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험프리(K-6) 주변 제2이태원 거듭날까 거래는 없고 땅값만 올라, 상권은 오히려 쇠퇴
7일 기자가 찾아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K-6) 미군기지 주변 일대는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보다 더 깊은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용산 미8군을 비롯한 예하부대, 한미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사, 동두천 미2사단 등의 대규모 이전이 가시화 되면서 이에 따른 지역 개발이익 기대에 들뜬 표정이 역력한 반면 한편에선 삶의 터전을 놓지 않으려는 생존권 싸움이 치열하다.
이처럼 개발과 보전, 정치.경제 논리 등이 다양하게 얽힌 한 복판에 토지와 상가, 임대용 주택으로 대변되는 기지 주변 부동산시장이 있다. 대규모 기지 이전에 대한 기대로 값이 크게 뛰어 오르면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이미 마비 상태다.
지난해 초 까지만 해도 평당 채 100만 원을 하지 않던 기지 주변 일반상업지역 땅값은 평당 700만 원까지 뛰어 올랐다. 목 좋은 곳은 평당 1,200만 원을 호가한다.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인근 관리지역도 1년 전 평당 40~50만 원하던 게 지금은 15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기지 이전을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관리지역내 신규 주택이 들어서면서 이지역 임대시장을 주름잡던 기존 주택들은 월 임대료가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반면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임대목적으로 주택을 지은 새 집 주인들은 바뀐 월세 제도에 낯설고, 예상치 못했던 낮은 공실률과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군부대이전을 등에 업고 불어 닥친 개발 바람은 기존 부동산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고있다.
기지이전을 염두에 둔 신규 주택에 수십년 동안 지켜오던 임대시장 자리를 내준 기존 주택처럼 '헌 것'과 '새 것'의 만남도 불편 하기만하다.
어쩌면 '헌 것'과 '새 것',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여 있을 접점이 미군기지 이전을 염두에 둔 부동산 투자를 성공으로 가져 다 줄 열쇠인지도 모른다.
미8군, 한미연합사, 유엔사, 미2사단 등이 이전 예정인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K6) 정문.
안정송화로주변 임대용 주택촌 부상 외국인 임대주택 신축 위주 재편
이 지역 부동산시장은 로데오상가, 임대용 주택, 토지(관리지역)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최근 기지 주변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워킹게이트(기존 정문)에서 안정송화로를 따라 단독주택이 늘었다는 점이다.
올 봄만 해도 신축 주택이 크게 몰리면서 빈방이 넘쳐 났지만 현재는 임대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공실률이 해소된 상태다.
방이 비어도 한 두 달 정도면 외국인 임대인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신규 주택의 인기가 높다.
인근 센츄리21유엔부동산 박미정 대표는 "올 봄만해도 임대용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초기 공실률이 높았지만 미군들이 기존 낡은 집에서 새 집으로 옮겨 오면서 공실률이 크게 낮아졌다 "고 설명했다.
임대료는 예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달 기준으로 준위 이상 장교의 경우 1,200달러, 상병은 600달러 선에 각각 형성돼 있다. 100평~150평 대지에 30평 아파트 세 채 가량을 지을 수 있다고 본다면 매달 3,600달러(409만 원)정도가 들어오는 셈이다.
반면 기존주택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6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캠프 험프리 기지 주변에서 10년 간 중개업을 해온 김 모씨는 "1년 전만 해도 헌 집이라도 수요가 넘쳐 쉽게 임대인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 집에 밀리면서 빈방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당분간은 미군과 친분이 있는 한국 여성 등을 통한 디펜드(임대 알선)로 빈방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신축 주택이 이 지역 임대시장의 주류로 들어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임대용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하거나 건립할 경우 투자가치가 있을까?
미군기지 이전이 가시화 되면서 기지 인근 송화로를 따라 임대용 주택이 크게 늘고 있다.
먼저 임대주택을 건립할 수 있는 관리지역 땅 값을 살펴보면 150평 짜리가 평당 150만~2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부지매입비용으로 2억2,500만~3억 원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 30평짜리 세 채를 짓는 데 평당 건축비를 250만~300만 원으로 잡으면 모두 5억~5억7,000만 원가량의 자금이 든다.
월 1,200불에 3채를 모두 임대할 경우 수입은 409만 원으로 부지를 매입해 건축하는 비용을 모두 은행대출(연6.7%)을 받는다 해도 매달 160만 원 가량 이득이다.
