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만여행은 난생 처음 공항에 기사가 제 이름표 들고 마중 나와 있는 영접을 경험했습니다. 항상 해외 여행을 할 때면 이름표 공항을 홀로 빠져나오면서 도대체 얼마나 높으신 분들이길래 사람을 사서 마중을 받을까 궁금했었는데 별거 아니더군요. 그냥 택시보다 약간 비싼 값의 까만색 풀싸이즈 토요다차. 저는 물론 중국어를 못하고 아저씨는 한국어를 못하고 그냥 만국의 공통어 손짓/발짓/예스/오케이/땡큐로 차에 짐을 싣고 올랐습니다. 막 고속 도로를 접어 들었는데 아저씨께서 의외로 영어를 하십니다. "유 타이완 넘버 완" 순간 제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습니다. 아마 기사아저씨를 보낸 사람들이 예약을 하면서 꽤 "중요한" 분이니 잘 모시라고 뻥을 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니면 가끔 듣는 소리지만 잘생긴 한국 배우 닮았다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심전심, 영어를 못해 온갖 고생을 많이 해본 저는 그아저씨의 본 뜻을 3초도 안되어 알아 챌 수 있었습니다. "넘버 완"은 다름 아닌 "처음" 그러니까 "너 타이완 처음이지"의 의미였던 것입니다. "예스 이츠 마이 퍼스트 타임" 하고 대답한 후에 둘 사이엔 정적만 흘렀습니다. 된장! 그냥 "예스 아임 타이완 넘버완" 이라고 대답할껄.
차가 타이페이에 들어서면서 높은 빌딩이 보였습니다. 아저씨는 의기양양하게 운전대에서 오른을 떼어 빌딩을 가르키면서 또한 번 "타이완 넘버 완" 그러십니다. 물론 여기서 "넘버 완"은 아까 그 넘버완하고 의미가 틀리다는 것, 그리고 이번엔 아저씨가 제대로 영어를 쓰셨습니다. 몇층이나 되냐고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백미러도 몇층이냐고 묻는 내 손짓을 힐끔 보시더니 이해하신후 또다시 의기양양하게 "원오완" 이라고 확실히 말씀하십니다. "원제로완"이나닌 "원오완"이면 아저씨께서 어쩌면 영어를 좀 하시는가 순간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타이페이의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부르더군요.
4층 아파트까지 이민가방 두 개를 웃으면서 날라주시던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저씨야 말로 "유 타이완 넘버 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