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앞으로는 그리 오래지 않게 올리도록 하지요.
가뭄이 언제 오는지 아는 것도 비가 언제 오는지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뭄을 잘 피해가는 것도 농사 전략에 큰 과제인 것이다.
대체로 가뭄은 초여름 장마 전 가뭄과 가을 가뭄, 그리고 겨울 가뭄이 있다. 장마 전 가뭄은 입하 지나 소만, 망종에 걸쳐 오는 가뭄이다. 이때는 대체로 가물면서도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 전에 비가 왔는데 한달 전쯤에나 비가 왔던 것 같다. 날이 매우 건조하기 때문인데 이때는 비가 와도 가물게 느껴진다. 아마도 “가뭄에 비 그칠 날 없다”는 말이 이 때를 두고 한 말일 것 같다. 그리고 이때의 가뭄은 하지 직후 올 장마를 불러들이는 가뭄이다. 일종의 진공을 만들어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가뭄을 만들어 그 힘으로 장마를 불러들이는 꼴이다.
이 시기에 잘 정해야 할 것은 곡식 파종 시기이다. 곡식은 곡우 지나서 하지까지 파종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두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파종을 할 수 있으나 대개는 세 번의 파종 기회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곡우 지나 바로 파종할 수 있고, 소만 즈음해서는 두 번째 파종할 수 있는 절기라면 하지 전후는 마지막 파종할 수 있는 기회다. 곡우 지나 파종하면 곡식의 생육기간을 길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만생종(晩生種), 늦종이 알맞다. 소만 즈음해서는 제일 적당한 파종 시기일텐데 이때는 제일 가물 때라 발아에 힘겨울 수 있다. 게다가 이때는 새들이 산란기일 때라 곡식을 많이 쪼아먹기 때문에 새 피해가 클 수 있다.
하지 직전에 파종하면 발아에는 제일 안전하다. 곧 장마가 찾아오니...... 그러나 이 시기에 파종하면 생육기간은 제일 짧을 수밖에 없다. 크게는 한 달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조생종(早生種), 올종이 적당할 것이다. 이런 세 시기의 장단점을 잘 고려해서 자기가 속한 지역과 자신의 조건을 잘 고려하여 파종시기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농사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 소만 망종의 가뭄에는 울고 가는 놈과 웃고 가는 놈이 따로 있다. 이 때 가물면 들녘의 논에는 물이 말라 모내기를 일찍 낼 수가 없다. 반대로 이때 꽃을 피우는 산 속의 참나무는 비가 오질 않아 꽃들의 수정이 잘 되어 가을의 풍년을 예고한다. 그래서 속담에 “도토리는 들녘을 보고 열매를 준비한다”는 말이 나왔으리라. 비가 제대로 오면 들녘에선 모내기 하기 좋으나 산 속의 도토리들은 수정이 잘 되질 않아 흉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게 둘 다를 주지는 않으나 하나만은 꼭 주어서 굶기지는 않는다 했나 보다.
이 시기에 가뭄이 찾아오면 산 속 도토리 나무만이 아니라 들녘의 밀, 보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 영그는 밀, 보리 이삭들이 쨍쨍한 햇빛 속에 마지막 광합성을 힘차게 하여 결실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물지 않으면 벼 모내기에만 좋은 게 아니다. 이때 땅 속에서 알을 키우는 감자, 마늘, 양파들은 물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가을 가뭄은 추분 지나 찾아온다. 추분 지나 한로 상강으로 가면 세상은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든다. 이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단풍이 예쁘지 않다. 당연히 이 시기에 가물면서 햇빛이 좋고 일교차가 크면 벼에 좋고 과실에 좋다. 벼는 만생종일수록, 그러니까 늦게 영글어 큰 일교차와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아야 제대로 익는다. 그런데 조생종이거나 일찍 심어 일찍 영그는 종자들은 처서 백로 즈음해서 수확을 하는데 이 때 비가 오는 경우가 많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일교차가 별로 크질 않아 제대로 벼가 맛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한로 상강에 가물면 무, 배추에게는 별로 좋질 않다. 이때쯤 배추나 무는 많은 물을 먹어야 결구를 하고 무 다리를 살찌운다. 가뭄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아무튼 이때의 가뭄으로 좋은 놈, 손해보는 놈들이 따로 있다.
가을 농사는 봄 농사와 큰 차이가 있다. 봄 농사에서는 파종시기가 꽤 길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기 때문에 파종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 좀 늦어도 조금 먹겠다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가을 파종 시기는 매우 짧다. 점점 추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 파종이 하루 늦으면 일주일 손해 본다고 했다. 게다가 파종만이 아니라 관리하는 데에도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 비가 오고 가뭄이 찾아오고 하는 게 봄보다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별안간 서리가 찾아오고 영하의 날씨도 갑작스레 찾아든다.
첫댓글 농삿지는데 큰 도움이 데게읍니다 잘읽엇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