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수시 합격했구요. 아직도 좀 얼떨떨하네요ㅋ 삼일이나 일찍 발표해서 기습공격(?) 받고 난 것 같은 후유증이...;;
그 동안 대학에 가고 싶기는 했지만 사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안 했던 터라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도 이번에 세 번째 시험치는 거라 (네 번짼가?ㅋ) 사실 부담감도 많이 컸었어요.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며칠씩 멍때리기도 했던 기억이...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되요. 글 잘 쓰고 공부도 잘 하면 좋겠지만, 하느님은 공평하셔서
한 사람에게 그리 많은 재능을 주진 않죠. 그러니 공부 아니면 글쓰기!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그런 분들이 학업성취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대학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인지도가 높은 대학이라면 뭐 말할 것도 없죠ㅋ 그런 학교가 하나 있어요. 서울예대라고..... 이 대학의 말도 안 되는 경쟁률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3 때 이 학교에 지원해서 거의 붙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예비 5번인가, 3번까지 올라갔었죠.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고, 다음 해에 또 시험을 봤습니다. 자신감이 있었어요. 글은 꾸준히 썼으니까 이번에는 당연히 붙겠지, 했죠. 하지만 또 미끄러지더군요. 결국 대입을 포기한 채 군대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대학을 가지 않고 입대한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더라구요. 이래선 안 되겠다 해서 제대를 한 후에 학원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바로 이곳, 청목문예창작교실에 말이죠.
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도 입시에는 변수가 많다는 겁니다. 일단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나의 글을 완성해야 하고 그 안에 메시지도 넣어야 하며 인상깊은 장면과 구절도 넣어주어야 해요. 겨우 90분 안에 말이죠. 또 결정적인 하나가 더 있죠. 교수들이 뽑은 주제에 맞게 써야 한다는.... 이외에도 더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분명한 건 이런 것들이 전제하지 않는 한 요행으로라도 붙기 어렵다는 겁니다. 허둥지둥 써낸 작품으로 혹시 내 '재능'을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그런 맘 먹고 있다면 버리는 게 좋아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을 일찍 깨달을수록 득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개성도 좋고 앞서 말한 재능도 좋아요. 자신감을 갖는 것은 언제나 고무적인 일이죠.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심에 빠지거나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버린다면 그건 문젭니다. 우울한 감상에 젖어 하루키 소설을 읽으며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댄다고 해서, 인정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고독하다며 외투깃에 얼굴 파묻고 하염없이 거리를 걷는다고 해서, 인정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입시는 철저하게 글로 모든 것을 말하고 그 글에 매긴 점수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됩니다. 그 외에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뭐 면접이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글이 좋지 않으면 면접으로 뒤엎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느꼈구요.) 그러니 '글쓰기'에 집중해야죠.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란 기본에 충실하되 개성을 잃지 않는 글쓰기라고 볼 수 있어요. 경험상, 어느 정도 누군가의 지도편달이 있어야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서 잘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 분들께는 뭐, 더 할 말이 필요하겠습니까ㅋ 그저 심심한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선생님께 특별한 것을 배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 동안 제가 배운 것들은 모두 중요한 것이었어요. 문학에 정답은 없지만 기본은 있죠. 이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깨닫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와 관심 때문에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주제에 안 맞게 강요하는 식의 글이 되어버렸는데, 정말로 모두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서 대학 때문에 방황하거나 좌절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분들 글 쓴 거 보면 정말 다들 재능이 있거든요.... 프로가 되기 위해서, 더 잘 쓰기 위해서 가는 학굔데, 너무 많은 학생들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자기가 뭘 써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수없이 많은 새싹들이 말이죠.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봐야 해요. 적어도 입시에 관해서 만큼은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갈피를 못 잡고 헤맬 수 있거든요.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 입니다. 다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 많은 다짐을 하고 갑니다. 수시에서 합격하는 것은 굉장한 일인데 너무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