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매킨지의 올드 팝은 이런 노랫말로 시작된다. "If you are going to San Franci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꼽으세요". 그리고 노랫말은 여름의 샌 프란은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활기 넘치고...
사랑의 도시. 연인의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맺어주는 도시...그곳으로 다시 간다.
영종도를 떠난 대한항공 비행기는 장장 10시간 30분을 날아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 그렇게도 지극했던 더위에 찌든 탓인지 섭씨 20도의 바깥 날씨는 쾌적했고 공기는 상큼하게 피부를 스친다. 입국 수속, 세관 검사 모두 깔끔하게 통과했다. 이어 마중 나온 사촌 여동생 내외와 함께 스탠포드 대학교 기숙사로 향했다. 몇년 전 파리에 홀로 1년을 남겨뒀던 그 막내가 바로 오늘 기숙사에 입주했기 때문이다. 재균이는 이틀전 인천공항을 떠났으니 만 48시간 만의 재회다. 하긴 이 만남이 예정돼 있었던 까닭에 이틀전 작별은 가볍게 할 수 있었다. 그 친구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 아빠에게 각각 써준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이 젖어오는 걸 막지는 못했다. 많이 고맙고 많이 존경하며 가서 열심히 할테니 염려 마시라는 내용이었다. 거기다 서프라이즈로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번 30만원을 넣었다. 아빠 가을 양복 한 벌 사입으시라는 첨언과 함께. 이틀전 전송 시간에 가졌던 아쉬움은 재회로 녹아 내렸다. 그리곤 곧바로 사촌 동생 내외와 우리 부부는 서울곰탕이라는 한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맛나게 먹고는 코스트코와 마샬, 그리고 타겟 등의 쇼핑몰들을 찾아다니며 이부자리, 미니 냉장고, 물 등 초기 정착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기숙사 방에 집어넣어주고 나왔다.
여행 첫날인 9월12일 샌프란시스코 게스투어 가이드 데이비드 김 선생의 안내로 미국의 태평양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데이 트립을 했다. 전날은 다소 더웠는데 하루 사이에 날씨는 쌀쌀하게 돌변했다. 기온이 13도씨로 떨어졌지만 세계의 미항은 그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뽐내고 있었다. 첫번째로 찾은 곳은 퍼시픽 오션비치였다. 그곳에서 정확하게 서쪽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르면 만나는 곳이 서울이란다. 반대로 정동쪽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클리프 하우스를 지나 해변에서 사진을 찍고는 세계 최대의 인공공원을 지나 금문교로 향했다. 사실 내게 샌프란시스코는 세번째 방문이다. 1988년 1월은 비가 내렸다. 차이나 타운의 호텔 창밖으로 밤새 내리는 이슬비를 보며 서글픈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오롯하다. 그때 찾은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겨울철이 흔히 그렇듯 온전한 위용을 맛보지 못하게 했다. 바로 짙은 해무 때문이었다. 두번째는 1999년 12월 뉴 밀레니엄 보도 기획 취재차 찾았었다. 그때는 금문교가 반갑게 환한 하늘 아래 맞아주었다. 요셉 스트라우스라는 설계자의 위대한 발상의 전환에 감탄했던 그 대상을 다시 11년 만에 찾은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엔 금문교 반대편, 소살리토라는 고급 주택가로 가는 쪽에서 맑은 날씨 덕분에 금문교의 위용을 맘껏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또 하나 머린 헤드쪽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 시가지와 금문교, 그리고 멀리 보이는 베이브릿지와 버클리의 멋진 그림들이 조화를 이뤘다.
지금부터 150년 전에 그곳에 문을 열었다는 리바이스 청바지 상점 1호점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 카스트로 스트리트를 지났다. 샌프란시스코는 1950년대의 비트, 60년대의 히피, 70년대는 뉴에이지, 80년대는 에코 운동의 본산이 된 한마디로 신문화의 출발지 노릇을 해온 앞선 도시였다. 거기에 역시 70년대 후반 커밍아웃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게이들의 세상이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그 게이의 거리가 바로 카스트로였다. 그 주변은 물론 올드타운 곳곳의 시내 아파트나 주택엔 무지개 깃발이 걸린 집이나 점포가 많았다. 모두 그 거주자 스스로 "우리는 동성애자들입니다."라는 내용을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표시였다.
언덕길이 많다 보니 주차해둔 차량이 미끄러져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주차시 반드시 앞바퀴가 주차 브레이크가 풀려도 도로 한 가운데가 아닌 길가로 미끄러져서 사고를 줄이도록 한다고 한다. 만약 앞바퀴가 곧바르게 주차된 차량을 발견하면 주차 요원은 곧바로 딱지를 뗀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이어 러시안 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롬바르드 스트리트다. 피셔맨스 워프로 가는 길은 꽃으로 수놓아진 급커브 도로였는데 대개 30분 정도 기다려야 그곳을 지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데 우린 정말 쌀쌀한 날씨 덕인지 금방 차례가 다가오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어부들의 부두인 피셔맨스 워프로 내려가 그 유명한 부댕 해물 스프빵을 줄 서서 사먹고는 39번 부두인 피어 39로 가서 금문교까지 갔다오는 1시간 짜리 코스의 샌프란시스코 유람선을 타는 일정으로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엔 육지에서 1킬로미터 남짓 거리의 빤히 보이는 섬 알카트레즈가 있다. 스페인어 알 카트레즈는 "펠리칸"이라는 뜻이란다. 본래 이 섬에 펠리칸이 많이 살았다는 데서 이름은 유래하지만 우리에게 더 유명한 건 이곳에 악명높은 감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방 형무소는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폐쇄됐는데 그때까지 프랭크 모리스와 대부로 유명한 알 카포네 등 숱한 죄수들이 수형생활을 했다. 요즘은 셔틀배로 그곳 감옥을 구경하는 상품도 인기가 높은데, 그곳을 이 유람선을 타고 가까이 지나치며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기쁨이었다. 영화 <더 락>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숀 코네리는 이곳 더 락을 배경으로 멋진 연기를 펼쳤던 기억이 여전히 새롭다.
물론 이곳 말고도 베이브릿지, 시청, 차이나타운 등 숱한 명소들이 있었지만 우리의 관광 일정의 대미는 트윈 픽스에 오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남동쪽에 위치한 쌍둥이 산으로 해발 270미터 높이에서 시내 전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바람이 차고 해는 저물아가는데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이 산으로 오르고 또 올랐다.
마지막으로 저녁은 산호세의 한식당에서 했다. 불고기와 두부김치, 그리고 상추쌈이 아주 압권이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털어넣으니 여수는 사라지고 절로 눈이 감겨진다. 내일은 요세미티로 강행군을 펼친다.
첫댓글 와 멋지다. 영화 '더락'의 장면들이 떠오르네. 인터넷 세상이라 어디서든 접속와 업로드가 되니 참 좋다. 남은 여정 안전하게 마음껏 즐기시게..
정말 축하드려요^^잠이 안와 전화기 가지고 놀다보니 이렇게 카페도 쉽게 들어올 수가 있네요. 정말 놀라운 세상이네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국장님 편안하게 인사드릴 곳이 여기인것 같아서요..^^
문안 인사 왔습니다. ^^
저도 정말 오랫만에 왔습니다 2년전에 쓰신여행기 지금에서야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