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을 받고 손님한테 전화해서 하는 멘트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본인 있는 위치를 설명하기보다 대뜸 나에게
“어디세요?
하고 되묻는다. 이럴 때 대략난감이다.
어디 한곳에 서서 전화하기보다 대충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화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손님의 되질문에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번화가면 대충이라도 알려줄 텐데 주택가 골목을 나오면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 줄 말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난 손님의 되질문에 대꾸하지 않고
“근방에 있으니까 손님 어디 계신지 알려주시면 찾아가겠습니다. 어디쯤 계시죠?”
그러고 나면 그제서야 본인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물론 손님이 그렇게 나의 위치를 묻는 건 자기가 있는 곳을 설명하기 위해서 기준을 잡으려고 해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질문이라는 것을 안다. 어떨 땐 습관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이 짜증이 난다. 대리기사는 어느 정도만 하면 지리(특히 술집이 밀집한 유흥가 주변)에 대해서는 빠꼼하게 잘 안다. 그래서 대충 위치만 대면 알아서 찾아간다. 차라리 손님이 자기 있는 위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손님…. 하복대 촌골사거리에 있는데 쥬크에서 콜이 떠 잡고 전화를 했다. 여지없이
“어디세요?”
(한 번 참고) “네 근처인데 어디 계시죠? 쥬크 근처에 계신가요?” 그렇단다. “네 알겠습니다. 3~4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러면 끝 아닌가…. 그런데 손님 또 굳이 “어디세요?” 한다. 슬슬 짜증이 난다. 그래도 꾹 참고 내가 어디 있는지가 진짜로 궁금해 그러나 하고 대답해줬다.
“여기 촌골사거리니까 금방 가요”
그런데 손님 왈
“촌골사거리요? 전 여기 사람이 아니라 잘 몰라요”
?????????
손님 너 나하고 장난하니……? 이런 손님 만나면 딱밤 한 대 때리고 운행 시작하고 싶어진다. 또 다른 손님
“어디세요?”
또 여지없다. 머리에 김이 나려고 한다. “저 여기 봉명사거리 우리은행 앞인데 차 끌고 이리로 오실래요?” 이번엔 손님이 ???????
“아뇨…”
“그럼 저 있는 곳 궁금해 하지 마시고 손님 위치를 알려 주시면 바로 갈께요”
“넹” 또 다른 손님
“어디세요?”
봉명2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종료하고 주택가 골목길 걸어가며 전화 하던 나. “아, 저요? 저는 지금 봉명2동 00로 00번지 앞인데요” 손님 “네? 거긴 어딘지 모르구요.” “그니까 손님 있는 위치를 알려 달라구요” 또 다른 손님
“어디세요?"
이번엔 나도 설명하기 쉬운데 있었다.
“네 하복대 지구대 사거리에 있습니다. 손님은 어디 계시죠?”
“아, 그럼 거기서 이리로 쭉 오세요”
????????
“손님, ‘이리로’는 귀신도 모르는 데에요. 기준을 잡고 얘기하세요. 촌골 방향인지…변전소 방향인지… 롯데리아 방향인지….” 참 여러 가지다. 지구대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어디선가 본 경찰 홍보문구가 생각난다.
“경찰은 국민 여러분과 3분 거리에 있습니다.” 대리기사들 십시일반으로 돈 모아서 이렇게 현수막이라도 만들어 곳곳에 달아놓아야겠다.
“대리기사는 술 한 잔 하신 여러분과 5분거리에 있습니다!!!” 술 한 잔 하신 여러분! 대리기사 위치 궁금해 하지 마시고 본인 위치만 잘 설명해주시면 금방 순간이동해서 안전하게 집에 델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