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이차전지주에 대한 매매 구도가 180도 달라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식자 기관 투자자들이 이차전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차전지주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 전환이 눈길을 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차전지 종목들이 가파르게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2일~6월8일 사이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3위가 모두 이차전지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에코프로비엠으로, 1281억원 규모다. 이어 엘앤에프(756억원), 에코프로(628억원)가 뒤를 이었다.
기관 투자자들의 이 같은 행보는 한달 새 180도 달라져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했던 종목 1~3위가 모두 이차전지 종목이다. 4월 한달간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엘앤에프로 이 기간 2324억원치 순매도했다. 이어 에코프로(-1445억원), 에코프로비엠(-1150억원) 순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4월 한달간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1~3위 종목은 에코프로(6299억원), 엘앤에프(3756억원), 에코프로비엠(2584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5월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이차전지주에서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이후(5월2일~6월8일) 개인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을 296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는 4월 순매수 규모(2584억원)의 11.4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기간 에코프로(2892억원)는 4월 매수 규모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엘앤에프는 263억원치 순매도했다.
기관의 매수세에 조정을 받았던 이차전지주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4월10일 장중 최고 31만5500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 지난달 15일 장중 최저 21만2500원까지 하락했다. 6월8일 종가기준 에코프로비엠은 26만7500원으로 5월15일 저점 대비 25%가량 올랐다. 에코프로 역시 지난달 15일 최저 49만9000원과 비교해 현재(6월8일 종가 65만8000원) 약 32% 상승했다. 엘앤에프도 같은 기간 15%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이자 기관이 가장 많이 매수한 이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최근 한달 간 15곳의 증권가에서 종목리포트를 발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곳이 투자의견 ‘매수’를, 4곳이 ‘보유’, 1곳은 사실상 ‘보유’를 의미하는 시장수익률(Marketperform)을 제시했다.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도 있었다.
매도 의견을 낸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현 주가는 2030년까지의 예상 성장이 반영된 상태로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도’로 추가 하향한다”며 “국내 업체는 물론 유럽과 일본 업체들의 증설경쟁 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과열 국면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안정적 실적 성장을 근거로 매수를 권한 증권사도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우려에 비해 실적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그룹사 내에서 안정적 가격으로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