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듯이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엄마와 아빠는 3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20대인 누나만이 나와 4살된 준호를 먹여 살리고 있다.
누나는 나를 예뻐해 주지만 나는 누나에게 착하지 않은 동생이다, 2년 전부터.
내가 누나에게 반항하는 이유는...
나는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누나와 나는 혈액형이 다르다.
그러니까 아빠가 A, 엄마가 B, 내가 O, 누나가 AB , 동생이 A..
내가 알기론 A형과 B형 사이에 O형이 태어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결론은 내가 입양아라는 것이다-...
그 것을 깨닫는 그 순간 그 모든 게 타인으로 보였다.
내가 타산지석他山之石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세상에 있으면 안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게 슬퍼서 나는 밖으로 나다녔다.
누나가 날 걱정하고 있고 준호가 날 애타게 기다리는 건 알지만..
나의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준호의 그 맑은 얼굴이 내 눈 앞에 아른거렸지만,
난 애써 무시하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우리 누나는 형사다.
특히 불량 청소년을 담당하는 형사.
후우.. 쳇, 자기 동생이나 교육을 똑바로 시키시지.
나는 술과 담배를 한꺼번에 하며 피식 웃었다.
내가 있는 곳은 불법으로 영업하는 곳으로,
내가 가면 주인 누나는 항상 비싼 술을 공짜로 준다.
"어머~ 우리 준후 언제 왔어?"
술 냄새, 화장품 냄새, 담배 냄새, 독한 싸구려 향수 냄새를 풍기며
주인 누나가 내 팔을 잡아 당긴다.
"조금 전에."
"흐응~ 그래? 호호호."
역겨운 냄새, 역겨운 웃음 소리.
...잠시 열심히 일하는 누나가 스쳐 지나갔다.
하아.. 젠장할.
한창 누나 생각에 괴로워 하고 있는 데, 망을 보고 있던 동준이가 소리친다.
"누나, 누나~ 짭새 떴어요, 짭새 !!!"
"뭐어?!"
날카로운 고성이 내 고막을 때린다.
"숨어, 숨어!! 준후야, 준후야 어서어~!"
주인 누나가 날 숨기려고 내 팔을 잡아 끄려는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렸다.
"꼼짝 마!!"
내 눈이 커졌다.
낯 익은 목소리다.
내가 고개를 돌렸다.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나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주인누나에게 누나가 다가간다.
"퇴마 경찰서의 현승희 현사입니다. 잠시 서에 가셔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학생 여러분도 잠시 서에 가주실까요?"
그렇게 난 처음으로 누나가 일하는 경찰서에 가보게 되었다.
퍽, 퍽!!!!
"똑바로 불어, 새끼야아!! 물증, 증인, 심증도 다 있다고.
이래도 안 불래?!"
경찰서에 들어가자마자 들린 소리다.
이 곳에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건 욕과 타격음,
보이는 건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과 우리 말고 잡혀온 10대들의
겁먹은 눈빛과 기세등등한 경찰들이었다.
누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차를 내왔다.
누나의 살벌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나와 모두는 어리둥절해 했다.
누나가 차를 마시고 있는 주인누나에게 말을 했다.
"아줌마, 불법인 거 알지요?"
"아.. 아줌마아?"
"화장 떡칠하고 술 냄새, 담배 냄새, 싸구려 향수 냄새가 진동하네요.
이야~ 엄청나구만? 화장두께 5cm네.
한 달에 화장품 가격만 모두 얼마 들어요?
쿡쿡. 하긴, 영계 꼬실려면 좀 꾸며야겠네요.
어때요? 아들뻘의 영계 끼고 누나 소리 들으니 좋아요?
당신, 내가 알기론 40대 후반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도 놀랬고 주인 아줌마(누나가 아줌마랬다), 친구들도 놀랬다.
누나의 화려한 말빨과 주인 아줌마의 숨겨진 나이 때문에.
"네.. 네가 어떻게 그 걸..?"
"아줌마는 우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요, 전과 7범의 전재숙씨."
생글 생글 웃는 누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아줌마.
누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으며 우리들,
그러니까 나와 친구들에게 누나가 말했다.
"너희들.. 방황은 이제 그만 끝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의 방황은.. 너네 부모님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니까.
너희들, 가족과 얘기해 본 적이 언제지?"
"..."
모두들 말이 없었다. 더불어 나도.
"모두 지금 집으로 곧장 돌아가거라.
그리고 부모님을 한번 안아주렴. 그리고..."
순간 누나가 무섭도로 섬뜩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준후, 너는 잠시 좀 남아라."
"..."
누나.............
누나는 날 취조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좀 음침하지?
하지만 너와 단 둘이서 얘기할 곳은 여기 밖에 없어서.. 앉으렴."
누나와 나는 마주보고 앉았다.
누나는 따뜻한 눈길로 날 마주보고 있었지만,
나는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누나가 일하는 곳이구나...
