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투루기는 원래 희곡을 쓰는 법, 희곡작법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오늘날 드라마의 영역이 연극에서 영화, 라디오 드라마, TV드라마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극작법, 극작술 등의 폭넓은 개념으로 파악하게 된다.
드라마와 드라마트루기에 대해 최초로 그 원리와 법칙을 세운 사람은 Aristotele(384-322 BC) 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제6장에서 비극을 정의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비극은 첫째, 차원 높고 고상한 행동을 대상으로하며 처음과 끝이 분명한 완결된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희랍시대 사람들은 비극속에 등장하는 나보다 나은 주인공(귀족. 영웅)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가다듬었고, 희극속에 등장하는 나보다 못한 주인공 (바보. 도착된 인간. 편집광)에게 한껏 조소를 보내면서 만족감을 느꼈던 것을 상기하면 된다.
그는 둘째로 극의 표현은 대사와 음악을 사용하되 말로서 설명할것이 아니라 배우가 직접 행동으로, 즉 연기로 나타내야 하며 세 번째로 비극의 목적을 두려움과 동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마음속에 느끼고 있던 해로운 감정을 씻어 내는데 두고 있다.
연극에 보통사람이 등장한 것은 헨릭입센에 의해 시작된 사실주의 극에서 부터이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참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자신들의 주인공을 갖게 되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등장하여 나와 비슷한 일로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친근감을 주면서 오늘날 TV드라마 시청자들이 맛보게 되는 재미의 근원이 되고 있다.
[드라마의 플롯(구성) Ⅰ]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서 이야기의 줄거리(構成: Plot), 인물의 성격(性格:Character), 사상(思想:Thought), 말(言語:Diction), 음악(音樂:Music), 배경(背景:Spectacle)의 여섯가지를 들고 이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가 플롯과 성격이라고 했고 플롯을 성격보다 다소 우위에 두었다.
1. 스토리텔링과 극적 상황
가. 창작의 기준
일단 소재가 선택되거나, 창작 아이디어가 잡히면, 작품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작가의 의도 또는 메시지(주제의식)를 생각하고, 그에 따라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스토리를 어떤 순서로 전개하여 작가의 의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또 흥미있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전략에 따라 새롭게 구성하는 순서가 따른다. 말하자면 줄거리와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사건 진행의 순서가 곧 플롯으로서, 창작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방송 드라마는 방송으로 제작되기 위해 쓰는 것이므로, 우선 방송에 적합한 소재인가를 먼저 따져 봐야 하고, 또 방송드라마의 포맷에 맞춰 구성하는 플롯의 기교를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드라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과 더불어 등장인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괴테는 작품 비평의 3가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첫째,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주제의식 혹은 메시지
둘째, 그러한 의도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표현 방법
셋째, 그것은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작품의 의미
이 세 가지 기준은 자신이 작품을 창작할 때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세 번째의 '가치' 문제는 작가가 일단 착상 단계에서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따져보아야 할 첫 번째 기준이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이 암초에 걸려 낙오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첫째와 둘째의 기준을 지켜 열심히 썼는데, 방송이 되지 않는다면 대체로 그 작품이 어떤 의미나 가치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많은 작가들이 다루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진부한 방식으로 다룬 경우이기가 쉽다. 작가 지망생들이 범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방송 드라마 하면 멜로드라마이고, 따라서 방송드라마에서 흔히 다루어온 이야기들을 모델로 창작하는 경향이다. 이 경우, 다 아는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 전달 방식이나 새로운 주제의식이나 시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여기서 두 번째 기준인 표현 방법은 매우 포괄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으므로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드라마는 이야기의 서술로 이루어진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나 메시지는 구체적인 줄거리와 시청각적 이미지와 사건을 진전시키는 대사들과 행동들로 표현되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따져보아야 할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토리는 인생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가.
둘째, 사건들은 인생의 원칙에 따라(마치 실제의 인생처럼) 그럴 듯하게 전개되고 있는가.
셋째, 그 사건들이나 인물들의 행동 및 감정은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가.
셋째, 등장인물들은 진실하게(마치 실 인생의 인물들처럼) 그려져 있는가.
넷째,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관객의 정서적 반응(재미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가.
다섯째, 대사는 자연스럽고 인상적인가. (등장인물의 환경이나 성격, 상황에 맞는 대사인가, 또 체험이나 감성의 깊이를 드러내는 대사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여섯째, 주제를 표현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가.
나. 아이디어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작가들은 흔히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는 흥미있는 소재를 발견한 후에, 소재를 해석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부여하여 하나의 줄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아이디어(주제)-소재- 스토리-플롯의 순서를 밟기도 하고, 또는 소재-주제(아이디어)-줄거리-플롯의 순서로 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에 앞서 주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를 미리 심사숙고하지 않고 줄거리를 만드는 것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줄거리를 만들 때 작가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시청자는 왜 방송드라마를 보는가, 또 시청자는 어떤 드라마를 원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재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단순히 드라마가 오락으로 끝나면 시간을 소비했다고 실망한다.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히치콕 감독의 다음과 같은 말은 반드시 새겨 둘 가치가 있다.
