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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목민 정두환의 세상이야기
신(新)중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비바 브라보 2015년 7월호.
산안개가 내려오는 저녁 산책길의 여유로움은 짙어가는 푸르름과 풋풋한 풀 향기 가득한 산속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가슴은 열려지며 익숙한 듯 자연의 세상으로 입문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산으로 들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본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평생을 한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자연을 만나게 된다.
이름도 모르는 꽃의 차림새는 계절의 여왕이라 뽐내는 장미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담함으로 보는 이의 입가를 미소 짓게 한다. 무엇이 저리도 단아하고 평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자신의 모습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은 생물학적 나이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 인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산허리까지 내려온 산안개는 내 앞의 발길만 겨우 열어주며 미지의 세계로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나의 마음은 불안감 보다 평안함으로 인해 내딛는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
이 시대의 신(新)중년들이여!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난 정말 가족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하며 살았노라고 항변하는 이들이 참 많다. 정말 그럴까? 어쩌면 신중년은 시대의 행운아들이라고 반문해본다. 신중년 보다 조금 앞선 세대의 세상은 가난과 궁핍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난이요, 고행이었다. 많은 이들이 가난과 질병의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야 했고, 이분들의 희생으로 자녀들은 살 길이 마련되었다. 이분들은 사명감으로 살았을 것이다. 조국의 근대화를 이루고자 주야로 일만했을 것이며, 본인의 건강보다는 가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본인의 평안보다는 국가의 평화를 먼저 생각 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신중년은 어떠한가 ! 조금 앞섰던 시대의 노력으로 그분들보다 조금은 여유있는 환경에서 공부도 조금하고 살지 않았던가! 나름대로 자신을 가꾸기도 하고, 주변을 살펴보기도 하며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가 말이다. 직장을 구하는 일도 지금의 젊은이들보다는 조금 쉽게 자신이 하고픈 일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설픈 푸념은 뒤로하고 지금부터라도 본인이 진정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젊은 날의 뜨거웠던 가슴으로 이제 세상을 향하여 불꽃을 피워보자, 나름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고픈 일이 남았다면 마지막 정열로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여야 한다. “... 사랑은 전부를 요구하고 지극히 옳은 것이라오. 따라서 사랑은 나를 위해 그대에게 있고 그대를 위해 내가 있소, 하지만 그대만이 그 사실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니 어쩔 수 없이 내가 그대를 위해 사랑해야겠구려..." 이는 베토벤이 <불멸의 여인>에게 남긴 편지 중의 한 대목이다. 음악의 성인이 베토벤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남긴 편지를 읽다보면 베토벤의 창작욕구 만큼이나 사람을 사랑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진정 사람을 사랑했던 베토벤이기에 사람을 위해 사랑을 위해 작곡한 위대한 곡들이 지금도 우리를 흥분하게 하고 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것은 삶의 원천이요, 영혼의 위대함이다.
사랑은 그 대상이 사람일수도 있을 것이며, 사물일수도 있고, 무형의 이상일수도 있을 것이다. 대상이 그 무엇이든 살아오면서 아쉬움이 남는 그 무엇이 있다면 더 늦기 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것이 옳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댜리는 동안’의 한 대목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 그렇다 어쩌면 그대가 오기를 그 누군가는 이처럼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가슴이 움직이는 일, 가슴이 원하는 일을 더 늦기 전에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상을 아름다운 문화예술로 가득 채우고 싶은 필자의 마음은 오늘도 문화가 있는 곳, 예술이 있는 곳이면 발걸음을 재촉한다. 함께 나누는 세상,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나에겐 살맛나는 세상, 가슴이 뛰는 세상, 기다려지는 세상이기에 나 때문에 그 누군가를 기다리게 해서는 않될 일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머리로 이성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더는 없다. 몸으로, 행동으로, 가슴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하는 방법을 실천하여야 한다. 세상은 내가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없는 세상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 어디에선가는 나를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하는 힘을 모으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에 더욱 열심을 내어야겠다.
스치는 바람에도 가슴이 쿵쾅거리다보니 벌써 산 정상이다. 아스라한 그리움을 가슴 가득 담고 이미 어두워진 산길을 내려온다. 가슴이 원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실천하고 싶은 마음 가득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