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성공시대/ 오색미 브랜드 개발 경영사례
‘웰빙오색미’로 개방화의 파고를 넘는다
□ 친환경재배 유색미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넓은 들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황금들판 가운데 우리가 잘 보지 못하던 자색, 녹색, 검정색 빛을 띤 벼들이 익어가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 회현들녘에서 홍미, 녹미, 황미, 흑미, 백미 등 5가지 천연색깔의 유색미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여 ‘웰빙오색미’ 라는 브랜드를 직접 개발해 정착시켜 가고 있는 농장이 있다.
“너른 들녘에서 우렁이가 키워낸 무지개 빛 오색미가 자라며 동물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자연과 우리들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지켜주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땅이며,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습니다.” 오색미 체험교육농장을 겸하고 있는 가나안농장의 홈페이지(http://5coloredufarm.net) 첫머리에 있는 농장주 부부의 각오를 담은 인사말이다.
□ ‘웰빙오색미’ 브랜드 개발
가나안농장 김수환 대표는 고교 졸업후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90년에 고향으로 귀농했다. 평야지대에서 벼농사와 답리작만으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었다. FTA 등 개방화 시대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농촌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중, 재래품종과 신품종 찹쌀의 현미가공 등으로 유색미를 세트화하고, 소비자의 웰빙 트렌드를 반영하여 ‘웰빙오색미’라는 브랜드를 고안하여, 전주의 법률사무소에 의뢰해 상표등록을 마쳤다. 우렁이농법을 통해 무농약재배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도 받았다.
오색미란 빨간색 쌀(자광벼), 녹색쌀(녹원찰벼), 검정쌀(흑진주벼), 황색쌀(동진찰벼 올기미쌀), 흰색쌀(찰현미)로 5가지 유색쌀을 말한다. 각기 독특한 색을 가진 쌀은 시험장에서 개발된 신품종도 있지만,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래품종도 섞여있다. 전국을 수배해 2003년 장흥에서 재래종인 적토미(갈색) 종자를 비싼 값에 구해오고, 기술센터와 호남농업연구소 등을 찾아다니며 유색미 종자를 확보해 먼저 종자증식을 시작하고, 점차 재배면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친환경재배를 위해 맞춤형 비료를 관행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우렁이농법을 도입하여 제초제를 피하고, 병해충 관리를 위해 미생물 제재(EM, 고려바이오 등)와 자연식물(담배, 율금, 쑥 등)을 활용하고 있다.
포장재도 처음에는 군산 시내의 광고기획사에 의뢰했다가 서울로 옮겨 개발비만도 1,200여만원을 투자하였다. 유색미는 각각 500, 800g씩 소포장을 하고, 5종을 박스에 담아 선물세트로도 출하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인근 도정공장에서 현미로 위탁가공 했으나, 점차 물량이 늘어나면서 금년에는 지역특화작목 육성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보조 5억, 자부담 2억원)을 받아 색채선별과 현미부 시설이 강화된 도정공장(120평)과 저온저장고(40평)를 신축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판로확보와 홍보가 중요한데, 물량이 적었던 초기에는 찰쌀보리, 찹쌀 등 기존 직거래 고객에게 집중 홍보하고, 연고가 있던 지역의 종교행사 및 각종 단체의 행사시 선물세트 납품을 추진하면서 점차 서울, 광주, 청주 등 전국단위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직거래 고객이 3,000여명, 단체가 20여개로 늘어났다. 기업체의 추석, 설 명절 선물용 납품을 꾸준히 노크하고, 백화점과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도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농촌체험 학습장 운영으로 입소문을 통한 직거래고객을 꾸준히 확보해 가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상거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 농촌체험학습을 통한 홍보
가나안농장은 단순히 오색미를 생산․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직거래 고객과 도시민들을 위한 농촌체험 교육관 및 숙박시설(65평), 휴식공간(정원 300평), 동물농장 등을 확보하여 현장체험 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마당과 뒷산을 활용하여 농촌체험과 쉼터 공간을 조성하였다. 관상수 20종, 수석 200점, 야생화 30종, 관상조류 17종 등 볼거리를 만들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쉼터와 체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봄나물 캐기 및 오색미 시식체험’, ‘볍씨에서 밥알까지’, ‘오리/우렁이 방사’, ‘가을들녘 갈대 불놀이’ 등 농장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농촌현장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시각․미각․촉각을 통해 오색미를 웰빙식단으로 인식하게 한다. ‘볍씨에서 밥알까지’ 교육 프로그램은 겨울철 볍씨 보관에서부터 파종, 모내기, 우렁이 제초, 수확, 밥짓기 등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경영 우수요인
사례농가는 창의적인 경영으로 농산물을 친환경으로 재배하면서 농촌체험 등 농촌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득원화 하는데 힘쓰고 있다. 소비자의 트랜드를 읽고 예부터 전해져 오던 홍미, 녹미 등을 모아 웰빙오색미라는 브랜드화에 성공하여('06년 직거래 판매실적 254백만원),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정열을 쏟고 있다.
판로개척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면서 경영규모 확대도 동시에 이루어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벼농사와 쌀보리 2ha 정도로 시작해서 작년에 유색미만 24ha(86톤), 현재는 인근농가 12호를 규합해 영농법인화 하여 자작 12ha 포함 50ha(175톤 예상)로 늘렸다. 참여농가 입장에서는 일반쌀 재배시 10a당 80~90만원의 조수입을 올렸으나, 오색미 재배시 100만원에 수매하고 친환경 농자재 지원까지 받는 등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도기술원, 호농연, 전북대 등이 참여하는 ‘전북쌀산업특화사업단’의 기술지원을 받아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유색현미의 비타민(B₁,B₂등), 칼슘․마그네슘 등 무기성분 함유, 안토시아닌 색소 등의 효능 분석자료,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무농약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과 군산시장이 보증하는 ‘군산眞명품’ 등을 받아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민을 대상으로 흰찰쌀보리, 흑미 등을 직거래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색미를 특화하고 다각적인 판로개척 노력과 더불어, 미래수요 창출을 위해 체험교육농장을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홍보에 기여하고 있다. 농촌체험을 통한 진성고객 확보와 더불어 체험 및 숙식비는 농외소득이 되고 있다. ‘시골 맛, 시골 정취 그대로’ 라는 테마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올해부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e-비즈니스도 활용하고 있다.
□ 시사점 및 앞으로의 계획
사례농가는 개방화로 점차 어려워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여 전통 식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소비자의 웰빙 추세에 맞춰 상품화함으로써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환경 및 자연자원을 보전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여 인근농가까지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아울러 전통식 현미식단으로 국민건강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오색미 국수, 유색술 개발, 해외 수출시장 개척 등 안정적인 판로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미 독일, 호주 등의 유기농단체 품질인증을 위해 샘플을 보냈으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업자와도 접촉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암중모색을 하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개방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경영정보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