문제는 공실률이다. 팽성읍 일대 기존 외국인 임대 주택은 400여가구. 현재 500여가구에 이르는 주택이 신축 중으로 연말이면 1,000여 가구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 자금을 끌어다 주택을 지은 경우라면 한 두달 정도만 공실이 생겨도 타격을 입는다. 실제 이처럼 무리한 자금운용으로 임대용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임대인을 찾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자들은 임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주택을 건립하기 보다는 주변 관리지역 땅을 사뒀다가 기지이전에 맞춰 공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충고 한다.
올 해부터는 임대료가 달마다 지급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다. 기존에는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지급 받아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군들의 임대료를 지급해 주고 있는 미군부대 방침이 바뀌면서 이제는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임대용 주택 부지매로는 기존 기지주변에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이전 예정부지 인접지역을 노려볼만하다.
신규부대 이전예정지 부근의 신대리, 노양리 일대 관리지역은 평당 40만 원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이곳은 진위천과 아산만이 만나는 천변에 자리잡고 있어 고급 목조주택지로 안성맞춤인 곳으로 꼽힌다.
다만 매물규모가 1,000평 이상으로 4억~5억 원가량의 여윳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편 이들 지역은 토지투기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단기간 보유후 매도에 따른 차익보다는 철저히 개발을 염두에 둔 토지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리금 바닥 드러낸 주변 상권 개발 기대감에 땅 값만 크게 올라
기지 이전에 따른 기대로 상업용지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이지역 상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군기지이전 바람에도 의외로 상가시장은차분하다. 개발기대감에 땅값만 크게 올랐을 뿐 권리금, 전월세금 등은 지난해보다도 못하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안정로데오거리 일반상업지역 땅 값은 평당 1,000만 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평당 120만 원에도 팔리지 않던 기지 주변 주차장용지의 보상가가 200만 원 선에 책정되면서 주변 상업지역 땅값이 일제히 치솟았다.
2년 전만해도 평당 100만 원이면 살 수 있었던 150평 짜리 상가건물은 평당 700만 원에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일선 중개업소는 입을 모은다.
이처럼 일반상업지역 땅값이 크게 오른 것과 대조적으로이 지역 상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로데오거리 일반상업지역 10~15평짜리 상가의 경우 전세 1,000만~2,000만 원, 월세 50만~100만원 정도다. 권리금은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00만~3,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거래가 신통지 않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지역 상권은 5년 전보다도 못하다. 상권활성화를 위해 시가 로데오거리를 정비했지만 차량통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오히려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상권이 맥을 못 추고 있는 다른 이유는 상가주가 지역주민보다는 외지인소유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이들 상가주 대부분이 임대료만 챙길 뿐 지역 상권개발에는 별 관심이 없어 상권의 급격한 쇠퇴를 불러왔다는 게 인근 상인의 귀띔이다.
실제 이 지역 상가업종유형은 음식점, 오락시설, 빠 등에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미군들은 1일과 15일 급료를 타는 날이면 송탄 등 주변 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라크전쟁, 사령관교체, 규율심화 등 강화된 기지내 환경도 상권쇠퇴를 거들었다.
이처럼 주변 상권이 죽을 쓰고 있는 데도 미군기지 이전이 가져다 줄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만큼은 곳곳에서 넘쳐 나고 있다.
안정 로데오거리에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애완견숍이 4곳이나 들어서있다. 기지 정문앞 송화로변에는 신축중인 상가건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지 주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올 들어서 장사가 신통치 않아 상가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권리금이 반토막이 나버려 아예 업종전환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이 곳에 대형 스포츠용품전문점을 차릴 생각이다.
그는 아직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2~3년 후 400만 평 규모의 초대형 기지가 탄생하게 되면 서울 이태원을 뛰어넘는 거대 상권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상권이 크게 활성화된다면 덩달아 권리금도 뛰어 오를 것이라는 게 이 상인의 계산이다.
이 상인의 기대처럼 대규모 미군기지이전이 이뤄져 주변 상권 활성화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연간 566억원에 이르는 용산 미8군 운영비중 170억 원이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태원 상권이 지역 슬럼화라는 비난 속에서도 외국인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관광 특구로 거듭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택대학 이시화 교수(도시계획학)는 미8군 기지 이전으로 군인과 군무원을 포함 캠프 험프리 부대 인구가 2만4,500여명으로 불어나 연간 1,127억원이 평택지역에 쓰여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