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타의 서해 무전여행 후기 (둘째날)

[행복기타(최찬규)]

2011년 7월31일(일요일)

여행 둘째날..

한줌의 햇살이 커텐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곤한 나그네의 잠을 깨운다.

대흥사입구의 부지런한 밥집에서 콩나물해장국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 두륜산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상황에 우리는 내심 기대속에 정상

언저리에 공연무대를 펼친다. 해남땅끝 작은음악회는 공식적으로 초청된 공연이었고

이번여행의 실질적인 앵벌이 공연은 이곳이 처음이다 보니 살짝 긴장마져 된다.

하필 공연장소로 택한 장소가 태양이 작렬하는 곳이다 보니 시작과 함께

땀은 범벅이가 되고 눈을 뜰 수조차 없었지만 하나둘 관심있게 들어주고 기꺼이

지폐한장씩을 적선하는 관광객들의 호의에 그나마 힘을 낼 수있었다.

형님은 땅끝 작은음악회에서 처음 선보인 색소폰을 꺼내들고 연주를 펼치신다

아직은 연습단계이고 미숙한 연주라며 겸손해 하시지만 나름 감정을 실어가면서

열심히 연주를 하신다.

한시간 남짓 공연을 했을까, 그처럼 뜨겁게 대지를 달구던 태양은 온데간데 없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시커먼 구름장막이 온 두륜산을 뒤덮더니 후두둑 소낙비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부랴부랴 공연을 접어야만 했고 작은 성과에

만족해야만 했다. 

우리는 그길로 차를 몰아 진도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 진도, 그입구에는 우수영관광지와 진도대교가 떡 버티고 서있다.

일단 우수영관광지에서 이순신장군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진도대교를 건너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 진도에 대한 사전정보가

부족한 우리는 그져 발길 닿는데로 부딪쳐 보기로했다.

엉겹결에 찾아든 곳, 운림산방,

조선시대 말기 남화의 대가이던 소치 허련선생이 말년에 기거하시던 곳이라는데

정원이 소박하면서도 이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운치있는 연못을 돌아 산방에 들어서려는데 뒷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분이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촬영중이다. 설마, 하면서도 어쩌면, 하면서 뒤돌아 보기를

기다리는데...세상에 이럴수가  내가 생각했던 그분이 거기 그렇게 서계신 것이

아닌가. 일봉노래교실 회원이신데 부부동반으로 산악회원들과 당일일정으로

진도여행을 오셨단다. 남도끝에서 아는분을 이렇게 마주치니 어찌나 반갑던지.

서로의 일정이 있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할수록

재미있는 상황이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는 진도에서 맛없는 김치찌게(고기가 어찌나 질기던지 고무를 씹는 기분이었다)

로 점심을 해결하고 진도를 빠져나와 목포로 길을 잡았다.

목포의 평화의 광장에서는 한창 축제준비로 분주했고 시민들이 바람을 쐬기위해,

또는 축제를 보기위해 많이들 나와 있었다. 이곳 어디쯤엔가는 우리가 공연할만한 곳이

있으리라.  우리는 광장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광장이 끝나는 곳에 과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위에 떠있는 방부목 길을 따라 그곳에 도착하니 멋진 갓바위 한쌍이 절경을

이루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고 이만하면 우리의 두번째 공연 장소로는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아뿔사, 기타를 꺼내드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리인인듯한 분이 단호하게 막아선다. 공연으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물위에 떠있는 다리가 기울수가 있어 위험하니 공연은 불가하단다. 

어쩔수없이 우리는 공원입구에 자리를 펴고 두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고 적선도 해주었지만 갓바위 앞에서

공연을 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저녁 8시가 되니 그곳에서 주말마다 공연을 해온다는 색소폰 연주자가

장비를 설치하고 공연을 시작하니 우리는 쫏기듯 그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여행의 묘미인것을...

우리는 광장근처의 저렴한 모텔에 잠자리를 마련해놓고 저녁식사를 위해

인근 고기집을 찾았다. 여행중 처음으로 오붓하게 형님과 소주한잔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다. 삼겹살 안주에 소주를 털어 넣으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여행중 이러한 시간이 우리에겐 참으로 소중하다.

기분좋은 취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식당 문닫을 시간이

되었단다.

이렇게 우리는 목포 평화의 광장 언저리 어느 모텔에서 여행의

두번째 밤을 맞이한다. 그래도 3만5천원짜리 모텔치고는 인터넷도 되고

에어콘도 빵빵하고 침대도 출렁이고 TV도 커다랗다.ㅎㅎ

그동안 무전여행을 하면서 민박집이나 여인숙 수준의 숙소만을 다녀서인지

이만하면 특급호텔 부럽지 않다. 무전여행에 너무 사치스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해 보다 이내 편안한 침대에

묻혀 스르르 잠이 들고 만다.

이만하면 여행이 즐겁지 아니한가....

 

 

   

  

 

[野 雲^^ (성원식)]

소중한추억 다시금마음을설레이게함니다..찬규씨후기 사진잘보구여 수고했슴니당,,ㅎㅎ

[기타리스트(이효경)]

모금활동에 고충많이 따르기도 하는군요....
두분의 무전여행기 즐감 했네요....
울 옆지기님도 두분처럼 무전여행 보내구 싶은 맘 도살짝드네요....
아니 돈쓰고 와도 좋으니 집돌님 땡돌님 타이틀에서 멀어지길라는맘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