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잃으면 동해를 잃는다
안 용 식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지도위원/극단 독도리아 대표/수필가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L 간사로부터 독도를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전화를 선플라워호 선상에서 받았다. 독도를 주제로 한 연극을 울릉도에서 상설 공연하기 위해 K 극작가와 함께 울릉도에 들어와 관련 인사들을 만나 협의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울릉도까지 왔다가 일정에 쫓겨 독도를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독도를 방문할 행사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행사에 참여해서 울릉도를 향해 떠났다. 5월 14일 밤이다. 나는 울릉도를 두 번째 가는 길인데 옆 자리에 앉은 S 씨는 30회 이상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고 한다. 운이 좋아 안내를 잘 해 줄 길벗이자 좋은 동지를 만난 셈이다. 옛날에는 울릉도까지 가는데 열여덟 시간이 소요되었고, 심한 풍랑이 계속 되면 군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부모님을 뵙지도 못하고 그냥 귀대한 군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쾌속정이 포항과 울릉도 간, 그리고 묵호와 울릉도 간에 운항되고 있어서 운항시간이 열여덟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우리들 일행은 세 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울릉도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식사를 끝내기가 바쁘게 숙소로 정해진 재향군인회 복지관에다 여장을 풀어놓고 곧 바로 독도박물관으로 갔다. 사학자 이종학 선생이 사재를 털어가며 모으고 연구한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세워진 독도박물관… 일본 사람들이 아무리 생떼를 써도 독도는 엄연히 우리 땅, 우리 영토라는 역사적인 기록들이 연대와 시대별로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독도의용수비대들이 ‘독도를 잃으면 동해를 잃는다’라는 정신으로 지켜왔다는 발자취에 대한 소개는 나를 숙연하게 하였다.
독도박물관 바로 아래 세워진 향토사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쟁기, 물래, 배틀, 삽과 곡굉이, 낫, 호미, 덕석, 대바구니 등 농기구나 생활도구는 육지에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마치 추억의 앨범을 펼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약수터 옆에 세워져 있는 비석에 눈길이 끌렸다. 안용복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이 새겨진 비석이었다. 일본에 붙잡혀가 모진 매를 맞고 투옥되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당당하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주장하고 일본 막부로부터 확인서까지 받아왔다는 그의 의기와 충성심은 민족의 후예들로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사실 독도하면 신라시대 이사부 장군, 조선시대 안용복 장군, 정부수립 후 홍순칠 의병대장 같은 의인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러일전쟁 당시 망루가 세워졌다는 정상의 유적지를 답사하고 그곳에서 한양대학교 최문형 명예교수로부터 독도가 러.일 해전의 시발점이자 종결점이었다는 사실(史實)을 새롭게 구체적으로 알 게 되었다. 그 자리에다 2차 대전 때도 일본이 망루를 세우고 숙소를 지었는데 당시 벽돌을 져 날랐다는 생존 노인의 회고담을 듣기도 했다. 잡목이 우거진 망루 터도 있지만 지금은 미사일 기지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전략요충지는 바뀌지 않는가 보다. 기상악화로 독도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러일전쟁 당시의 망루가 세워졌던 지점을 찾아 답사를 하면서 신비의 섬 울릉도의 비경을 관광하는 기쁨을 덤으로 얻었다.
화산이 폭발하는 분화구에는 식물이나 농작물이 자라지 않은 것이 지리적인 현상이요 학계의 정설이라고 하는데 울릉도 나리분지는 예외 지역이라고 한다. 나리분지는 마치 평야처럼 보여서 내가 섬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화산지대에 생성하여 자라는 ‘말라리’라는 풀이 고급 나물로 먹을 수 있어 재배단지가 조성되었다는데 그곳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울릉도에 마을이 형성될 때의 주거형태를 재현한 집과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기념촬영을 했다.
망루가 서있던 자리에 지금은 등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 등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으로부터 기상악화로 등대가 제 기능을 작동할 수 없을 때는 전파를 25초 간격으로 보내어 울릉도의 위치를 확인시켜 준다는 설명을 들었다.
