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귀차니즘에 빠져서 한동안모든 것을 다 평개치고 손도 않되었는데 이렇게 다시 글을 올립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무단으로 제가 즐겨보는 잡지인 "스크린" 의 글을 올립니다.
16. 으랏차차 스모부
뚱뚱이와 홀쭉이, 외국선수와 여자선수까지 모인 이 괴상망측한 스모부는 연전연패의 슬픈 과거를 이겨내고 한 게임씩 승리를 챙기기 시작한다.
2부 리그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경기, 언제나 시합 직전 지나치게 예민해져 화장실로 직행하는 주장마저 1승을 추가하며 기적과 같은 승전보를 올린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주인공 모토키 마사히로는 날렵한 뒤집기로 팀의 원대한 숙원을 달성항다.
허나, 스모를 통해 한 뼘씩 성장한 선수들은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찾아 떠나고 마사히로만 스모부에 홀로 남는다.
스모에 도전할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며, 마와사를 힘껏 동여매는 마사히로.
힘내라. 힘!
17. 컵
히말라야의 사원엔 세상의 어떤 스포츠팬보다 열정적인 수도승들이 있다.
월드컵이 열리던 해, 축구를 보기 위해 안달이 난 소년 수도승들은 큰 스님의 허락을 얻어결승전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잡는다.
TV를 실어 나르고, 안테나를 연결하고, 부산하게 결승전에 대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평화가 느껴진다.
인류가 가장 순수하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수단은, 종교도 정치도 이념도 아닌 스포츠란 명제가 다시 환기되는 순간!
18.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의 라인업은 솔직히 오합지졸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다지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먼저 확실한 1번타자가 있고(출루율은 알 수 없지만!), 경험 많은 포수가 있으며(무릎 부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갈포에 가까지만 한 번쯤은 확실하게 날려주는 거포(변화구엔 치명적이지만) 가 있다.
더구나 시종일관 150킬로미터의 속루를 뿌릴수 있는 강견의 에이스까지(컨트롤은 엉망이지만)! 괄호 안에 써진 약점들보다 그들의 좋은 스터프만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해볼 만한 라인업이지 않은가?
19. 애니 기븐 선데이
미식 축구장은 정쟁터다(올리버 스톤에게 어딘들 전쟁터가 아니겠는가).
풋볼 경기장, 척추가 나가고 눈알이 빠져나간 풋볼 선수들이 마치 전쟁을 사상자들처럼 비춰지고, 경기장 바깥에선 더러운 음모와 비열한 술수를 획책하는 무리들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코치 알파치노는 선수들과 작전회의를 진행하고, 보드에 단어 하나를 쓴다.
'Fear(두려움)'. 그는 매직으로 이 단어를 꾹꾹 눌러 쓰며 제다이처럼 이 녀석을 이길 것을 강조한다. 정말로 그들이 두려움을 극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밀듯 몰려오는 상대편을 뚫고 터치다운에 성공하는 장면은 마치 스펙타클한 전쟁 신을 보는 것 같아.
20. 반칙왕
프로 레슬링계의 황태자 유비호를 상대하는 송강호에겐 그나마 든든한 부족이 있다.
자신을 이상한 열정으로 이글거리게 하는 타이거마스크가 바로 그거.
격렬한 태그매치가 벌어지는 중, 다소 흥분한 유비호가 프로 레슬링은 엔터테인먼트란 사실을 망각하고 그만 각본에도 없는 사고를 저지른다.
송강호가 쓰고 있던 타이거마스크를 찢어버린 것.
레승링만으로 풀지 못했던 가슴 속 응어리가 유비호와의 치열한 난투극으로 폭발하고,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하긴, 레슬링이든 리얼 격투기든 사실 그에겐 아무 상관이 없다.
그는 어차피 '반칙왕' 일 뿐이니까.
21. 롤러볼
21세기의 어느 지점. 대기업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롤러볼이다.
사이클 경기정을 연상시키는 경사진 원통 안에 들어간 두 팀의 선수들이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무거운 쇠공을 잡아 이를 상대편 골대에 집어넣으면 득점을 인정받는 게임.
대신 롤러볼 경기는 'Game' 이라기보다 'Death Match' 로 불릴 정도로 반칙이 거의 무제한 허용된다.
현대 스포츠에 내재된 극단의 상업주의를 꼬집은 이 작품은 2002년 존 맥티어넌에 의해 새롭게 리메이크됐지만, 노먼 주의슨의 원작을 뛰어넘진 못했다.
22. 알리
<알리> 는 무하마드 알리의 1964년부터 1974년 까지의 전성기를 다룬다. 결국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그 마지막 맞춰진다.
알리는 처음부터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포먼의 예봉을 피하면서, 그를 점차 짜증스런 상태로 몰고 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알리를 쫓다 지친 포먼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진다.
이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알리의 주먹이 섬광처럼 번쩍인다. 먼저 스트레이트가 얼굴에 적중하고, 옆으로 기우는 퍼먼의 턱에 강력한 훅이 터진다.
위대한 '떠벌이' 알리의 재기를 알리는 축포와도 같은 연타 장면은 이 영화의 베스트 신이다.
23. 킹핀
핸디캡 매치라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패럴리 형제는 우디 해럴슨의 쪽 손을 싹둑 잘라버리고 탑 볼러 빌 머레이와 챔피언전을 치를 것을 강요한다(패럴리 형젠는 골프 영화<해피 길모어> 에서 길모어의 스승 손 또한 후크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다).
어쨌든 고무손 우디와 그의 원수라 할 수 있는 빌은 마지막 승부를 시작하지만, 승부는 야속하게도 빌 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패럴리 형제의 짓궂은 유머 감각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