 시장 흐름을 주도할 전망이다. 주요 도시별로 볼 때 인천은 2009년 세계도시축전, 2014년 아시안게임, 구도심 개발 등의 호재로 올해도 강세가 전망된다.
지방은 여전히 수요 부재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정부 정책 요인으로 평준화됐던 집값이 점차 차별화될 것”이라며 “강남권에 이어 분당·판교 등 경기 남부권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강북권이나 경기 북부, 지방은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전 세계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한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L자형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은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슈 3. 실수요자 전략은
세제 감면 효과 누리는 미분양 주택 주목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책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해제다. 3월 16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이 시점에서 투자전략을 바꾸는 것도 좋다. 그동안 강남 등 알짜지역의 ‘똑똑한’ 한 채만 남기는 전략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형 주택 여러 채에 분산투자해 임대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주택 수에 따른 세금 중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때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오피스텔 투자가 인기였지만 경기가 풀리면 오피스텔 대신 유망지 주택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양도세 한시 면제 효과를 입는 미분양이나 신규 분양 주택을 노리는 전략도 필요하다.
물론 이번 조치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등장한 고육책이라 영구히 이어질진 의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언제든 원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는 조치란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상황이 급변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존 주택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도 ‘안전한’ 투자법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거주하기 원하는 지역에서 기존 주택 거래량과 매매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 거래량이 급증하는 시점에서 급매물을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자기자금이 전체 구입 가격의 최소 60~70%를 차지하는 게 좋다.
강남권에서는 저밀도 재건축단지가 투자 0순위다. 양해근 팀장은 “투자자라면 대지지분이 많은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를 노릴 만하다. 특히 5월로 예정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시행되면 일반분양이 많은 재건축 아파트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저밀도 재건축단지로는 개포 주공, 고덕 주공, 가락 시영아파트 등이 꼽힌다.
강북권에서는 관리처분인가가 난 재개발단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일반분양분보다는 조합원 물량이 유리하고 조합원 지분가격과 추가부담금, 웃돈을 합한 가격이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10% 정도 저렴하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지역별로는 마포, 동작, 성동구 지역을 눈여겨봐야 한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내년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할 때 올 하반기가 1차 매수타이밍”이라며 “경기 침체로 좋은 물건이 경매시장에 나올 것이고 그 최고점은 3분기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힌다.
이슈 4. 주목할 만한 지역 & 상품
한강변·9호선 역세권 인기 끌듯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단지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을 비롯해 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역세권 단독·다가구주택이나 빌라, 나대지 등을 추천했다. 이와 함께 강남권 및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침체기엔 틈새상품보다 경기 회복 시 먼저 움직이는 아파트 등 주력상품을 노려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공실이 적고 임대 수입이 꾸준한 대학가 주변 원룸 사업도 유망하다.
양해근 팀장은 “9호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좋아지는 강서구 가양동·염창동·마곡동, 동작구 흑석동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전세 수요자라면 서울 재건축 장기전세주택이 좋고 1~2인 가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역세권 원룸텔도 짭짤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효과로 전통 인기상품인 토지 투자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방 산업도시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지를 중심으로 토지 투자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요가 탄탄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지방 수요자라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예정지 주변 연기군, 청원군의 오피스탤이나 단독주택·농지·임야가 유망할 전망이다.
또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분양가상한제 폐지 효과로 일반아파트 분양가가 뛸 수 있어 유망 택지지구 분양물량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각종 지표로 본 부동산시장 전망은?]
■ 공급 줄고 자가소유율 50% 그쳐 집값 불안
서울에서 내집 마련을 하려면 최소 11년 이상 걸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부동산써브가 서울 109㎡ 아파트 평균 매매가(재건축 제외)와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내집 마련 기간을 산출한 결과다.
만약 서울에서 109㎡를 마련하기 위해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현재 11년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내집 마련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지표로도 증명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연소득 대비 구입 주택 가격비(PIR)는 지난해 말 현재 7.6배로 조사됐다. 6.6배를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주택보급률은 오히려 계속 상승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7년 기준 108.1%에 이른다. 2003년 주택보급률이 101.2%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물론 여기엔 통계의 오류가 있다. 가구 수 산정에서 혼자 사는 1인 단독가구나 타인끼리 함께 사는 비혈연가구는 모두 빠져 있다. 하지만 이혼, 고령화 등으로 단독가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주택보급률을 계산할 때 일시적으로 존속하는 1인 가구나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 원룸 등을 포함시킬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보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국 293가구, 서울만 보면 245가구다. 미국 427가구, 일본 도쿄 500가구, 영국 런던 415가구에 비해 주택이 크게 모자란 형편이다.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인 자가보유율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2005년 자가보유율은 55.6%로 미국 68%, 일본 61%에 비해 훨씬 낮다. 주택보급률은 100%지만 자가주택소유율은 50% 수준이므로 아직까지 내집 마련을 못 한 가구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2018년이 돼야 선진국 수준인 400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리해보면 주택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올해 주택건설 목표는 전국 45만가구, 수도권 25만가구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목표치보다 5만가구 이상 적은 수치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분양시장 침체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기피하고 있어 향후 집값 불안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