울릉도의 동서 계곡을 가로 지르는 내수전의 등산 코스는 비경 중의 비경이었다. 더러는 칼로 깎아 세워 놓은 듯한 가파른 계곡은 발을 헛디디면 곧 바로 바다로 빠져버릴 정도로 급경사지에 나무와 숲이 우거져 있고,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푸르름은 더 장관이었다. 우리 일행은 비를 맞으며 걸어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깊은 산 속에서만 맡을 수 있는 자연의 향취는 나를 매료시켜 버렸다. 장미에도 가시가 있듯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등산객이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은 예가 종종 있다고 했다. 약수터 옆 휴게소에 울릉도 개항 100주년 기념으로 상을 받은 노부부의 선행기사가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었다. 겨울 산행 때 눈이 많이 쌓여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해 사경을 헤매는 등산객을 집으로 데리고 와 구해 준 일이 많았다고 한다. 조난에서 구조를 받은 그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아들과 딸들은 울릉도 항구가 있는 도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산 속에서 외롭게 고생하며 살지 말고 자식들 곁에서 편안히 사시라고 해도 노부부는 효성어린 권유를 뿌리치고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조난자를 구조하기 위해 산 속에 살고 있다는 얘기는 가슴 뭉클하게 해 주는 미담이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차창을 통해 푸른 바다와 푸른 숲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조선조 때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황토층의 굴이 있는가 하면 삼선암 중에 풀 한 포기 없는 큰 바위와 낙석을 주의하라는 안내문 옆에 여자의 음부같이 생긴 바위 동굴을 지나며 관광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깔깔대며 웃기도 한 기암괴석이 많은 땅 신비의 섬 울릉도. 고려장의 옛 무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때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흔적이 아닌가. 조그마한 연못도 있고, 논과 밭도 있는 섬, 항구이지만 비린내가 나지 않고 오물 하나 보이지 않은 너무 깨끗한 섬 울릉도였다.
독도를 들어가기로 예정한 하루 전 날 역사 NGO 대표들과 실무자들이 모여 평가회를 하는 자리에 정윤열 울릉군수로부터 고무적인 얘기를 들었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하거나 다리를 놓아 그 위에다 10여 채 집을 지어 20여명이 생활하며 살게 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듣고 기뻤다.
KBS ‘체험 삶의 현장’ 프로 팀과 함께 독도에 내려 김성도 부부의 생활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전국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독도사랑의식을 고취시키려 했던 계획은 독도 주변을 세차게 파도치는 기상악화로 물거품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도 가고 싶고 그렇게도 딛고 싶었던 독도 답사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선장은 우리들이 촬영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서서히 독도를 일주해 줬다.
나카이 요시부로 등 일본 어부들의 남획으로 씨가 말라버린 바다사자들이 노닐던 가제바위가 파도에 의해 물에 잠겼다 나타났다 했다. 파도가 가제바위에 부딪치면 흰 물거품이 일면서 초록색 물빛은 신비롭게 보였다. 어떻게 같은 물이 푸른 파도가 흰 색으로 변하고 초록색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 신비의 조화를 알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에 찾아가면 그때는 독도가 늦게 왔다고 심통을 부리지 않고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 줄 것인지… ‘독도를 잃으면 동해를 잃는다’는 절규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울릉도와 독도를 찾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독도지킴이’가 되겠다는 다짐을 확신시켜주면 독도는 덜 외로워할 것 같다.
첫댓글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하거나 다리를 놓아 그 위에다 10여 채 집을 지어 20여명이 생활하며 살게 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듣고 기뻤다. 이곳에서 살게될 사람은 누구인지, 지상 낙원, 무릉도원이겠습니다.
독도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아픔니다. 우리는 왜 대마도는 우리땅이다. 간도는 우리 땅이다. 하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요? 주체의식이 그렇게 강하다 자부하는 북한의 지도층은 백두산 반쪽을 넘겨주고... 저는 울능도를 못가 보았는데 안선생님 덕분에 마음으로 따라갔다 옵니다. ‘독도를 잃으면 동해를 잃는다’ 기억하겠습니다.
독도를 잃으면 않됩니다.독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씀 드리겠는데 저도 5년 전 부터 독도지키기 운동에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 일선에서 뛰지는 못하더라도 적으나마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매월 오천원입니다.아직 가입하시지 않은분은 가입하여 우리나라를 지키는 민간단체에 힘을 보태여 줍시다.
우리땅을 넘어 우리의 목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중에서 보면 일본과 우리나라 동해는 사이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참먼저 배를 띄우는 쪽이 바다를 차지하게 될겁니다. 동해에 독도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한할지-.
안 용식 선생님 너무 좋은 일 하시고 게시는군요. 독도에 대한 애정 어린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안 선생님 같은 분이 게신 금요반은 모든 수필반 중 킹카반입니다.
若無獨島 是無東海.(이순신 장군의 글을 패러디함)..안용복장군하고 일가가 되는지요? 항상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이신 안목사님 그리고 손수 이글을 올려주신 엄지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금요해바라기 회원 중에서도 독도를 지키기 위해 앞장 서서 나가시는 분들이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안용식 선생님의 <극단 독도리아>가 나라사랑을 위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