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가는 날 아침은 항상 분주하다
산에가서 먹을 내 점심도 챙겨야 하지만
집에 계시는 어른 아침진지와 점심 저녁까지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주부3단의 빠른 솜씨를 발휘하여
배낭을 꾸리고 집안 일을 챙긴다
다행인 것은 산에가는 내 행동을 식구들이 이해 해주고
적극 도와주는 점이다 날씨 춥다고 옷많이 입고가라는 아버님의
말씀과 늦을세라 비상근무하러 가는 남편이 지하철 역까지 태워다 준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다되어 가는데 대연동역까지 밖에 못왔다
해운대역까지 아무래도 택시를 잡아타야지
종점에 내려 헐레벌떡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데 손폰이 울린다
먼저 도착한 일행중 딸래미 친구 아빠인 장사장이다 지금가요
오분후에 대기중인 택시를 잡아타고 내리니 어디 전화중인
강대장님, 너무 오랜만에 나오신 유병근 선생님, 영도 큰오빠
배작가, 고실장님, 오락부장 영선씨 악수하느라 한참이 걸리다
돌아서니 이게 누구야 일년만에 처음 나왔다는 새신랑 배재경씨
하하 다들 반가움에 시끌벅적하다
오늘 참석인원 15명
때 맞춰 도착한 봉고를 타고 오늘의 산 달음산을 향한다
자리가 조금 비좁아 새로 온 여성회원이 날씬하기에
내 무릎에 앉아 안고 오니 남자 회원들 부러워 죽겠단다
집을 나설때는 좀 춥더니 산자락에 다달으니 포근하다
차에 내려 몇분 안 걸었는데 겉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다
산초입 너른 터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산행하기전 서로의 간단한 자기소개시간이다 새로온 식구가 두분있어 최대한 기억에 남도록 특징있게 소개하라는 강대장님의 익살스런 웃음 여전하시다
새로 떨어진 햇 낙엽이 묵은 낙엽위에 내려앉아 폭신한 오솔길을 오른다
작년에도 12월 송년산행을 달음산에 했기에 일년만에 다시 걸어보는 길
한시간도 오르지 안아 뒤를 돌아보니 아 탁트인 바다
일광해수욕장의 해안과 월래 앞바다 잔잔한 수평선이
내 눈금위에서 한없이 파랗다
무덤처럼 눈아래 엎드린 야산에 소나무의 푸르름이 돋보인다
소나무가 많이 있는 곳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오름길에 힘이 들어 몇번 쉬다가 바위정상에 도착한다
칠순인 유선생님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계신다
정상 돌 표지석에 달음산 586미터라고 쐬어 있다
586새대라고 기억하면 되겠다고 누군가 말해 맞다고 또 연발한다
늘 하듯이 간단한 등정식을 갖는다
일행이 빙 둘러서서 강대장님의 주도하에 맨 처음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바로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힘차게 부르고
돌아서서 이 세상에서 가장사랑하는 사람 이름 세번 부르기 순서에는
합창이 되어 고함을 치니 누가 누구라 하는지 분간은 가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그 훈김으로 모두들 웃는 낯으로 서로 쳐다보며
또 한바탕 웃는다
작년에 자리잡아 점심을 먹던 그 양지 바른 자리에
또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 시간이다
자리를 펴고 둘러 앉으니 열다섯명이 이렇게 오붓해 보일 수가 없다
각자 들고 온 도시락을 펼치니 진수성찬이 따로 있으랴
배작가 모친의 숨은 실력 조기식혜에다 고실장님의 돼지고기양념 구이
깻잎무침 멸치조림 강대장님 사오신 두부조림에는 잣과 갖은 약념으로 먹음직 스럽다 아무래도 포도요법 덕분이라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흰 소리로 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다양한 메뉴에 명순씨의 빛깔도 좋은 와인이 한잔씩 돈다
그런데 오늘 술준비를 미처 못해 포도주가 더 꿀맛인 것 같다
내가 가져간 솔잎술도 몇잔 돌리지 않아 동이 나 버린다
입맛을 다시며 빨리 하산해서 먹자고 의견일치다
오늘 새로 온 신입회원 인사 순서다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영선씨 소개로 온 두 여성분은 인상도
좋거니와 유머감각이 뛰어난 영선씨가 자꾸만 웃겨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연신 웃음을 참을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더 친근감이 간다
신고식은 노래 세곡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창을 너무나 잘한다
풀어내는 솜씨에 회원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앵콜이 절로 합창이다 박연옥씨는 즉석에서 박명창이라고 임선생님이 이름을 붙이신다
1시반 즐거운 점심시간 끝내고 하산 길에 접어든다
새로온 두 여성과 나란히 내려가며 이야기를 하다 박명창씨는 바로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이단지 아파트에 산단다 이재영씨는 뒤쪽에 잇는 화인아파트에 산다는 말에 더욱 반갑다
느닷없이 재영씨가 나보고 왜 성추행이라고 해요?하고 묻는다
성추행 성추행이 뭔데요 의아해 반문하다 생각하니 나를 성대장하다가 성고문으로 추대하니 어쩌니 대장보다는 고문이 났다는 둥 하는 신소리를 듣고 고문이 잘 생각나지 않아 추행으로 나한테 물은 것이다
아이구 나는 그만 배꼽을 잡고 말았다
남의 귀한 성씨를 가지고
그러나 자초지종 설명을 할 수 밖에, 성이 성가라서 어쩌구저쩌구.....
쯧쯧쯧........우리 아버지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얘기지만.......
바다를 안고 하산하는 길은 달음산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그만 눈높이로 하산하다가는 풍덩 바다에 빠지고 말것같다
마른 억새풀들이 아직도 솜털을 달고 마른바람을 만들어 하염없이 날리고 있다 잔잔한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기고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품어주며 넉넉한 자리를 내어준다
지난해 노래자랑을 하며 이차로 쉬었던 곳에 또 둘러앉아
강대장님의 구수한 노래에 취한다 스스로 취해 자칭 앵콜로 두곡을
계속해 부른다 박수가 쏟아지고 영선씨 노래솜씨에 귀가 즐거운데
오늘의 인기맨 박명창의 남도가락을 안 들을 수가 있겠는가
얼~~~쑤 추렴을 넣어가며 모두들 동참한다
정말 즐거운 한때이다
이렇게 아무 격의없이 한식구가 되어 자연의 품안에 안길 수 있는 여유를
누군들 사랑하지 않으랴 또한 이런 시간을 갖기위해 일주일 여러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모른다
3시쯤 하산하니 벌써 대기하고 있는 봉고차로 양산박으로 날아간다
한길을 내부수리해서 양산박으로 개업한지 나흘 밖에 되지 않아
꽃바구니며 난화분이 환하게 마오여사 음씩솜씨와 함께 우리를 반긴다
술 배 고픈사람 감자탕과 보쌈과 포천 막걸리와
망년회를 겸한 오늘의 시오름 행사 뒤풀이다
임고문님과 강대장님 회원들과 내년 일년행사 계획을 의논하고
매달 어느산을 오를지 계획을 세운다
미처 보이지 않던 고실장님이 나타난다
어디를 갔다가 오느냐고 하니 산후 조리 하고 왔다고 한다
무슨 소린지 몰라 모두 쳐다보니
아니 산에 갔다 돌아와서 목욕탕에 갔다오니 산후조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바람에 박장대소
다음달 부터는 산행계획에 꼭 산후조리 시간을 잡자고 해서 또 한바탕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