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에게 월급을!
위기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최광은 / 사회당 대표
지난 4일 한국노총은 정부, 경총과 만나 복수노조를 앞으로 2년 6개월간 유예하고,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되 타임오프제를 도입한다는 것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를 두고 심지어 한국노총 안에서까지 야합, 배신이라는 표현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한국노총에 야합이니 배신이니 하는 표현을 선사하는 것은 과분합니다. 오랜 어용의 핏줄이 흐르는 한국노총에 그것은 아마 정도(正道)였을 겁니다. 설마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하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 물정을 잘 몰랐던 것이겠지요.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 기만적인 합의를 반드시 깨뜨리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부, 기업, 보수언론은 온갖 논리와 법, 제도를 아전인수로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연거푸 공격하고 있습니다. 노조탄압으로 악명을 날렸던 전 영국 총리 대처의 망령이 지금 한국에서도 기승을 부립니다. 여기서 방어한다고 해서 공격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저들은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정부는 벌써 고도의 비정규직 확산책인 ‘유연근무제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안을 들이밀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마주합니다. 민주주의를 단지 모두에게 보통선거권이 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맞습니다. 노동기본권이 후퇴하고, 노동조합이 유명무실해지며, 대중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는 것은 분명히 위기입니다. 빈곤과 실업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은 분명히 위기입니다. 저지선을 그어보지만, 자꾸만 뒤로 밀리며 고립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기입니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요. 언제 이 후퇴의 시기를 종식할 수 있을까요. 대안은 무엇일까요. 대안이 있다 한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갖고 있을까요. 이런저런 의문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이 아니라 살며 생각하는 노동자이니까요. 노동자가 국민 모두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한 발 앞서 나가 싸울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민주주의 투쟁의 선두에 서서 모두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싸울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계급이 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저항하며 대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위기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경제 위기를 넘어서고, 빈곤과 실업의 덫을 부수며, 노동자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 이는 세계적으로도 폭넓은 지지와 주목을 받는 새로운 대안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월급을!’이라는 구호를 외쳐봅니다. 노동자가 앞장서 진짜 국민임투를 벌이는 그날을 즐겁게 상상해 봅니다. 민주노조 사수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싸움에 사회당은 동지들과 함께 어깨 걸고 싸울 것입니다.
* 12월 셋째주에 발행될 <현자지부신문>에 실리는 칼럼입니다.
첫댓글 올 한해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각 출입문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 소개가 들어 있는 유인물이며 신문을 몇 만부 뿌렸는데, 이젠 <현자지부신문>을 통해 (제한된 지면이라 별 내용은 없지만, 아무튼) 기본소득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다행입니다.