"영화(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그럴 듯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진부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 결국 드라마란 것은 재미없는 부분을 잘라낸 인생과 다름없는 것이다."
1) 영상적 아이디어로 스토리 만들기
방송드라마 작가는 모든 이야기를 드라마적인 구상력과 영상이미지로 풀어나가는 능력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줄거리를 구상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이를 카메라의 눈에 비친 영상 이미지와 영상 드라마적 관점에서 사건과 인물, 사물들을 그려나가야 한다. 자신이 짜넣는 사건들, 인물들의 행동, 배경 등 각각의 장면에 대해 '화면상으로 그것이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영상을 떠올리며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라디오 드라마를 쓰는 경우에는 이야기를 청각이미지로, 또 라디오적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어쨌든 드라마의 장면 하나하나에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담으면서 전체의 큰 줄기를 만들어 나가는 구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2) 스토리의 조건과 극적 상황
스토리가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3가지 조건은 인물의 성격(주체), 행위(사건), 환경(시간과 장소)이다. [귀거래사]는 김이란 주인공이 자살을 하러 제주도에 갔다가 마음을 바꾸고 돌아오는 행위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스토리가 극적으로 시작되고 사건들이 긴장감을 주면서 극적으로 전개되려면 먼저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극적 상황의 설정이다.
모든 이야기는 문제적 상황에서 시작된다. 시작부에 심각한 문제를 제시해 놓아야 사건들이 그것을 축으로 해서 전개되고 진전되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한 가정에 어머니가 없기 때문에(결핍 또는 부재) 외부에서 새어머니를 들여 오면서 사건이 진전되어 간다. 새어머니는 전처 소생의 딸, 즉 동성간에 갈등을 일으키며, 또 자신도 딸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서부영화는 흔히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 악한이 나타나 가족을 몰살하는 내용 또는 그 변형으로 시작된다. 그러면 그 마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정의를 대표하는 주인공과 악을 대표하는 반동인물과의 대립) 유명한 희랍비극 [오이디푸스왕]은 테베에 역병이 퍼지는 문제적 상황으로 시작된다.
통치자 오이디푸스는 그 역병을 물리치고 테베를 구원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그 역병의 원인은 선왕을 죽인 범인에 대한 신의 노여움으로 밝혀진다--따라서 주인공은 테베를 구원하기 위해 범인을 찾는 일을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역시 아버지의 유령으로부터 죽음의 진상을 듣고 복수를 하라는 명령을 받고 아들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맹세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들은 복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그 복수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하는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며 진행된다.
[이창]에서는 다리를 쓸 수 없는 사진기자가 무료함 때문에 창밖을 내다보며 다른 이들의 사생활을 엿보다가 한 세일즈맨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이런 극적 상황으로부터, 과연 주인공이 엿본 대로 그 아내는 살해되었는가, 또 그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게 되는가, 살해범이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을 어떻게 살해하려 하는가(클라이막스), 그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는가 등의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따라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토리의 구상에 있어, 극적 상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사건의 흥미진진함을 만들어 내며, 또한 시청자의 기대와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감동은 의외로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일간신문의 '손거울', '공중전화'등에 실리는 조그마한 생활수필 같은 것이 의외의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좋은 대본의 첫 번째 조건으로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는데...""내 주변의 누구도 저런 경우를 당했었는데...""불쌍하기가 똑 지금 내 처지 같구먼..."하는 상황을 꼽는다. 그런 상황일 때 가장 소구력이 있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드라마가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영원한 갈등구조인 고부간의 관계 같은 것이 드라마의 주제와 소재로서 세월이 흘러도 채택되는 것이다. 바로 누구나 경험하고 또 내 곁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 여년 전 어떤 일간신문에 이런 수필이 한편 발표되었다.
입양아를 기르는 어떤 젊은 부부의 이야기였는데 입양해온 아이가 하도 울어서 도저히 기를 수가 없다고 판단, 시설로 도로 데려다 주기로 작정을 하고 헤어짐의 선물로 색동저고리를 사서 그 아이의 방에 넣어 주었더니 신기하게도 그 날밤은 아이가 전혀 울지 않더라는 것이다.
하도 이상해서 부부가 몰래 아이의 방을 들여다보니 한 밤중인데도 아이가 일어나 전날 사다준 그 선물, 즉 색동저고리를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더라는 것이다.
바로 정답은 여기에 있었다. 입양은 했으나 사람들은 자기의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 아이가 내 뜻에만 맞춰 행동해주기만 기대했던는것이다. 흡사 애완동물(?)을 바라보듯, 또 우리 집안의 모든 것이 너의 것이라고는 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자신만의 것으로는 그 무엇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입양을 와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것을 갖게 되었을 때 아이는 달라졌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얼마후 라디오 단막극으로, 텔리비젼 단막극으로 쓰여져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생활속의 이런 소재-가족간, 친구간에 사소한 것만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큰 상처가 되었던 어떤 사건이나 말 한마디, 또 무심코 들은 한마디 말이나 행동이 큰 위안이 되었던 조그만 배려 등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