이렇게 어두침침한 곳에서 누나는... 항상...........
"어?"
내 눈에 띄는 어느 종이.
엄마, 아빠, 나, 누나, 준호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사진..이다.
"항상 동생들 생각했었어, 힘들때 마다.
'우리 준후와 준호는 지금 잘 있을까?' 라고."
"..."
"준후야, 네가 방황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보았다.
이제 너한테도 진실을 말해줘야겠구나."
"무슨...?"
누나가 싱긋 웃는다.
"아까 전에 아줌마한테 했던 내 소개가 기억나니?"
아까라고 하면..
/"퇴마 경찰서의 현승희 입니다."/ 라는-..
아, 잠깐.. ?
"현승희? 누나, 누나는 장승희-.. 아니었어?"
누나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한다.
"항상 이름만 부르니까 모르겠지?
엄마.. 재혼한거야, 16년 전에.
그리고 엄마가 재혼한 그 남자에게선 아들이 하나 있었어.
2살된 아주 귀여운 아이가.
준후야, 혹시 혈액형이 O형으로 나오지 않았니?
너의 생모가 O형이라더라.
그래서 너도 O형인거고.
혹시 네가 뭐 입양아니, 뭐 그런 생각 했던 건 아니지?"
가슴이 뜨끔거렸다.
얼굴이 붉어졌다.
....뭐야, 나 혼자 착각한거야?
그런..거였어?
"사실 너한테 신경 안 쓸수도 있어.
넌 내 친 동생이 아니니까.
혈연 관계가 아니니까.
하지만..
내 동생이니까,
내 가족이니까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쓸 수 밖에 없더라.
준후야..... 울어 ?"
나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너무 부끄러워서..
누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누나가 나의 얼굴을 감싼다.
"준호, 요즘 말을 정말 잘해.
그런데 너 어딨냐고 계속 묻더라.
'엄마, 엄마, 아빠 어딨어?' 라고.
아무리 누나, 형이라고 고쳐줘도 안 고쳐지더라고. 쿡쿡.
준후야, 이제 누나와 준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줄래?
우리는 항상 네가 돌아올 자릴 만들어 놓는데,
그 자리의 주인이 꽤나 돌아올 생각을 안 하는구나. 아, 더워."
누나는 웃으며 팔을 걷어올렸다.
그 때 내 눈에 이상한게 보였다.
누나의 오른쪽 팔.
뭔가에 찔려 길게 찢어진 상처가.. 있다.
"이건...?"
"응? 아, 이거?
작년에 너, 폭행 사건에 연루된 적 있었지?
그거 처리하다가.."
누나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멋쩍에 웃는다.
"누나.. 누나.....
..........미안해.. 흐윽.. 미안.. 정말 미안........"
눈물이 한방울씩 흘러내렸다.
"그럼 준후야, 그렇게 미안하면 이젠 대답해줄래?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줘.
.,..그렇게 해 줄수 있겠니?"
난 말없이 누나를 안았다.
누나.. 그동안 미안했어.
못난 동생을 용서해 줄 수 있어?......
몇년 후 .
오늘은 누나와 매형, 그리고 나와 준호,
나의 조카 아라와 가족 사진을 찍는 날이다.
그 날 이후 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가족의 품은 따뜻했다-.
"자, 여기 봐주세요~"
가족의 소중함,
"찍습니다. 자, 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두울!"
내게 있어서 너무나 고마운 존재.
"세엣!"
이들은 내가 평생 사랑할 사람들이다.
"찰칵!"
누나, 매형, 아라, 준호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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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연재
퇴마팬픽[단편]
[단편] 나의 사랑 나의 가족
Ere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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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18 22:3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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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시간 분량 소설을 다 날려서 꿀꿀했던 기분이었는데..기분이 좋아졌어요^-^ 건필하시길^-^
아아...너무 감동적이에요...승희의 남편은 당연 현암이겠져???ㅋㅋ
아아.. 잘 읽었습니다. 감동적이예요. 하지만 A형과 B형 사이에서 O형은 나올 수 있답니다. 생모가 O형이라 해도 자식이 O형이 아닐 수도 있구요. 중 3이 되신다면 알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아앗. ㅇ_ㅇ!! 환자님도 소설을 날리셨군요.. 아아.. ^-^ 하여튼 건필하세요- 글 잘 봤습니다. ~
와아~! 환자님 넘 멋있어요! 건필하세요!!
아아, 저도 알고 있어요^^ 중3은 아니지만; 하지만 O형이 나오기가 상당히 희박하다는 소릴 들어서요; 감상주신 모두들 감사합니다. ^^ 시험을 못 쳐서 기분이 꿀꿀해요 ㅠ
홍옥님 이거 쓰신 분은 환지님이 아니랍니다;ㅁ; Erebus님이죠;ㅁ; 형아!진짜 좋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