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화요일 오전엔 대전 삼성화재에서 강의가 있고, 오후엔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가야 해요. 수요일은 오전엔 광주, 오후엔 부산이고요. 그날 강의가 끝나자마자 밤 기차로 서울에 올라와야 목요일 아침 신세계 본점 강의를 할 수 있겠는데요….”
코미디 작가 신상훈씨. 이젠 유머 강사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강의 주제를 정리해 내놓은 책 『유머가 이긴다』도 인기다.
출간 두 달 반 만에 6만 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 본업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강의 스케줄이 하루 평균 두세개입니다. 반면 현재 맡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2004년 KBS 방송연예대상 작가상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다가 2006년에 시청률이 안 좋다는 이유로 갑자기 잘렸습니다. 또 개그맨 김형곤씨와 공동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내 인생 완전 바닥이다 싶었습니다. 그런 순간, 기회 역시 갑자기 왔습니다. 김형곤씨가 하기로 했던 카이스트 특강을 대타로 하게 된 것입니다.”
○ 강의 반응이 아주 좋았나 봅니다.
“강의 전 수강자 명단을 미리 받아 모조리 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마침 수강자 중 한 사람 생일이 바로 강의 날이어서 케이크를 사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 생일 축하를 해줬습니다. 강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그날 수강생들이 알음알음으로 다음 강의를 주선해줬습니다. 그리고 또 다음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또 다른 강의를 주선해주고…. 마치 다단계 판매처럼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내년 4월 강의 예약이 들어옵니다.”
○ 강의 내용으로 넘어가서 유머가 왜 중요한가요?
“유머는 권력입니다. 어느 회사 사장이 직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웃기는 말을 했습니다. 모두들 적극적으로 웃어줬는데, 딱 한 직원만 무덤덤한 표정이어서 ‘아니, 자네는 왜 안 웃나? 그렇게 유머 감각이 없나?’라고 사장이 물었습니다. ‘저, 내일 사표 내는데요.’ 이렇듯 유머가 통하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 역도 성립합니다. 남을 웃게 하는 사람이 힘을 얻게 되며 인기도 얻고 돈도 법니다. 정치인에게도, 기업인에게도 유머는 필수입니다. 유머가 있어야 상대를 기분 좋게 설득할 수 있고, 열정과 에너지를 전하고 화합과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유머 감각을 키울 묘책이 있나요?
“손만 잘 씻으면 됩니다. 제가 1년에 수백 군데씩 강연하러 다니며 얻은 결론입니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과 그냥 보통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시나요? 화장실에 가보면 압니다. 보통 사람들 중엔 화장실에서 나올 때 손 씻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손을 씻습니다. 기본 생활습관이 잘 잡혀야 성공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난 강의 때마다 손 잘 씻는 걸 약속하자고 합니다.”
○ 유머 강사답게 엉뚱하다. 진짜 의미를 얘기해주시죠
“손을 씻으면 자연스레 손가락을 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유머 감각을 키우는 기본 원리를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먼저 엄지, ‘항상 내가 먼저 웃자’입니다. 거울효과란 게 있습니다. 내가 웃어야 상대도 웃습니다. 둘째는 검지. ‘내가 낮아져야 한다’는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웃음도 나옵니다. 그 다음 손가락은 가장 긴 중지. ‘높은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집안에서는 아버지, 회사에서는 사장이 바뀌어야 제일 효과가 큽니다. 그렇다고 ‘그래그래, 너 바뀌어라’ 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다음은 약지. 순수한 손가락입니다. 아이 같이 엉뚱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 하지만 늘 웃을 수는 없는 게 인생이지 않나요?
“스트레스는 유머의 가장 큰 적입니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3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선택을 하라’, 둘째는 ‘선택을 빨리 하라’, 셋째는 ‘선택을 현명하게 하라’입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빨리 선택을 해버리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듭니다. 선택을 할 땐 자잘한 고민은 다 집어치우고 ‘Yes’와 ‘No’ 딱 두 가지만 놓고 판단해야 빨리 결론이 납니다. 그렇게 선택을 여러 번 해보면 현명한 선택을 하는 노하우도 절로 익혀집니다.
○ 앞으로도 계속 유머 전도사로 살 계획인가요?
“솔직히 예전엔 내게 웃음과 유머가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머 강연을 하며 내가 제일 많이 변했습니다.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가정생활도 더욱 재미있어졌습니다. 앞으로는 강연 이외의 다양한 창구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강연 내용과 각종 유머 사례를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등록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었습니다. 또 김형곤씨 살아있을 때 ‘우리 둘이서 시청 앞에서 ‘웃자 코리아’ 캠페인을 하자’고 했었는데, 나 혼자라도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