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인상, 어디 한 군데 악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소문난 독종이다. 한국 유도 최경량급의 간판 최민호(28·한국마사회). 태극마크를 단 유도 대표 가운에 누구 하나 연습벌레가 아닌 사람이 없지만 최민호의 훈련량만큼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 선수단이 첫 금메달을 최민호에게서 기대하는 것도 그래서다. 남자 유도 60㎏ 이하 급의 최민호는 9일 한국의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최민호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이스크림 대리점집 아들로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러나 경산 진량고 1학년 때 아버지(최수원씨)가 빌려준 돈을 떼이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아이스크림 대리점마저 접어야 할 형편이었다. 실의에 빠진 아버지에게 진량고 유도부 감독이 주무 역할을 제안했다. 그 길로 아버지 최씨는 유도부 숙소를 찾아갔다.
유도팀 주무가 된 최씨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유도팀의 미니버스를 운전하는 등 아들과 그의 동료의 뒷바라지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낮에는 주무였지만 밤에는 아들의 코치이자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최민호는 오후 10시만 되면 아버지와 함께 까치발을 하고 숙소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른 선수들이 잠자리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자정까지 훈련을 했다.
아버지 최씨는 “같이 지낸 1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밤에 나와 철봉에 매단 고무튜브를 당기면서 힘을 키웠다. 내 아들이지만 참 독한 놈이었다”며 “그런 아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 아들도 저러는데 아버지가 돼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1년여의 주무 생활을 마친 뒤 직장을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고교를 졸업한 최민호는 용인대에 진학했다. 선후배 사이에 ‘군기’가 세기로 소문난 용인대에서도 그는 독종이었다. 선배들로부터 호된 기합을 받고 나서도 그는 훈련만큼은 빼먹지 않았다. 아버지 최씨는 “기합을 받고 지쳐서 다들 돌아갔지만 민호만 그 자리에서 자리를 펴더니 훈련을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 뒤로 선배들이 민호를 다르게 대했다”고 전했다.
‘훈련 독종’ 최민호가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는 남다르다. 주요 경기 때마다 금메달 목전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지난해 리우 세계선수권에서도 그는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03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최민호는 이번 대회에서 지긋지긋한 동메달 징크스를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렸다. 금메달의 가장 큰 걸림돌은 8강전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일본의 히라오카 히로아키다. 이제까지 상대 전적은 2전2패.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체중 조절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다 일본에서 유도를 배운 안정환(안병근 감독 조카)을 훈련 파트너로 삼아 상대 분석을 완벽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최민호는 “아테네 때는 체중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동안 흘린 땀을 금메달로 보상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